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유통업계가 대형 인수합병(M&A), 디지털 전환, 신사업 진출 등 급속한 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10대 트렌드로 살펴본 식자재 유통·단체급식 시장의 현주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물가 상승에 따른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 현상으로 단체급식 수요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상당수 대형 식자재 유통기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달성했다. 동시에 식자재 유통업계에서는 잇단 대형 M&A를 통해 시장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심화되는 경쟁 환경에 대비해 다양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식자재 유통산업이 단순 납품구조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유통생태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B2B 중심의 식자재 시장에서는 AI 기반 수요 예측, 온라인 정산 시스템, 자동 발주·배송 트래킹 시스템 등이 도입되면서, 규모가 크고 디지털 역량이 우수한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한 시장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M&A를 통해 식자재 유통, 단체급식, 식품제조·가공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기업이 다수 관찰되고 있다.
식자재 유통산업에서 나타나는 10가지 트렌드
보고서는 최근 식자재 유통산업에서 나타나는 주요 트렌드를 10가지로 정리했다. ①인수합병(M&A)으로 요동치는 식자재 유통시장 ②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플랫폼화로 ③외식 솔루션 사업 본격화 ④푸드테크와 디지털 전환 가속 ⑤K-급식 앞세워 해외 진출 확대 ⑥군 급식 시장, 대기업들의 새 격전지로 ⑦프리미엄 급식으로 수주 경쟁력 강화 ⑧아파트 식음 서비스, 신시장으로 부상 ⑨컨세션 사업에서 찾는 성장기회 ⑩케어푸드 시장, 새로운 성장 동력 등이다.
식자재 유통 산업은 단순 납품을 넘어 데이터 기반 플랫폼 생태계로 진화 중이며, 단체급식 수요 확대와 맞물려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과 M&A움직임이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식자재 유통 시장이 영세업체 중심에서 대형화·디지털화된 구조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며, “신규 비즈니스 진출과 해외시장 확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한 차별화가 기업 생존의 관건”이라고 했다
▲인수합병(M&A)=식자재 유통·단체급식 업계에서는 최근 대규모 인수합병이 활발히 진행되며 구조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사조그룹은 2024년 식자재 유통에 강점을 가진 ‘푸디스트’를 인수하며 기존 농축수산 등 1차 산업부터 식품 제조, 유통·판매에 이르는 식품 밸류체인 완성형 구조를 갖췄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0년 푸디스트를 VIG파트너스에 매각한 이후, 5년 만에 아워홈을 인수하며 다시 식자재 유통시장에 진출했다.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외식 사업에 강점을 가진 아워홈과 자사 푸드테크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맥주 프랜차이즈 역전할머니맥주로 유명한 역전FnC, 급속 냉동 식자재 기업 한성그린팩토리 인수에 이어 기업형 식자재 도소매업체 푸드올마켓 지분을 90% 인수하며, F&B 분야 포트폴리오 간 사업적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화=과거 식자재 유통은 영세업체 위주의 구조로 전화 주문이나 방문 구매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아워홈은 2023년 8월 식자재 주문 플랫폼 ‘밥트너’를 론칭했고, SPC그룹의 SPC GFS는 온라인 플랫폼 ‘온일장’을 운영하며 일부 지역 식자재 상점의 제품을 직배송하고 있다. 푸디스트는 자체 브랜드 ‘식자재왕’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B2B 시장에서 상당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또, B2B 대상으로 식자재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마켓보로, 푸드팡, 딜리버리랩, 엑스바엑스 등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외식솔루션 사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식자재 유통기업들은 외식 컨설팅 및 솔루션 사업으로 수익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신메뉴 및 전용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외식솔루션’을 론칭했으며, 2023년에는 밀 솔루션 브랜드 ‘잇츠웰 레딧’을 출범해 영업용 밀키트 시장에 진입했다. 삼성웰스토리는 외식상품 개발, 세일즈 협력, 위생·안전 등 전방위적 컨설팅을 포함하는 ‘360 솔루션’을 선보였다.
▲푸드테크와 디지털=식자재 유통 및 급식업계에서도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AI를 이용해 식당 혼잡도를 측정하고 앱으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워홈은 감자 껍질 제거 로봇을 개발 중이다. 삼성웰스토리는 2023년 조리로봇 시스템 ‘웰리봇’을 도입하며 주방 자동화를 시도하고 있다.
▲K-급식으로 해외 진출=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며, 국내 급식업체들은 해외에서도 K-급식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2024년 기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등 국내 주요 급식업체들이 운영 중인 해외 사업장은 300여 곳을 넘어섰다. 이들은 현지화에 그치지 않고 한국화 전략을 내세워 차별화된 한식 중심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격전지 군 급식시장=2024년부터 병영식당의 민간 위탁이 허용되며, 군 급식시장이 급식 대기업들의 신성장 격전지로 부상했다. 식수 예측이 용이하고 20대 장병 위주라는 수요 특성 덕에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등 주요 기업들이 수주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급식=대형 급식업체들은 프리미엄 급식을 통해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다. 삼성웰스토리는 블루리본·미쉐린 인증 식당과 협업하며 구내식당에 미식 경험을 제공하고, CJ프레시웨이는 고피자, 뉴욕핫도그 등 외식 브랜드 메뉴를 도입했다. 아워홈도 쉐이크쉑, 닥터로빈 등 45개 이상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아파트 식음서비스=최근 고물가로 외식 부담이 커지면서 신축 아파트 입주민의 경우 아파트 단지에서 식사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 입주민의 단지 내 식사 수요 증가에 대응해 업계는 아파트 식음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트리마제’와 ‘래미안 원베일리’를 시작으로 아파트 커뮤니티 내 프리미엄 식음공간을 운영 중이다. 삼성웰스토리와 CJ프레시웨이도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식음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컨세션 사업=식자재 유통기업들은 공항, 휴게소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컨세션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스포츠 경기장 내 식음 매장 운영을 확대 중이며,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에서 컨세션 사업권을 수주했다. SPC는 고속도로 휴게소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케어푸드 시장=고령화와 웰에이징 트렌드에 따라 케어푸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8년 3704억원에서 2023년 5255억원으로 확대됐으며, 최근에는 일반인 수요까지 포함한 맞춤형 제품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질환별 식단을 제공하는 ‘그리팅’을 론칭했고, 아워홈은 요양시설, 어린이집 등 B2B 채널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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