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투자환경이 차갑게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의 주요 경제단체들은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을 우려했다.
3일 한국경제인협회는 OECD 경제산업자문위원회(BIAC)가 회원국 경제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경제정책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BIAC에는 한경협 등 총 45개국 경제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조사에는 36개 회원국 단체가 ▲세계 경제 전망 ▲경제성장 및 구조개혁 과제 ▲OECD 차원 정책협력 우선순위 등에 대해 응답했다.
내년 투자전망에 대한 인식을 보면, 경제단체 중 19%가 ‘완만히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76%가 이같이 답했는데, 올해는 그 비율이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반대로 투자가 ‘완만히 감소할 것“이란 응답은 지난해 18%에서 올해 70%로 크게 뛰어올랐다.
투자환경이 악화될 경우 각국 정책당국이 금리인하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금리인하에 속도를 내기도 힘들어진다. 경제단체들 중 55%가 올해 인플레이션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감소할 것이란 예상은 24%에 그쳤다. 투자환경이 악화되더라도 금리인하 등으로 단시일 내에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란 의미로 읽힌다.
BIAC 역시 ”지속되는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무역장벽이 세계경제 전반에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들의 체감경기와 투자심리를 급속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발 관세압박에 체감경기 급속 위축
BIAC 2025 경제정책 조사에 따르면, OECD 회원국 경제단체들은 올해 하반기 경영환경에 대해 지난해보다 크게 부정적인 인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을 조사에서는 경영환경을 ‘좋음(Good)’으로 평가한 비율이 78%에 달했으나, 올해는 16%로 무려 62%p 급감하며 체감경기가 급속히 위축된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경제단체 중 60%는 최근 무역정책 변화로 인해 자국 GDP의 0.5%p 이상 손실 발생을 예상했고, 37%는 GDP의 0.25%p 이상의 감소를 전망했다. 또 전체의 97% 이상은 무역장벽이 자국 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답했다. 한경협은 이에 대해 최근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정책, 무역협정 재검토 가능성 등 국제 통상질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OECD 회원국 경제단체들은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요인(복수응답)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8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 밖에 무역·투자 장벽(66%), 공급망 혼란(43%), 에너지 가격(24%), 노동시장 불균형(21%) 등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대내적 이슈 중 특히 노동력 부족과 숙련도 격차 등 노동시장 불균형 문제가 기업들이 직면한 핵심과제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국의 95%가 노동시장 불균형 문제를 중요한 대응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중 66%는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BIAC은 이에 대해 “OECD 국가들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고실업과 노동력 부족이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적 병목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OECD 회원국 경제단체들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OECD의 정책 우선순위 분야(복수응답)로 국제무역(93%), 디지털 정책(58%), 기후·에너지 정책 공조(53%) 등을 꼽았다. 이중 ‘국제무역’ 응답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 각국이 글로벌 통상질서 회복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IAC은 이번 조사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은 무역장벽 확대와 지정학 갈등 속에서 더 이상 자국 정책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OECD가 무역질서 회복과 디지털 규범 조율을 이끌어가는 다자협력의 핵심 축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및 최근 이란-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지역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내수 회복세도 제한적인 가운데, 지금이 대외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면밀한 대응을 위해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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