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에서 생산되는 재료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가공식품 가격이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물가가 안정세라고 하지만, 통화당국은 최근 고환율이 반영될 경우 연초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가공식품 가격이 인상 조짐을 보인다는 보도에 “가공식품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상기후,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코코아, 커피 등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이를 원료로 만든 제품 가격이 인상됐음에도 그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2024년 12월 들어 일부 식품기업들이 초콜릿과 과자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것에 대해 “이후 추가 인상은 없었다”며, “어려운 국내여건과 소비자 물가 부담 완화 등을 고려해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가공식품 주요 원재료의 가격은 최근 크게 올랐다. 2024년 12월31일 기준으로 코코아는 톤당 달러 가격이 1년전보다 172%나 상승했다. 평년 가격에 비하면 300% 이상 크게 뛰어올랐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등의 가격 역시 1년전보다 각각 85.4%, 95.9%나 상승했다.
이에 따라 가공식품의 물가상승률은 2024년 10월 1.7%에서 11월 1.3%로 낮아졌지만, 12월 들어서는 다시 2.0%로 뛰어올랐다. 정부는 2%대를 “안정세”로 보고 있지만, 최근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적은 없었다. 가공식품의 2024년 연간 가격 상승률은 1.8%였다. 1분기 2.2%에서 2분기 1.6%로 내려온 뒤, 3분기(1.8%)와 4분기(1.7%) 모두 1%대를 기록했다. 12월 들어 물가 역주행이 발생한 것이다.
물가 역주행이 가공식품에서만 발생한 것도 아니다. 12월 들어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국제 유가는 하락했는데…환율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 들썩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전보다 1.9% 상승했다. 10월 1.3%까지 낮아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1.5%로 상승폭이 커지더니 12월에 또다시 뛰어올랐다. 물가를 끌어올린 원인을 보면 석유류(0.26%p)와 농축수산물(0.12%p)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석유류 가격은 10월에만 해도 1년전보다 10.9% 감소했으나, 11월 들어 5.3% 감소로 폭이 줄더니 12월 들어 1.0% 상승으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의 기저효과, 높아진 환율 영향 등으로 상승 전환”했다고 풀이했다.
국제유가는 이 기간 중에 안정세를 보였다. 2023년 12월만 해도 배럴당 77.2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2024년 9월 들어 73.4달러로 떨어졌고, 11월(72.8달러)과 12월(73.3달러)에도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국내 휘발류 가격은 2023년 12월 리터당 1600.6원에서 2024년 10월 1591.3원으로 떨어졌지만, 11월(1627.3원)과 12월(1653.1원)에는 연거푸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은 채소류와 과실 가격을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10월(1.2%)과 11월(0.3%)에 비해 12월(2.6%) 들어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배추(26.4%)와 무(98.4%), 귤(32.4%) 등의 상승폭이 컸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은 12월 들어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구입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작성하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12월 들어 2.2%를 기록했다. 8월(2.1%) 이후 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했으나, 네 달만에 다시 2%대로 뛰어올랐다.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체감이 큰 생활물가가 더 많이 오른 것이다.
환율은 당장 새해 연초 물가 전망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은 12월31일 개최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다음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의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후로는 유가·농산물가격의 기저효과, 낮은 수요압력 등에 영향받아 당분간 2%를 밑도는 수준에서 안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웃도는 등 원화가치 약세가 심화된 것이 물가 상승세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또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환율 움직임, 소비심리 위축 영향, 공공요금 인상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향후 물가 흐름을 주의 깊게 점검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물가와 환율 불안이 지속될 경우, 경기위축을 이유로 예고한 금리인하 역시 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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