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동결…경기우려 한국은 인하 지연 조짐

경기대응 위해 추경 등 재정대책 필요성 높아져 

 

미국이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경기부진이 우려되고 있지만 통화정책의 발이 묶이면서, 추경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준은 현지시간으로 29일 정책금리를 4.25~4.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2024년 8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연준이 본격적으로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금리 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언급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은 상당시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3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서도 이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기재부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미국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졌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미 정책금리의 상단을 기준으로, 한국 기준금리(3.0%)와의 격차는 1.5%p를 유지했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은 금리역전 상황은 환율 등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미국의 금리인하가 시작되면서 환율이 안정세를 보인 반면, 이후 한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치솟았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때 1480원을 돌파한 환율은 최근 1430원대에서 1450원대까지 오가며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1400원을 웃도는 고환율에 원자재 수입가가 상승하면 국내 물가불안은 물론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불안해진 원달러 환율의 영향으로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역시 지연되고 인하 폭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펴낸 ‘NABO 경제동향&이슈’에 실린 ‘2025년 우리경제의 하방위험과 정책여건’ 보고서는 “한미 기준금리차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예상 경로, 트럼프 2기 출범과 경제정책 전환에 따른 강달러 기조 등을 고려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어려워진 경기여건에 기준금리 인하도 제한적…추경 필요성 커져

 

보고서는 한국은행이 최근 경제상황을 “지난해 4분기부터 물가 안정세가 뚜렷해졌으나, 경기 하방 리스크와 환율 변동성 확대라는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평가한 점에 주목했다. 한은은 지난해 8월에만 해도 새해 경제성장률을 2.1%로 예상했으나, 11월28일에는 1.9%로 예상치를 낮춰 잡았다. 12월과 1월 사이 기재부와 KDI, OECD 등이 발표한 새해 성장률 예상치 역시 평균 1.9%에 불과하다. 

 

이처럼 경기부진이 예상되자, 정부는 예산의 신속한 조기 집행을 통해 경기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는 “재정여건은 재정집행의 적시성 및 실효성 확보 양면에서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우선 예산을 모두 집행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2023년에는 대규모 세수결손(56.4조원) 등의 영향으로 재정지출 집행률이 95.6%에 머물렀고 본예산에 비해 28조원 가량이 집행되지 않았다. 2024년 역시 11월 기준 재정지출 집행률이 86.8%에 머물러, 예산 미집행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또 “조기 집행을 통해 상반기 중에는 경기진작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으나, 재정지출이 상반기에 비해 줄어드는 하반기에는 성장의 하방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내수진작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 수단 모색”이 필요하다며, “경기둔화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여야 및 정부의 정치적 합의를 통해 적시에 실효성있는 추경 등 경기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주어진 예산의 조기집행만으로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고 내수침체의 고통에 직면한 취약계층과 내수관련 서비스업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화·금융정책에 대해서도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세 둔화를 보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환율과 물가안정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하는 등 목표별로 대응 수단이 상충돼 정책당국의 운식의 폭이 좁아진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미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기조와 대내외 경제상황 변화 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으며, “취약계층과 내수관련 서비스산업 및 소상공인의 금융부담 완화 등 자금지원 강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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