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에 기술·아이디어 얹어 자원순환·신사업

버려진 폐자원의 변신…대한민국 순환경제 페스티벌 

 

최근 기업들의 가장 큰 화두는 자원순환이다. 석유화학, 철강·비철금속, 배터리, 전자·섬유, 자동차·기계, 시멘트 등 고부가가치를 품은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탄소중립 시대에 경제 성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장 가능성은 시장 규모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료-생산-사용-재자원화’에 이르는 ‘순환경제’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에 4조5000억 달러(약 59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지난 4일부터 3일간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순환경제 페스티벌은 폐기물에 아이디어를 더해 또 다른 사업으로의 확장을 모색하는 기업이 대거 참여해, 우리나라 순환경제의 미래 기술력을 선보였다. 

소비자 마음 뚫는 스토리텔링과 아이디어로 지속 가능하게

빠르게 생산하고, 소비되는 구조 특성상 패션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자원순환에 대해 가장 먼저 고민거리를 던졌던 분야다. 최근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리사클링,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 어렵다는 데 있다. 소재 자체가 가공하기 어렵고, 지속적으로 얻을 수 없어 단품 아이디어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패션테크 기업인 ㈜데캄 이민정 대표는 “재료 수급이 어려워 한 아이템이 잘 되더라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애로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다른 아이템을 구상하거나, 디자이너나 생산자가 자체적으로 원료 수급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내수공업처럼 작게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데캄은 이런 기업이 지속 가능한 사업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시작은 폐소방호스로 만든 스니커즈가 스타트를 끊었다. 가방 디자이너였던 이민정 대표에게 ‘폐소방호스로 제품을 개발해 주세요’라는 기업의 제의가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 

이민정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만남에서 “폐소방호스 소재 자체가 튼튼하고, 작업하기 좋다. 게다가 디자인적인 다양성도 우수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자 인식이었다. 업사이클링 제품이 재활용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원단을 공짜로 받은 거 아니냐?’, ‘더럽지는 않을까’ 등 가격 선정과 위생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민정 대표는 제품에 스토리텔링을 넣어 ‘가치’를 불어넣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이 소재가 ‘그냥 폐소방호스가 아니고, 낙산에서 불을 끌 때 사용되던 소방호스’라고 말하면 느낌이 달라진다. 즉, 이야기가 담긴 소재로 바꾸면 소비자 인식도 열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소재에 대한 과거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원단에 적용해 제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스에 진열된 스니커즈를 보니 큐알(QR) 코드가 있어 신발이 된 폐소방호스의 모든 역사를 보여줬다.

이 대표는 “이 신발은 강남소방서에서 2000년대부터 약 10년간 방치돼 있던 폐소방호스로 만들었다”며, “큐알코드를 통해 당시에 강남소방서에서 어떤 사건, 사고가 있었는지 한눈에 보여줘 제품에 대한 정보와 출처를 손쉽게 알 수 있다. 또,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를 얼마나 상쇄했는지도 보여준다”고 했다.

이 외에도 공장에서 남은 자투리 원단으로 뜨개실을 만들어 선뵀다. 이 대표는 “탄소를 포집하는 특성이 있는 울은 그 자체만으로 좋은 섬유이지만, 자투리 원단이 많이 남아 처치가 곤란할 때가 있다”며, “이에 재생울 45%, 재생 캐시미어 5%, 일반울 50%를 섞어 리사이클 울 캐시미어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전국의 43개 기업이 바이오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해 선보이기 위해 모인 단체도 눈에 띄었다. 

탄소중립생분해섬유소재산업협의회 안홍태 회장에 따르면, 바이오 플라스틱은 전 세계적으로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들어선 분야로 한창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협의회가 주목한 소재는 젖산이라고 하는 PLA(Poly Lactic Acid)다.  

안홍태 회장은 중기이코노미에 “소비자에게 리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이며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에 좀 비싸더라도 사용해 주세요’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기능성에 주목했다”며, “PLA 소재는 항균력이 99.9%다. 열전도율, 열확산도가 낮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따라 공기 전달을 조절해 줘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스에 진열된 점퍼에 손등을 갖다 대봤더니 시원한 냉감이 전달됐다. 이뿐만 아니라 피부에 친화적인 소재여서 아토피, 가려움증, 건조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시장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안 회장은 “현재 제약사와 공동개발 중으로 논문, 임상실험 등을 통해 아동·유아복, 노인들을 위한 옷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폐배터리·폐플라스틱 ‘재제조’ 솔루션으로 사업 확장 도모

전기차의 주요 고충 중 하나는 배터리다. 배터리는 천연자원의 집합체이지만, 잦은 고장과 파손, 충전 등의 문제로 배터리 수명을 단축하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인 피트인(PIT IN), 포엔(poen), 에바싸이클(EVA CYCLE)이 폐배터리의 지속가능성을 알리기 위해 한데 부스를 열었다.  

포엔은 배터리 재제조 기업이다. 한번 쓰고 버려야 했던 배터리들을 배터리 업스케일링 기술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생산해 친환경 전기차의 가치를 높이는 게 목표다. 

부스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자동차 밑판을 보면 수십 개의 배터리가 있다. 이 중 하나만 고장나도 전체 고장으로 인식된다”며, “보증기간 안에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면 교체를 해주거나,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개인이 배터리 교체 비용을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이럴 때 재제조된 배터리로 교체해 주면 신품 대비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피트인은 영업용 전기차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탄생했다. 부스 관계자는 “법인 택시를 위한 스와핑 서비스로 구독 서비스라고도 할 수 있다”며, “택시는 시간이 돈이다. 하지만, 차 충전에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택시기사들에게 애로사항이 많았다. 이에 0%의 배터리를 충전된 배터리로 15분 안에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바싸이클은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업체다. 배터리 양극재에 있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유가금속을 방전, 탈거, 분쇄 및 파쇄 공정을 거쳐 블랙 파우더로 만든다. 여기에서 유가금속의 원료를 뽑아 다시 배터리 셀을 제조하거나 다른 산업 분야에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리사이클링에 필요한 설비와 공정을 직접 개발해 에너지 비용 및 생산시간 등을 기존의 방식보다 50% 이상 절감했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원료화해 다시 강도 높은 플라스틱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자원순환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다. 2008년 브라운관의 유리를 회수해 재활용을 위한 재판매 사업으로 시작한 ㈜윤진테크는 이후 이순환거버넌스(E-Cycle Governance)와 손잡고 사람들이 쓰고 버린 전기전자제품을 회수, 분쇄해 플라스틱 칩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회사의 장순화 부사장은 “아파트마다 회수통을 갖다 놓고 주민이 무상으로 전자제품을 버릴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버려진 전자제품을 회수할 수 있고, 주민은 무상으로 쓰레기를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자원순환의 일환”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현재 대구와 경상북도 일부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윤진테크는 전자제품에서 나온 유리, 플라스틱 등을 분쇄해 플라스틱 칩을 만드는 기업에 판매한다. 이뿐만 아니라 태양광패널 자원순환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태양광패널 자원순환 관련해서 허가가 난 기업은 전국에 세 곳뿐이라고 한다. 윤진테크는 이중 경상도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장 부사장은 “폐태양광은 20년이 지나면 재활용을 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 역사는 20년이 안 됐다. 하지만, 사용 중 불량이 나거나 20년 전에 설치한 태양광 설비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며, “폐태양전지 건식 자동화 처리 시스템을 통해 태양전지를 분리, 파쇄, 제거, 선별해 알루미늄 프레임, 유리, 태양전지셀 등을 소재별로 순차적 분리, 선별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태양광패널 자원순환설비 처리 능력은 월 360톤 규모라고 한다. 

 

내년 12월에는 태양광패널 자원순환설비 3세대가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의 분쇄 방식이 아닌, 태양광 구성 원료 원형 그대로 회수해 재자원화 가능한 방식으로 재활용 100%가 가능해진다. 즉, 고밀도 광펄스 노출에 의한 셀, 유리, EVA가 분리되는 방식으로 고순도 유리, 셀, 구리 98% 및 EVA 50%를 회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당 40초 이내 처리가 가능하고, 양면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처리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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