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청년의 동반성장…기회와 희망을 찾다

기업탐방 기회부터 AI 마음진단까지…2025 상생협력채용박람회 

 

“저희는 작년에 AI 팀을 새로 꾸리면서 관련 인재를 뽑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관련 전공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요즘에는 대학에서 AI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국비 지원을 통해 AI 기술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현재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중에도 개발 베이스가 아닌데도, 혼자 공부를 해서 AI 쪽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회사인 엔카닷컴㈜ 채용담당자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위 말하는 ‘스펙’ 보다는 ‘본인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무엇을 했는지’가 채용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상생협력 채용박람회에는 이렇게 실질적인 능력을 갖춘 구직자들을 찾는 중소기업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반면, 제조업에 기반을 둔 뿌리산업 업계는 구직자를 찾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AI 강소기업관, 중소벤처기업부관 등 최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의 채용부스에는 취준생의 상담이 꾸준히 이어졌지만,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협력관의 채용부스에는 빈 의자가 많이 보였다. 

 

중기이코노미가 이번 상생협력 채용박람회 현장을 찾아 우리 강소기업의 비전과 채용 방향, 제조업의 미래성과 애로사항을 들어봤다. 

 

스펙보다는 스킬…현장’ 적용 가능한 직원을 찾는다

 

엔카닷컴㈜은 자동차 플랫폼 업계에서는 최초로 작년에 처음 AI 관련 팀을 꾸렸고, 관련 인원도 채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AI 코딩 도구인 커서(cursor) 도입과 AI 네이티브(AI Native)를 통해 기업 문화와 툴을 AI 중심으로 구현했다. 이런 사업적인 판단은 매출 확장으로도 이어졌다고 한다. 

 

이 회사의 채용담당자는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AI 분야는 AI 챗봇 시스템”이라며, “그동안 개인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져 고객센터 직원들은 전화를 받는 것에 업무가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AI 챗봇 기능을 도입하고부터 고객에 답변을 해주는 처리 속도가 몇 배는 빨라졌다. 이로 인해 기존의 인력들이 다른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자부했다. 

 

개발에 관심이 많고,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밟은 청년이라면, 비전공자라도 채용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는 강소기업은 또 있다. 데이터 분석 및 네트워크 보안 등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정보보호 전문 벤처기업인 ㈜시큐다임은 2021년에 자체 개발한 정보 유출방지 솔루션만으로 누적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김재관 이사는 “국내 최초의 포렌식 기반이라는 콘셉트를 적용한 DLP(Data Loss Prevention) 솔루션”이라며, “기존 DLP 기술이 실시간 관제 및 감시를 통해 분석, 차단을 하고 있지만, 사후대책이 안 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최근에 AI가 발달하면서 기업체는 물론, 개인도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정보 유출이 되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 개발자의 경우에는 코딩 시 AI 툴을 이용할 때 자기가 만든 내부의 기밀 관련 기술이 유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시큐다임 솔루션은 이런 정보 유출 방지뿐만 아니라 사후 대책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에 설계 도면이나 기밀 기술을 다루는 제조업에서 주로 도입하고 있다. 

 

김재관 이사는 “2021년에 자체적으로 개발해 내놓은 로카드(LOCKARD) 솔루션은 풀 패킷(Full Packet) 기반의 내부정보 유출 및 외부위협 탐지 플랫폼으로 사후 대응까지 가능한 최초의 DLP였고, 클라우드가 발전하면서 2022년도에 클라우드 망에도 가능한 로카드 클라우드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이후에는 24시간 중단 없이 운영해야 하는 제조업 생산 라인 망에도 들어갈 수 있는 로카드 OT도 개발해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단방향 통신 프로토콜의 제조업은 공장 망 자체가 폐쇄적이라고 생각해서 해킹의 위험에서 좀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해킹 기술의 발달로 OT 해킹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AI 기술을 접목하고 AI 엔진을 탑재한 멀티 모달 LLM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한다. 

 

김 이사는 “우리는 업계에서 국내 최초 타이틀을 달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올해 초에는 중소벤처기업부 도약(Jump-Up)프로그램에 IT 보안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선정됐고, 지난 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대한민국 미래 혁신 장관상을 받았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이미 업계에서 매출을 일으키고 있고, 자리잡고 있는 만큼 AI를 접목시킨 솔루션과 보안 쪽에 관심이 있는 구직자들을 채용할 계획”이라며, “물론,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거나 C언어나 파이썬 등 언어에 대한 경험이 있는 구직자를 우대하긴 하지만, 요즘에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을 익힌 청년들이 많기 때문에 개발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채용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엣지 AI, IoT 융합 영상감시 플랫폼 전문기업인 트루엔(TRUEN)도 AI 인력을 찾기 위해 이번 박람회에 참가했다. 

 

이 회사의 곽종우 차장은 “CCTV는 공공의 안전이 첫번째 목적이다. 우리는 이런 사회 보장 안전에 특화돼 있다”며, “사람들을 디텍션(detection)해서 몇 명이 라인 안에 있는지 파악해 원활, 심각 등 단계별로 구성해 관제센터에서 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고, 사람이 쓰러지거나 싸움 등 위험 사항까지 파악해 경고 사인을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스에 설치한 모니터에는 다양한 장소의 CCTV 화면이 보였는데, 국내에서 가장 복잡한 장소 중 한 곳인 서울역의 경우에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특정해 KTX 플랫폼으로 향하는 게이트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몰려 있는지 보여줬다. 

 

트루엔은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얼마 전에는 국가정보원의 IP 카메라 보안요구사항 V3.0 인증을 획득했다. 홈캠 안정성도 자신했는데, 펌웨어부터 앱 개발, 서버 등 모든 과정을 국산화 실현을 통해 공공기관 CCTV에 준하는 소프트웨어 보안 정책을 적용했다고 한다. 현재 트루엔은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등 유럽과 두바이 등에 진출해 해외에서도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이 회사는 영상감시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경험이 있는 만큼 AI 영상 분석 등 영상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한 인재를 찾고 있다. 그중에서도 석사 이상의 경력직을 우대한다고 전했다. 

 

‘제조업계’, 기술 혁신으로 사업 확장해 채용도 ‘활발’

 

자동차 부품에서 신소재 사업 분야로 개발을 진행하며 사업 확장을 하는 제조업체도 있다. 

 

㈜코웰 김준태 선임연구원은 “우리의 주력 분야는 금속 소재 분야로, 금속 와이어, 니켈, 합금, 용접봉부터 자동차 전자밸브, 배기열 회수 장치 등 자동차 부품에 이어 플랜트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 안에 들어가는 세라믹 소재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등 3~4년 전부터 신소재 사업 쪽으로 개발을 진행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들어가는 구조용 세라믹부터 시작해 전자 세라믹, 발전기에 들어가는 소재, 항공 부품까지 확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제조업이라는 업계 특성상 채용을 희망하는 인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고민이라고 한다. 

 

김준태 선임연구원은 “뿌리 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일례로,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가 일어났던 시기에, 중국에서 값싼 제품들을 들여오는 상황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제품의 퀄리티에 문제가 생기는 사태가 있었다”며, “우리 자체적으로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웰은 현재 학교, 한국세라믹기술원 등 관련 기관들과 협약을 맺어 인재 찾기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김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신입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며, “학점이 좋고, 자격증이나 영어 점수가 있으면 플러스 요인이 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우리 회사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의지를 보이는지, 또, 회사에 융화돼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판단한다”고 했다.

 

선재조업전문 회사인 동화기업은 3D 업종이라는 제조업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일 환경 개선 등 여러가지로 노력하고 있다.

 

포스코 협력사인 이 회사의 채용 담당자는 “선재 생산에 필요한 빌레트(BILLET) 소재를 가공해 선재를 뽑아내는 작업을 한다”며, “주로 자동차 내연 기관에 들어가는 스프링, 볼트, 넛트, 타이어 코드, 피아노 선재, 교량의 와이어에 쓰인다. 특히, 자동차가 고급화됨에 따라 내구성이 떨어지는 일반강이 아닌, 고급강으로 제조한다”고 소개했다.

 

특화된 기술을 갖고 있는데도, 경상북도 포항시에 위치한 지리적인 부분과 작업 환경에 대한 인식 때문에 채용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채용 담당자는 “지역의 인재를 뽑기 위해 우선적으로 특혜를 주고 있고, 타지에서 오는 인재를 위해서는 여러 복지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열 가공을 통해 선재를 뽑아내므로 혹서기에는 체감 온도 50도 이상 될 정도로 작업 환경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이에 환풍 시설과 냉방 시설 확장을 통해 그런 부분에 노출이 되지 않도록 개선하고 있고, 수작업보다는 자동화를 통해 각 공정을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전 궁금하다면…기업탐방 기회부터 AI 마음진단까지

 

이번 채용박람회에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는데, 특히 청년들이 취업 전 자기에게 맞는 일자리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미래내일 일경험’ 부스를 통해 인턴십, 프로젝트 참여, 기업탐방 등 청년들이 다양한 일경험을 쌓을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들을 안내했다. 

 

인턴형의 경우 최대 5개월간 회사에 상주해 일경험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한 달에 140만원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프로젝트형은 팀이 함께 과제를 풀어나가는 형태로 일주일에 2~3번씩 두달 이상 모여 멘토링을 받으며 진행한다. 팀 수당으로 약 120만원, 개인 수당으로는 약 30만원을 지급한다. ESG 지원형은 사회 공헌 차원으로 취업까지 연계되는 것으로, 기업이 원하는 기간 동안 참여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청년 일경험 포털에 접속하면 지역별, 직무별 검색을 할 수 있다”며, “만 15세부터 34세까지 가능하고, 한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 후 종료되면 다음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일 년에 최대 두 번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멘털 관리가 취준생에게 중요해지면서 AI와 마음을 결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키오스크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넥스브이 관계자는 “AI가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런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다”며, “1~3분 정도 투자하면 오늘 자기 마음 상태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고, 어떻게 하루를 보내면 좋을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령대, 성별 등 기본 사항을 터치하면 불안감, 죄책감, 긴장감, 우울감, 수면장애, 가슴답답함, 집중력 저하, 짜증 등 현재 마음 상태를 나타낼 수 있는 20개의 키워드가 나타난다. 이 중 5개를 선택하면, 만성피로 검사, 지각된 스트레스 정도, 인터넷중독 검사, 우울증 선별검사, 주관적 기억력 감퇴 설문 등 자신에게 맞는 5개의 추천검사가 뜬다. 

 

이 관계자는 “제일 많이 찾는 검사가 지각된 스트레스 정도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이 키오스크를 이용했는데, 한 명도 스트레스 지수가 낮게 나온 사람이 없었다”며, “초등학생도 40점 만점에 18점 정도의 중등도 스트레스 지수를 보인다. 물론, 이 점수는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보통의 점수이지만, 그래도 스트레스 관리를 해줄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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