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자재 소매상인 개인사업자 A는 이미 다른 거래처들에 대한 채무가 상당해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었음에도 공급업자 B로부터 물품을 공급받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물품을 공급받았음에도 B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A는 B를 포함한 채권자들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사업체의 임대차보증금 채권을 지인 C에게 허위로 양도하고, 자신의 주택 또한 처 D의 명의로 이전했다.
A의 명의로 된 재산이 없는 경우, B가 물품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경제위기에 따른 ‘채권자취소소송’ 폭증=1997년 IMF 사태, 2007년 세계금융위기,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워지자 채무자들이 재산을 빼돌리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채권자취소소송’이 채권자의 채권보전 수단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채권자취소소송’이란 채무자가 자산보다 채무가 많은 채무 초과상태임에도 돈을 빌리거나, 물품이나 용역을 제공받거나, 하도급을 주고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자산을 지인에게 이전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는 등 집행할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에, 그러한 사정을 알고서 자산을 이전받은 자, 허위 채권자 등을 상대로 선의의 채권자가 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해, 이전된 재산을 다시 채무자에게 돌려 놓거나 허위의 채권을 취소시켜 집행 재산을 회복하는 소송을 말합니다.
◇채권자취소소송은 어떤 경우에 가능할까=재산을 빼돌린 악덕 거래처에 대해 채권자취소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안타깝게도 아래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해서 다소 까다롭습니다.
첫째, 사해행위 즉, 채무자의 법률행위 결과 재산이 감소해 채권자가 충분히 채권의 만족을 받을 수 없게 될 염려가 있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재산상의 법률행위이어야 하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나 상속재산 분할도 해당될 수 있으며, 다만, 상속포기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는게 판례입니다.
둘째, 사해행위로 인해 채무자 총재산의 감소가 초래되어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게 되는 것, 즉 채무 초과상태에 이르거나 채무 초과상태가 심화되어야 합니다.
셋째,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사해행위를 하여야 하며, 채무자의 사해행위의 상대방(수익자) 및 상대방으로부터 재산권을 전득한 자가 채무자의 행위로 인해 채권자에게 사해행위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며(악의), 이때 수익자 및 전득자의 악의는 추정이 되므로, 수익자 및 전득자가 사해행위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넷째, 채권자취소소송은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내에 제기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B는 C 및 D를 상대로 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해 위 요건들을 입증하게 될 경우, 임대보증금채권과 주택을 A로 돌려놓은 후 강제집행을 통해 미수금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채무자의 변제, 대물변제, 자산 매각, 채권자 일부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 등은 때에 따라서는 사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채권자취소소송을 진행함에 있어 유의가 필요합니다.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리면=채무자가 채무 초과상태여서 변제할 자력이 없음에도 상대방을 속여 돈을 빌리거나 물품, 용역 등을 제공받은 경우 변제하지 않는다면 사기죄의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 양도 또는 허위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하는 경우는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채권자가 소송 등을 제기한 후일 필요는 없고, 채권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가압류, 가처분의 신청을 할 기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채무자가 재산 은닉 등의 행위를 하면 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거래처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린 경우 채권자취소소송 제기와 함께 형사고소를 통해 거래처를 압박하는 것도 미수금을 회수하기 위해 필요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법무법인 지유(서울) 이정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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