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제조업 육성’ 경쟁…국내 기업 대응책은

글로벌 불확실성 해소위한 맞춤형 지원과 국내 제조업 투자 필요 

 

 

최근 미국과 중국이 각각 제조업의 안보적·경제적·사회적 역할을 재평가하고 육성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제에 보호주의, 블록화, 과잉설비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글로벌 제조업 투자환경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맞춤형 대응책이 필요하며, 국내 제조업 기업이 적절한 설비투자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지원하고, 제조업 고도화를 위해 연구개발 인력양성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산업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에 대한 접근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과 수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미국과 증국의 제조업을 둘러싼 변화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며 이렇게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제도적 개선, 엄격하게 선택된 기술과 업종을 지원하는 산업정책 등을 통해 우리 제조업 기업이 적절한 투자시점을 놓치지 않도록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화 시대에 이뤄진 제조업의 해외유출이 미국을 경제안보적으로 취약하게 하고 미국 중산층과 노동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인식하며, 적극적으로 미국 내 제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육성해 중산층과 노동계급에게 안정적이고 존중받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공동체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중요한 정책기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557억 달러로, 미국의 무역적자 국가중에서도 8위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의 관세 위협이나 생산설비 요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파트너인데, 관세전쟁의 한쪽 당사자로 다양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설비확장과 경기둔화에 따른 밀어내기 수출로 우리 제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2010년 세계 최대의 제조업국이 됐으며, 2024년 세계 제조업 생산 중 31.6%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다양한 견제 때문에 중국 제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이 제공하는 시장, 기술, 자본을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중국 내 제조업을 육성·지원하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세전쟁, 공급망 분절화, 과잉설비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우리 제조업은 수출환경의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동시에 장기적 설비투자 확대를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글로벌 제조업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수출이 전년대비 8.1%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설비투자는 3.1% 감소했다.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내수부진으로 연결된 것이다.

 

 

 

◇글로벌 불확실성…맞춤형 대응책 마련=보고서는 글로벌 산업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미국발 보호주의 확산 위험과 생산기지 이전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미국이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에는 모든 수출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사실상 우리의 경쟁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개별거래에서 관세의 부담이 생산자, 소비자 중 누구에게 전가되느냐 하는 문제가 생기며, 이 경우 특히 협상력이 약한 중소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코트라 등 무역지원기관이 정확한 대응을 위한 서비스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생산기지 요구는 주로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글로벌 대기업이 영위하는 업종에서 나타날 것으로 봤다. 이들 대기업은 이미 충분한 자체 정보능력과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들 기업의 이익에 맞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기존에 합의된 보조금 지급약속 이행 등을 정부간 협상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드라이브가 야기하는 제조업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과잉설비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불확실성 때문에 적절한 설비투자의 시기를 놓치게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제조업 투자…다양한 지원책 필요하다=보고서는 직면한 불확실성에 맞는 제도 개혁을 통해 제조업 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종 전환이나 신산업 진출이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재검토하고, 중국발 과잉설비 문제와 불공정한 보조금 문제를 WTO나 관련국 간에 공동으로 논의하고 다자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제조업 고도화를 위해 이공계 연구개발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이들이 중소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기업에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정비도 제안했다.

 

재정 및 금융지원을 포함한 적극적인 산업정책도 실시, 기업에 새로운 투자계기와 동력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2020년 이후 미국, 중국, EU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진화된 형태의 산업정책을 연구해 참고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산업정책 대상을 선정할 때 경제안보, 탈탄소 전환, AI 등 기술적 변화와 국내외 사회적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래에 필연적인 발전이 예상되거나 구조적인 수요가 발생할 기술과 업종을 선정해 자원을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기술을 기준으로는 제조업 설비와 공정에서 인공지능 활용, 탈탄소 전환을 위한 설비 개선 등이 중요한 지원 분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업종을 기준으로는 장기적 노동력 부족이나 고령사회 대두와 같이 분명하게 예상되는 국내의 사회적 변화와 연계해 산업용 로봇, 휴머노이드, 바이오, 의료기구 등의 업종에 새로운 투자가 이뤄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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