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청년들이 경제활동에서 이탈한 결과인데, 구조적 원인과 함께 청년 일자리 악화라는 경기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일 공개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는 “최근 주요 고용지표들은 여전히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올해 들어 비경제활동인구 내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취업자수 증가 규모가 점차 줄어들면서 고용 개선세가 완만히 둔화되고 있다”면서, 실업률 등 주요 지표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취업자를 제외한 실업자의 비율을 말한다. 그런데 전체 인구 중에서 일을 하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경제활동인구 이외에 ‘비경제활동인구’가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를 구분해 보면 육아·가사, 교육·직업훈련, 연로·심신장애 등의 비중이 높은데, 이 밖에 ‘쉬었음’에 해당하는 인구가 올해들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2023년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중 14.5%(235만명)가 ‘쉬었음’ 인구에 해당한다. 이들은 특별한 사유나 교육훈련 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나타난 쉬었음 증가는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2023년 4분기에는 쉬었음 인구에서 청년층 비중이 22.7%였는데, 올해 3분기에는 29.5%까지 늘어났다. 고령층(60세 이상)과 핵심연령층(35~59세)의 쉬었음 비중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청년층의 쉬었음 비중은 팬데믹 당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초부터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한 결과다.
또, “최근 늘어난 쉬었음 증가는 대부분 취업경험이 있는 청년층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쉬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경험한 이후 더이상 구직을 하지 않고 쉬었음으로 이탈한 사례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비자발적으로 직장 그만 두고 쉬는 청년 크게 늘어
청년층 쉬었음 인구를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별로 살펴보면, 자발적으로 그만두고 쉬는 경우가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비자발적으로 그만두고 쉬는 경우도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났다.
청년층 자발적 쉬었음의 원인으로는 일자리 미스매치 등 구조적 요인이 첫손에 꼽힌다. 청년층 고용의 질은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한 뒤 여전히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청년층의 자발적 쉬었음도 이와 마찬가지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쉬고 있는 비중도 청년층(32.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점도,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의 근거다.
이에 비해 비자발적 쉬었음 인구의 경우는 원인이 조금 다르다. 구조적 원인 이외에 경기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팬데믹 발생 당시 청년층의 비자발적 쉬었음이 큰 폭 증가했는데,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보고서는 “이는 최근 청년층 고용상황이 다소 악화된 것과 관련 있다”며, 청년층 고용률이 올해 초 감소 전환한 사실을 들었다.
비자발적 사유로 쉬고 있는 청년층은 주로 중소기업(300인 미만),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비자발적 이직에 의한 노동시장 이탈이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자리에서 주로 나타났음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해석했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영구이탈하거나 니트(NEET)족화 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과거 흐름을 살펴보면 청년층 단기 쉬었음(이직 1년 미만) 증가는 장기 쉬었음(이직 1년 이상) 증가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청년층 쉬었음 증가는 향후 노동공급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므로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또 “최근 나타난 청년층 고용상황 둔화와 쉬었음 증가가 전체 노동시장의 둔화로 이어질지 향후 고용상황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하겠다”고 진단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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