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보다 연속·반복지원이 中企 고성장 이끈다

수출·창업·기술 분야 연속 수혜가 고성장 전환 확률 가장 높여 

 

중소기업의 ‘고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인은 지원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지원을 반복해서 받는 경험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수출, 창업, 기술 분야에서 3회 이상 연속으로 지원을 받은 기업일수록 고성장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게 높았다.

 

김준엽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8일 열린 ‘중소기업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고성장기업 지원 이력 및 효과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중소기업중앙회, 기업가정신학회,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한국경제학회, 한국중소기업학회 등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김 부연구위원은 “고성장기업은 성장사다리의 역동성을 지탱하는 축이자 국민경제의 대리지표”라며, “고성장 단계로의 스케일업이 작동하는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정책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선순환 구조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OECD 기준에 따르면, 고성장 기업은 고용 10인 이상이면서 매출 또는 고용이 3년 연평균 20% 이상 증가한 기업으로 정의한다. 이번 연구는 중소기업통합관리시스템(SIMS)에서 관리되는 326만5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고성장 여부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데이터를 추적해 판정했고, 정책 효과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지원 이력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우선 고성장 기업의 업종 구조는 일반 기업과 뚜렷하게 대비됐다. 일반 기업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같은 내수 서비스업 비중이 높았지만, 고성장 기업은 제조업,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 기술·지식 기반 업종이 중심이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강화됐고, 모든 규모에서 제조업이 고성장 비중 1위를 차지했다.

 

또한 고성장 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수혜 건수와 금액이 모두 높았다. 2023년 기준 전체 중소기업 가운데 고성장 기업은 2만591개이며, 이 가운데 22.5%가 중기지원사업 수혜 기업이었다. 매출 고성장 기업이 가장 많고, 매출과 고용이 동시에 고성장인 기업은 1.7%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비수혜 기업에서도 고성장 사례가 나타났지만, 김 부연구위원은 “이는 일부 기업이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역량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소기업 지원사업, 금액보다 지원빈도가 성장 결정

 

중기지원사업이 고성장 전환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기지원사업을 이용한 기업은 지원을 받지 않은 기업보다 고성장 단계로 전환될 확률이 50~100% 더 높았다. 이미 고성장 상태인 기업이 그 지위를 유지할 확률 또한 20% 이상 높아 정책 효과가 분명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발견은 고성장 전환을 유도하는 요인이 ‘지원금액이 큰가’가 아니라 ‘얼마나 반복해서 지원을 받았는가’였다는 점이다. 변수별 상대적 중요도를 측정한 결과, 가장 높은 영향력을 보인 요인은 수출 분야에서 3회 연속 지원을 받은 이력이었다. 이 요인의 중요도는 31.6%로 단일 요인 중 가장 높았다. 이어 창업 분야 3회 연속 수혜(7.2%), 기술 분야 3회 연속 수혜(5.2%) 등이 뒤를 이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동일 분야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지원을 반복해 받는 경험이 기업의 운영 시스템과 역량을 빠르게 축적하게 만든다”며 “단발성 지원보다 연속된 패키지형 지원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총 지원 횟수도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고성장 직전 연도의 총 지원 횟수는 중요도 5.8%, 전전 연도는 4.9% 수준이었지만, 같은 연도의 지원금액은 1.4%로 중요도가 크게 낮았다. 즉, 기업이 고성장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돈을 한 번에 받았느냐보다, 지원사업을 몇 번 경험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1년에 한 번 큰 금액을 받는 것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 번 받는 기업이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지원금액을 늘리는 것보다 지원 기회를 자주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한 혼합 지원에서도 수출 분야가 결합된 조합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향력을 보였다. 예컨대 수출→내수→내수, 기술→수출→수출 같은 조합이 상위 요인에 포함됐다.

 

 

정책은 한 번 크게가 아니라 반복·연결된 지원으로

 

김 부연구위원은 “고성장 전환은 지원금액이 아니라 지원빈도, 그리고 각 분야가 어떤 순서로 반복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며, 고성장 전환을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 트랙과 누적 지원구조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 번에 많은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보다 기업이 지원사업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도록 만드는 정책 설계가 훨씬 효과적”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업은 사업계획서 작성, 요건 충족, 실적 관리 같은 행정 절차를 반복 학습하며 성장 역량을 자연스럽게 강화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수출·창업·기술 분야는 반복 지원 효과가 뚜렷하므로 관련 정책을 패키지화하거나 트랙 기반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원 경험의 누적은 기업 성장의 촉매 역할을 한다”며, “정책 설계 시 가장 효율적인 분야 중심으로 자원을 우선 배분하고, 기업이 성장 사다리를 타고 오를 수 있는 구조적 경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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