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의뢰인의 미이행은 수출입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계약위반 

 

신용장상의 수익자(수출자) A는 신용장 개설의뢰인 B(수입자)와 수출입계약을 체결하고 선적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B는 당초 합의와 달리 신용장을 개설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A는 여러 번에 걸쳐 신용장개설을 요청하던 중, B가 신용장을 개설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수출입계약을 해제하고 선적 중단할 것임을 통보했다.

그러자 B는 “일시적인 이유로 신용장의 개설이 지체된 것이지 신용장개설의 의사 없었음이 아니”라는 항변을 하며 수출입화물의 인수 후, 전매기회의 상실로 인한 손해금액의 배상을 청구하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에 A는 분쟁해결의 준거법정인 자신의 관할구역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계약의 해제 및 손해배상의 청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준거법이 ‘국제물품 매매계약에 관한 UN 협약’임을 원용하고 있다. A의 수출입계약 해제 및 손해배상 청구는 보호받을 수 있는가?

 

◇쟁점=계약 당사자는 신의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수출입계약의 체결에 이르면 

①매도인은 계약의 내용에 따라 하자 없는 물건 전량의 적기인도를, 

②매수인은 대금전액의 적기지급을 위한 준비 및 이행행위 등에 돌입해야 한다.

 

◇규정=매수인은 계약과 협약에 따라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국제물품 매매계약에 관한 유엔 협약 제53조),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에는 그 지급을 위하여 계약 또는 법령에서 정한 조치를 취하고 절차를 따르는 것이 포함된다(같은 협약 제54조). 

그리고 당사자 일방의 계약위반이 그 계약에서 상대방이 기대할 수 있는 바를 실질적으로 박탈할 정도의 손실을 상대방에게 주는 경우 이는 본질적인 계약위반이 되며(같은 협약 제25조), 매도인은 계약 또는 협약상 매수인의 의무 불이행이 본질적인 계약위반으로 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같은 협약 제64조).

 

◇판례=국제물품 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에 따라, 협약이 준거법으로 적용되는 국제물품 매매계약에서 당사자가 대금의 지급을 신용장에 의하기로 한 경우 매수인은 계약에서 합의된 조건에 따라 신용장을 개설할 의무가 있고, 매수인이 단순히 신용장의 개설을 지체한 것이 아니라 계약에서 합의된 조건에 따른 신용장의 개설을 거절한 경우 이는 계약에서 매도인이 기대할 수 있는 바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서 협약 제25조가 규정한 본질적인 계약위반에 해당하므로, 매도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대법원 2013.11.28. 선고, 2011다103977).

 

◇결과 및 시사점=국제거래 결제의 안전성 보증을 위한 신용장 제도의 취지상, 신용장 개설의뢰인의 개설 미이행은 수출자인 매도인이 수출입계약 이행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본질적인 계약위반으로 A의 계약해제 청구는 인용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범구 법률사무소·특허법률사무소 김범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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