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산업이 저성장, 저금리,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 ‘삼중고’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수익성·건전성·성장성 모두 압박을 받는 가운데, 자산운용 고도화와 비용 효율화,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21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2026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경쟁 심화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신기술 및 규제의 발전이 맞물리며 2026년 보험산업은 전례 없는 생존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경영 대응과제…부채 관리, 자산운용 고도화, 비용 효율화
그러면서 노 실장은 2026년 산업 대응방향으로 ‘경영 대응과제’와 ‘정책 대응과제’를 구분해 제시했다.
경영 대응과제의 핵심 키워드는 ▲적극적 부채 관리 ▲자산운용 고도화 ▲비용 효율화다. 먼저 적극적 부채 관리와 관련해, 노 실장은 “상품개발 단계부터 자본 부담을 고려한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며 “독일은 저축성 보험에서 연금보험으로, 일본은 일시납 종신보험에서 건강·의료보험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전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국내 보험사도 장기 확정형보다는 갱신형 상품으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유계약 관리 측면에서는 계약이전제도를 활용한 재무건전성 개선과 리스크 분산을 제안했다. 영국 아비바(Aviva)와 캐나다라이프(Canada Life)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계약을 이전해 사업구조를 단순화한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자산운용 고도화를 위해 자산집약적 재보험(Asset Intensive Reinsurance, AIR)과 파생상품 활용이 중요하다고 했다. 노 실장은 “AIR은 공동재보험보다 진화한 형태로 자본관리와 수익률 제고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며 “일본 보험사들은 신지급여력제도(ESR) 대응과 투자수익 증대를 위해 AIR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금리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파생상품 운용 확대도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은 보험부채에 헤지회계를 적용해 이자율스왑·금리선물 등 다양한 상품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용 효율화와 관련해서는 “IFRS17((국제보험회계기준) 도입 이후 CSM(계약서비스마진) 확보를 위한 사업비 지출이 급증했다”며 “국내 보험사의 기타 사업비 비중은 평균 10.4%로 해외사 국내지점(17.6%)보다 낮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업비 경쟁이 장기 수익성 훼손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장 규율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채널 운영 및 비용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대응과제…새 정부 국정과제와 연계한 ‘ASAP’ 전략
노 실장은 신정부의 경제·사회 국정과제를 반영한 ‘ASAP’ 전략을 보험산업의 정책 대응방향으로 제시했다. A(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S(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A(Aging Society·고령사회), P(Productive Finance·생산적 금융)를 의미한다.
▲인공지능=인공지능 부문에서는 산업 AI 전환 촉진, 윤리·신뢰 기반 조성이 핵심이다. 그는 “AI는 이제 파일럿 단계를 넘어 실질적 운영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며 “AI를 상품개발, 고객응대, 리스크관리 등 실제 업무 전반에 적용하고,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AI 리스크를 내부통제로 관리하는 동시에 AI 모델 보증보험, 딥페이크 탐지 솔루션 등 새로운 상품 개발을 통해 수익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속가능성=지속가능성 대응과 관련해 노 실장은 “보험사는 탄소감축 기업의 자금 공급자인 동시에 기후위험 보장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기후리스크를 건전성 감독 체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럽·일본·영국 등은 이미 전환금융 지침과 스트레스 테스트를 제도화하고 있다”며 “국내도 ESG 리스크 평가와 상품 개발을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사회=고령사회 대응으로는 보험회사가 보장 중심 모델을 넘어 건강관리·요양·주거 등과 결합된 통합 돌봄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2024년 11월 시행된 보험금 청구권 신탁제도를 언급하며 “보험사의 신탁 수탁고 증가율은 금융업권 중 가장 높지만 규모는 작다”며 “치매·상해·질병보험 등으로 신탁 대상을 확대하고 공공신탁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적 금융=생산적 금융 측면에서는 정부의 국민성장펀드(150조 원 규모) 조성과 연계해 보험회사의 장기자금 공급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K-ICS 위험계수 개선, 정책펀드 연계 연금보험 개발 등을 통해 생산적 금융 참여를 강화해야 한다”며 “선진국처럼 금융규제 완화와 산업 중심의 금융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건엽 실장은 “2026년 보험산업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지만, 단순히 위기를 버티는 산업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성장 기회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ASAP 모델은 먼 미래의 계획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보험회사가 수익성과 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 산업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며 “AI·지속가능성·고령사회·생산적 금융 대응이 향후 산업 재도약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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