투자 몰리는 싱가포르 ‘딥테크 스타트업’ 주시

테스트 베드 삼아, 6억 젊은 인구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기회  

 

혁신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동남아시아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국가로 싱가포르가 꼽힌다. 세금 정책이 우호적이고,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리는 금융허브인 싱가포르를 테스트 베드 삼아 6억 젊은 인구의 동남아시아 거대 소비시장으로의 진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혁 ES인베스터 대표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최근 개최한 ‘아시아의 한국인’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혁신허브, 싱가포르 스타트업 트렌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싱가포르가 인구 600만명의 작은 나라임에도 1인당 GDP가 글로벌 5위에 이를 정도로 성장한 비결은 나라 자체가 하나의 벤처생태계 플랫폼과 같은 콘셉트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남아시아는 약 6억명의 젊은 인구를 가진 떠오르는 거대 소비시장이며,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급성장하고 있는 국가들의 중심에 있다고 했다. 이와같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이자 자원 빈국임에도 자유무역 정책과 지리적 요충지로 아시아의 금융 허브이자 스타트업 허브로 성장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연구기관 스타트업 게놈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싱가포르는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랭킹 7위를 차지하면서 성과, 펀딩, 연결성, 시장접근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싱가포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우수한 수준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딥테크 스타트업 지원 강화=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로 많은 투자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2023년 기준 동남아 벤처캐피털 펀드가 조성한 자금 약 80%를 싱가포르 본사의 기업들이 유치한 바 있다. 글로벌 긍융기관들의 아시아 헤드쿼터는 대부분 싱가포르에 두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에서 펀딩을 했던 유니콘 기업들의 본사는 대부분 싱가포르에 있다. 자본의 접근성이 높아 아세안 벤처투자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9월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투자유치행사 ‘K-이노베이션데이 인 싱가포르’를 개최하며, 2억7000만 달러(3780억원) 규모의 글로벌 펀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투자시장 침체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의 투자시장도 침체기를 맞고 있다. 정 대표는 동남아 시장은 중국과 미국 자본이 몰려들면서 벤처투자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최근들어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는 ASEAN6의 기술혁신 중심지로 경기침체 속에서도 비교적 잘 견뎌내며 스타트업 생태계의 적응력과 성숙함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또, 벤처캐피털의 드라이파우더(미투자자금)의 여유가 있어 투자여력이 상당히 많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동남아시아는 이커머스, 교통, 크루즈, 소비재, 온라인 미디어, 핀테크 등의 산업이 발달돼 있지만, 딥테크는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바이오기술,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우주항공, 신소재 등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지원을 강화하고 투자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고 투자가 기대되는 만큼 현지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진출 준비를 통해 싱가포르 시장 진출을 모색해볼 것을 추천했다.

 

풍부한 투자재원은 장점인데=정 대표는 싱가포르에서 우리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투자시장 환경을 SWOT 분석을 통해 소개했다. 싱가포르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투자시장 접근성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우호적인 세금 정책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스마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한국 스타트업에 다양한 기회가 열려있다. 정 대표는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아예 본사를 싱가포르에 옮길 때도 기업 설립 등의 행정절차가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할 때 곤란한 점은 우수한 인력을 수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싱가포르의 획일화된 교육시스템으로 인해 개발자 등 창의적인 인력이 부족하고, 외국인에 대한 취업 허가증 요건도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인건비 및 생활물가가 높아 현지에서 인력을 유입하든, 주재원을 파견하든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은 싱가포르 시장이 가진 기회요인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본사나 아시아 헤드쿼터가 있어 한국의 딥테크 스타트업이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OIP), 실증사업(PoC)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데, 진입 과정은 다소 까다로울 수 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확실한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될 수 있고,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시작해 동남아시아의 거대 시장으로 확장하기에도 용이하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작아 싱가포르 내에서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싱가포르 시장은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하기 전 테스트 배드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밖에도 싱가포르는 안보를 위해 병역을 의무화할 만큼 주변 국가들과 복잡한 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어 사업 추진시 주변국가와의 관계도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싱가포르 내에서 개발자 등 딥테크 관련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만큼 최근에는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베트남에 개발센터를 설립해 관련 인력을 수급하는 등의 이원화된 정책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싱가포르 진출 전 인력 채용, 운영 계획을 미리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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