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들어 제조업체 체감경기가 혹한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2년만에 최악인 가운데, 미국발 관세에 대한 대응도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16일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시황은 1분기 들어 78을 기록했다. 1분기 조사는 3월 중순부터 하순 사이 148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100보다 높으면 전분기보다 개선됐다는 의미이며, 아래면 그 반대다.
제조업의 시황 BSI가 80포인트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3년 1분기(77)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2분기 한차례 91을 기록했을 뿐, 대부분의 기간 83~86을 오갔으나 올해 들어 70포인트 대로 내려앉았다.
세부항목을 보면, 매출과 내수, 수출이 모두 2년 이내에 최악이었다. 매출 BSI는 77로 지난해 4분기(87)보다 상당폭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2023년 1분기(7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내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국내시장 출하(86→79)와 수출(90→86), 경상이익(85→80)이 모두 한분기 만에 하락하면서, 2023년 1분기 이래로 가장 부진했다.
자금사정 역시 78에 그쳐, 2023년 1분기(78)이후 2년만에 처음으로 8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2분기 89까지 오른 뒤, 3분기(86)와 4분기(83)에 이어 세 분기 연속으로 악화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총체적 경기부진이 다음 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전망 BSI를 보면 시황은 91, 매출은 95로 1분기보다는 높지만 4분기 연속으로 100을 밑돌았다.
ICT·중소기업 부진 심화…관세 대응 난망
산업유형과 기업규모 등으로 나눠서 봐도 동반 부진이 여실히 드러났다. 2025년 1분기 매출 BSI는 대다수 유형에서 100을 크게 밑돌았는데, 특히 ICT·신산업과 중소업체 중심으로 부진이 심해졌다.
산업유형별로는 ICT부문(75)과 신산업(77)에서 3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기계부문(79)과 소재부문(77)에서도 하락 전환했다.
매출액 규모별로는 상위 9.3%에 드는 대형업체(95)와 그 외 중소업체(76) 모두 100을 밑돌았다. 2025년 2분기 매출 전망 BSI의 경우에는 대형업체(102)가 2분기 만에 100을 소폭 넘어서면서 매출 반등 기대감이 나타났으나, 이를 제외한 모든 산업유형과 기업규모는 100을 여전히 밑돌면서 매출 부진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1분기 매출 BSI는 모든 업종이 100을 넘어서지 못했다. 특히 반도체(70)를 비롯한 주력 수출산업들이 일제히 부진했다. 무선통신기기(71), 조선(76), 일반기기(75), 철강(68), 섬유(72), 이차전지(69)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는 디스플레이와 가전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업종에서 동반 하락이 나타났다.
2분기 매출 전망 BSI 역시 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 화학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다수 업종에서 100을 여전히 밑돌았다.
이처럼 올해 1분기 들어 내수와 수출이 총체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제조업체들은 현행 경영활동의 부정적 요인에 대해서도 내수부진과 수출의 불확실성을 동시에 꼽았다. 현재 경영활동의 부정적 요인(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는 52%가 내수 부진 및 재고 누증을 꼽았다. 이어서 대외 불확실성 지속(43%), 고환율 및 자재비 부담 가중(36%) 등의 순이었다.
산업연구원은 “내수 부진 및 재고 누증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이자 부담 가중 및 자금난 응답(26%)이 전분기(19%)보다 증가한 점이 특징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대외 불확실성의 대표 요인으로 떠오른 트럼프 관세정책의 영향(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주력품목 가격경쟁력 저하(35.8%), 거래비용 증가·이익 감소(35.4%), 투자 감소·지연(31.9%)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실질적 영향이 미미하다는 응답은 19.8% 수준이었다.
이처럼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대처방법(복수응답)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기업이 전체의 42%에 달했다. 대책을 마련한 기업들은 원가절감 및 구매처 다변화(31.1%), 제품경쟁력 제고 및 기술개발(24.5%), 해외시장 개척 및 다변화(13.9%), 국내 판매비중 확대(13.0%), 수출·국내 제품 가격 전략 변화(12.3%), 해외 생산시설 이전(3.2%) 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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