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인과 어깨 나란히…MZ가 반한 K-TEA

국내 ‘차’ 문화의 이해…2025 국제차문화산업박람회 

 

“최근 차를 마시는 문화가 젊은 층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6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박람회를 다니고 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한복 입은 어르신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 비율이 참여자의 60%를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경남 하동군에서 티룸을 운영 중인 이가현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젊게 변해가고 있는 차 문화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차를 맛보기 위해 해당 티룸을 방문하는 관람객과 테스트를 기다리는 관람객은 전부 20대였다. 박람회를 돌아봐도 관람객 중 20대 여성 비율이 상당수 차지했다. 

 

이가현 대표에 따르면, 커피를 못 먹는 사람들이 대체품으로 차를 찾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다구를 모으는 취미가 차를 마시는 행위로 확대되기도 한다. 

 

차 문화가 젊은 층으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차를 선택하는 기준도 다양해졌을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에서는 녹차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고, 차에 대한 깊은 스토리를 이해하며 마시는 비율이 아직은 적기 때문이다. 이에 좀 더 다양한 차 종류를 전파하면서 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중화에 앞서고 있는 단체들을 중기이코노미가 만나봤다.

 

스토리텔링으로 ‘K-TEA 문화를 만들다  

 

지난 10일부터 4일간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2025 K-TEA EXPO(국제차문화산업박람회)는 우리 차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 중, ‘리프워크(Leaf work)’는 차의 문턱을 낮추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에서 찻집을 운영하면서 리프워크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박정웅 대표는 차를 알기 위해서는 차에 담긴 스토리텔링의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름만 보더라도 홍차에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티, 얼그레이 등 세분된 이름이 보편적이고, 각각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하지만, 한국은 녹차, 홍차 등 산업적인 분류만 이야기할 뿐, 소비자들과의 교감으로부터 나온 이름은 없다”며, “차에 담긴 스토리텔링은 매우 중요하다. 와인이나 위스키를 먹을 때 술에 담긴 스토리를 생각하며 음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차를 통해 연결되고 소통하는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프워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제는 ‘잭살’이다. 박정웅 대표에 따르면, 잭살은 나무에 새로 올라오는 싹의 생김새가 ‘참새의 혀’처럼 날렵하게 생겼다고 해서 ‘작설’이라고 부르던 것에서 유래했다. 

 

지난 1월, 서울시 은평구에서 첫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은평구라는 동네가 서울시에서 젊은이들의 이탈률이 가장 높고, 노인화율 1위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곳”이라며, “이런 은평구 안에서 젊은이들이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자 시작점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며, “전통차라는 단어로 차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전통이라는 단어 안에 ‘전통을 살리자’, ‘도와주자’라는 뜻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며, “전통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부가 설명했다. 

 

그 일환으로, 자신만의 느낌을 차에 부여하도록 했다.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은 차의 맛과 향을 어떻게 느끼는지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기도 하고, 차에 대한 궁금증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해소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박정웅 대표는 “커피나 와인 테이스팅 노트처럼 그냥 주어진 게 아니라, 스스로 맛과 향을 느끼며 능동적으로 자기만의 차를 찾고, 부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피드백을 농민에게 전함으로써 차의 스토리 발굴은 물론, 차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남부대학교에서 개최한 6대 다류 체험관 역시 차의 진정한 의미를 나누기 위해 꾸려졌다. 나혜영 부스 담당자는 “6대 다류는 중국에서 유래한 차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콩으로 두부, 된장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차나무에서 나온 찻잎으로 녹차, 홍차 등을 만드는 데, 발효도에 따라서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중,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차는 백차다. 백차란, 찻잎을 따서 자연에서 건조한 것으로 은은한 꽃향과 꿀 향 등이 어우러진 맛이 특징이다. 특히 유럽, 스리랑카, 인도, 중국 백차와 블렌딩을 하는 재미도 있고, 열을 내려주는 특성 때문에 한 여름 시원하게 먹을 수 있어 백차 전문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 사랑을 받고 있다.   

 

나혜영 담당자는 “요즘 20~30대 젊은 층이 백차 종류를 특히 좋아한다”며, “부스 한편에 꾸려진 차크닉(차 피크닉) 코너에서 본인이 직접 차를 우려 마실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자기 위로와 성찰의 시간…차의 재해석

 

차와 아로마의 블렌딩을 통해 발향과 맛을 더 끌어올리거나, AI를 통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차를 골라 먹을 수 있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아로마 티테라피스트이자 오일연구소(Oil Lab)를 이끌고 있는 유정근 소장은 “작년에 하동 세계 티 엑스포를 통해 나만의 향기로 티 블렌딩하는 방법을 선보였다”며, “보통 블렌딩이라고 하면 차의 원물을 섞는 것을 말하지만, 아로마 향을 차에 섞어 발향하면 차원이 다른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자신의 현 상황이나 기분을 AI에 말한 후, AI가 큐레이션한 차를 마시는 방법도 제시됐다.

 

MBA 티 마스터이자, 한국티산업경영연구원을 운영하는 심유리 대표는 “챗GPT에 만들고 싶은 맛과 향을 지닌 차에 관해 물어보면 블렌딩하는 법을 알려준다”며, “그렇게 나온 결과로 블렌딩한 차를 체험할 수 있도록 부스를 꾸렸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근 명상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차를 마시는 행위가 명상의 한 종류로 떠오르고 있다. 

 

커피행법 숙우회 람화(LAMHWA)는 커피를 달이고, 표주박으로 내리는 과정을 통해 명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차행법 숙우회 람화 노갑규 대표는 “차를 마시기 위해 집중하고, 거쳐 가는 모든 행위 자체가 명상적”이라며, “드립을 할 때, 표주박으로 떠서 따르는데, 표주박에서 물방울이 점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고, 느끼며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한다. 여기서 집중한다는 것은 주변의 것이 차단됨으로써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쉬는 것”이라며, 차행법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잠깐 멈출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기자 역시 부스 한쪽에 마련된 커피행법을 체험해 봤다. 신비로운 음악과 조명, 표주박 끝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의 삼박자가 어우러지면서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 한 가운데서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노갑규 대표는 “차를 마신다는 것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특히, 형식을 갖추고 하는 행위 안에 정신까지 배어들 수 있다고 본다”며, “아름다운 기물과, 아름다운 것들을 자기의 시간에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그 사람도 아름답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차행법은 이런 아름다운 시간을 자기에게 선물해 주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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