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쟁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회사들 사이의 분쟁을 생각하겠지만, 회사 내부, 구체적으로는 회사 임원과 주주 또는 최대주주와 소수주주 사이의 분쟁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다룬 ‘투자금의 회수를 담보하는 주식매수청구권’에 이어, 이번에는 투자자와 회사 또는 투자자와 최대주주 사이에서 발생하는 분쟁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는 ‘회계장부열람권’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회계장부열람권의 의미=기본적으로 회사의 소수주주는 회사의 경영이나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회사의 경영상 정보나 자료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투자자는 투자계약서에 이사선임권 등을 넣기도 합니다.
그러나 투자계약에서 투자자, 즉 소수주주의 권리를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회사의 경영상황이나 임원 또는 최대주주의 위법행위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상법에서 정하고 있는 ‘회계장부열람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상법 제466조는 “주주의 회계장부열람권”이라는 제목으로,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의 장부와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제1항), “회사는 제1항의 주주의 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도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항).
즉 일정한 지분을 갖는 주주라면 열람이 필요한 이유를 밝혀 회계장부와 서류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고, 이때 회사는 부당한 청구임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회계장부열람권의 요건=회계장부열람권이 소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 이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할 경우 오히려 회사 운영에 방해가 되고 부당한 목적으로 남용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상법은 일정한 요건을 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비상장회사의 경우라면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여야 하고(동법 제466조), 상장회사의 경우라면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상장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만분의 10(자본금이 10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1만분의 5)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여야 합니다(동법 제542조의6). 이는 극히 적은 주식을 보유한 주주의 청구를 막기 위한 것으로 회사의 규모에 따라 요건에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주주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장부열람권을 행사하여야 하고, 이에 대해 대법원은 주주가 제출하는 열람, 등사청구서에 붙인 ‘이유’에 대하여 ‘회사가 열람, 등사에 응할 의무의 존부를 판단하거나 열람, 등사에 제공할 회계장부와 서류의 범위 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열람, 등사청구권 행사에 이르게 된 경위와 행사의 목적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면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즉 추상적으로 ‘회사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으므로 경영감시가 필요하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어떠한 사실이 발견되어 위법행위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의 구체적 기재는 필요합니다. 다만 ‘이유를 붙인 서면’은 법원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회사에 보내야 할 것은 아니며 법원을 통한 소장이나 신청서 등의 송달로 요건을 충족시킬 수도 있습니다.
한편 회계장부열람권의 행사 상대방인 회사로서는 그러한 열람, 등사 청구가 부당한 경우 이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회계장부열람권 행사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악의성 유무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해 판단한다’는 기준을 두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 주주의 권리행사가 회사 운영에 차질을 주고 주주 공동의 이익을 해치거나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주주가 취득한 정보를 경업에 이용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청구가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회계장부열람권의 대상과 행사 방법=회계장부열람권의 대상이 되는 서류는 회계장부와 그 근거가 되는 자료들로, 상법에서 구체적인 서류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앞서 설명한 열람 및 등사가 필요한 이유와 관련이 있는 서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회계장부열람권의 행사는 회사에 대하여 ‘이유를 붙인 서면’을 회사에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나, 회사가 이에 대해 회신을 하지 않거나 부당한 청구임을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에는 법원의 소송절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주주로서는 본안 소송 또는 가처분 신청을 통해 회계장부의 열람 및 등사를 청구할 수 있으나 실무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본안 소송 보다는 가처분 절차를 이용하는 편이며, 이 경우에는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이유, 즉 보전의 필요성 등에 대한 소명이 좀 더 필요할 수는 있습니다.
이처럼 회계장부열람권은 소수주주의 회사 정보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유용한 권리이고 특히 경영권 분쟁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부당한 청구인지 잘 살펴 회사의 경영상 중요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도 있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법무법인 세움 김진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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