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활성화 기업사냥이란 부정적 인식 바꿔야

M&A를 통해 中企는 스케일업 , 대기업은 혁신역량을 획득  

 

M&A는 중소기업이 스케일업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고, M&A시장 활성화는 혁신성장 선순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M&A를 기업사냥, 가업상속을 위한 변칙적인 수단, 기술탈취 등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정서가 많다. 이에 따라 기술과 경영 노하우·고용인력 등 우수한 기업자원을 더 크게 활용하지 못하고, 산업발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과 중소기업연구원이 23일 개최한 ‘중소벤처기업 M&A활성화 정책’ 토론회에서 나수미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M&A를 통한 벤처투자생태계 활성화 방안 연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스타트업 M&A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보비대칭 상황을 해소하고, 각 시장 참여자들의 역량 및 유인을 강화함과 동시에 창업과 성장 단계부터 M&A회수를 고려한 정책지원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를 견인하는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생태계는 ‘창업-성장-회수’ 각 단계별 시장이 고르게 발달했다. 특히 활성화된 회수시장은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생태계 선순환의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IPO를 통한 회수의 경우 평균적 13~15년의 기간이 소용되는데 반해, M&A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성공적으로 안착한 중소벤처기업 창업자는 M&A를 통한 수익을 재투자함으로써 벤처투자생태계 선순환에 기여한다.

 

창업단계에 집중된 지원, 회수 통한 재투자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진흥공단 예산의 58%가 창업단계에 집중됐다. 창업지원에 쏠린 정부지원이 지금까지 창업단계에서 마중물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회수를 통해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게 나수미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글로벌 경제전문지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 M&A시장은 약 73조원으로 1515건의 M&A가 이뤄졌다. 전년대비 10.3% 증가했으며, 거래금액 및 투자회수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높은 투자회수율에 비해, 한국의 투자회수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내비게이션 서비스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 창업자 그룹은 김기사를 카카오에 매각한 후, 김기사컴퍼니를 새로 세우고 공유사무실 스타트업으로 재창업했다. 나 연구위원은 M&A시장 활성화를 통해 회수시장에서 창업생태계로 이어지는 재투자 폭포를 일어날 때, 민간주도의 혁신생태계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M&A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복합적인 요인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국내에서 M&A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라는 게 나 연구위원 분석이다. ▲대기업의 불공정한 경쟁 관행 ▲중소벤처기업 기술과 인력의 탈취 문제 ▲대규모 기업집단의 시장지배력 및 지배구조 문제 등이 M&A 활성화를 제약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이유로 대기업은 국내 스타트업 M&A를 주저하고, 해외 M&A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결국 국내 M&A시장은 수요자 중심이 돼, 국내 스타트업이 저평가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매각 의향이 있어도 방법을 모르고, 전문인력에 대한 접근성도 낮다. 스타트업 가치평가 역시 객관성이 떨어진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 M&A를 통한 사업매각을 사업실패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M&A 의사가 있는 중소기업을 물색하고, M&A 거래가 종결될 때까지 지원하는 전문중개인도 없어 M&A 활성화가 어려운 환경이다.

 

성공적인 M&A 조건…적정가치·상호이익·공정거래

성공적인 M&A란 어떤 경우를 의미할까. 나 연구위원은 성공한 M&A는 양 기업간 상호이익을 도모하는 인수합병은 ▲적정 가치 인정 ▲공정한 거래 과정 ▲기업간 상호이익 부합(상생M&A) 등을 조건으로 한다고 말했다.

 

◇적정 가치 인정=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대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적정 거래가격 산출이 필요하다. 나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벤처캐피탈 요즈마 그룹이 한국진출을 위한 사전조사 중, 카카오에 600억원에 팔린 김기사의 기술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구글에 1조원에 매각된 이스라엘 웨이즈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수하려는 대기업보다 매각을 원하는 스타트업이 많은 국내 M&A시장에서 스타트업의 가치가 저평가된 사례다. 

규제환경 등을 이유로 자본력 있는 대기업조차 M&A에 인색한 상황에서 스타트업 가치평가 자체도 쉽지 않다. 글로벌 마켓 접근성도 낮아 적정한 M&A 거래가격 산출은 더욱 어렵다. 나 연구위원은 스타트업은 유형자산이나 장부가치에 기초한 평가방식이 아닌, 기술과 사업모델의 성장가능성 등 미래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한 거래과정=스타트업 입장에서는 M&A 전문인력 접근성이 떨어지고, 전문적인 자문을 받기 위한 자금력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은 M&A를 통해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경제적 이익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 연구위원은 매도자와 매수자를 식별해 정보망을 구축하고 적절하게 매칭해, 거래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시장조정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호이익 부합=나 연구위원은 바람직하게 성사된 M&A는, 스타트업의 혁신역량과 대기업의 성장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상호이익이 극대화되는 거래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치약을 개발한 루치펠로는 탄탄한 제품력을 갖춘 구강케어 브랜드로 국내외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LG생활건강은 루치펠로 코리아를 인수해, 페리오·죽염 등 자사 중저가 치약브랜드에 프리미엄 라인을 더해 생활용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대기업 계열사로 인수된 이후에도, 창업자를 비롯한 스타트업의 기존 조직은 그대로 존속됐다. 스타트업의 혁신역량을 보존하고 싶었던 LG생활건강 의지였다. M&A를 통해 루치펠로는 LG의 자금력과 네트워크, 안정적 판로라는 성장역량을 갖췄다. LG는 스타트업 조직 전체를 그대로 인수해, 대기업이란 특성상 획득하기 쉽지 않은 혁신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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