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 검증 예산 늘리고 분석 공백을 없애야”

중소·중견기업 특허 리스크 관리에 FTO 분석 필수적

 

특허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술을 보유한 것만으로는 사업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시장과 기술거래 현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타인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지에 대한 선제적 검증, 즉 FTO(Freedom to Operate) 분석이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관련 지원사업 예산이 줄고 있고, 제도 구조상 FTO 분석 공백 등 구조적인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기업의 특허관리 리스크와 제도개선 방안-중소·중견기업 대상 FTO 분석 지원 내실화 ’ 보고서에서 “기업이 상당한 자본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 제품 또는 공정이 만약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하게 될 경우, 제품의 생산·판매 중단, 막대한 손해배상, 기업 이미지 추락 등으로 이어져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놓일 수 있다”며, 중소·중견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특허 리스크 관리를 위해 FTO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FTO 분석은 기업이 개발하거나 도입한 기술·제품·공정이 제3자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고 사업화가 가능한지를 검증하는 절차다. 기술거래·투자·수출 전 단계에서 요구되는 핵심 검토항목으로 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특허출원 건수는 2018년 20만9992건에서 2024년 24만624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허 밀도가 높아질수록 잠재적 침해 가능성 역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기술계약과 M&A에서 드러난 FTO의 결정력

FTO 분석의 중요성은 실제 기술계약 분쟁 사례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코스닥 상장사 A사는 이중항체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B사의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플랫폼 기술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을 통해 A사는 ADC플랫폼 기술을 결합한 항체를 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FTO 분석 과정에서 해당 기술이 제3국 기업의 선행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A사는 특허 불확실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고, 이로 인해 B사는 기술 신뢰도 논란과 함께 주가 급락이라는 후폭풍을 맞았다.

이 사례는 기술이전 계약이나 기술기반 기업 인수합병(M&A) 실사 단계에서 FTO 분석이 사후 검토가 아닌 선제적 판단 기준이 돼야 함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특허 리스크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계약은 기업가치 훼손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원 예산은 줄고, 접근성은 낮아진 FTO 제도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국제 특허분쟁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특허분쟁 대응전략 지원사업’을 운영하며 FTO 분석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분석 비용의 70%, 중견기업은 50%를 정부가 부담하는 구조다.

그러나 보고서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실효성에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지원사업 예산은 2023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며 2025년에는 2년 전 대비 38% 줄었다. 같은 기간 신청건수는 증가했지만, 지원건수는 오히려 감소해 선정률도 크게 하락했다. 기술력은 있으나 자원이 제한된 중소·벤처기업일수록 특허 리스크 관리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제도 구조상 FTO 분석 공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행 특허법상 특허출원 후 1년 6개월 동안은 출원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이 기간에 있는 특허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다. AI, 반도체, 바이오 등 특허 출원이 집중되는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잠재적 침해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리스크 관리…조기공개 연계와 AI 활용이 해법

보고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특허 우선심사 제도와 출원 조기공개 제도의 연계를 통해 FTO 분석의 정보 공백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조기공개를 신청한 출원에 우선심사 혜택을 부여하면, 시장에 공개되는 특허 정보가 빠르게 축적돼 분석 정확도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FTO 분석 지원사업의 예산 정상화와 분석 대상국 확대도 과제로 제시됐다. FTO 분석은 분쟁 예방을 넘어 기업의 연구개발 방향 설정과 수출 전략 수립에 직결되는 요소인 만큼 정책적 우선순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AI 기반 데이터 처리 역량과 변리사·전문가의 정밀한 판단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FTO 분석체계 구축도 제안했다. 방대한 특허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하는 AI의 장점과 전문인력의 해석 능력을 결합해 분석 범위와 신뢰도를 동시에 끌어올리자는 취지다.

특허 경쟁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FTO 분석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 전략에 가깝다. 제도의 공백이 방치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중소·중견기업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특허 보호를 넘어 특허 리스크 관리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