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 육성, 공정하고 투명한 중재자 필요

혁신성장 마중물, M&A 통한 투자금회수…韓 2.5% vs 美 40% 

 

지난 연말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4조7500억원에 매각됐다. 시장독점 논란으로 그 의미가 희석됐지만, 스타트업계에서는 대표적인 M&A 성공사례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영국 사모펀드 CVC캐피탈은 숙박 O2O앱 ‘여기어때’를 약 40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AI스타트업 ‘수아랩’도 지난해 10월 미국 딥러닝 개발기업 코그넥스로부터 매각대금 2300억원을 받았다.  

M&A는 중소벤처기업에게 또다른 혁신과 함께 성장 가능성을 높여주고,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벤처기업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2018년 국내 M&A시장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해 약 73조원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미국내 투자금회수(엑싯) 방식은 대부분 IPO와 M&A로 이뤄진다. 전체 금액 중 IPO가 절반을 차지하고, M&A가 40% 수준이다. 회수 금액은 M&A보다 IPO가 많지만, 횟수로만 따지만 M&A가 전체 건수의 80%를 차지했다. 아마존·구글·애플 등 IT기업은 물론 월마트·GM 같은 전통적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중소 스타트업을 인수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반면, 국내의 경우 2018년 기준 전체 회수금액 2조8000억원 중 IPO 방식이 32%인 반면 M&A는 2.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후속투자자가 선행투자자의 주식을 매수하는 장외매각 방식의 투자금 회수다. 국내 M&A시장이 초기 단계여서 장외매각 방식이 주류인 현실은 그렇다고 치다. 하지만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 비중이 IPO 방식의 8%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M&A 방식의 투자금 회수를 기피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꼽는 요인은 M&A를 바라보는 국내의 부정적 시선이다. 벤처기업은 가격 후려치기를 걱정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의심한다. 이런 이유로 삼성·SK 등의 대기업은 국내의 규제를 피해 해외 스타트업을 인수하기도 한다. 

또 스타트업을 매수할 자금으로 사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도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국내 10개 유니콘기업에 투자한 주요 투자처 18곳 중 한국투자자는 단 5곳에 그친다. 외국인투자가 국내 스타트업과 기술력을 해외시장에 선보이고, 해외시장 진입의 길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역할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국부유출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M&A시장 육성이 혁신성장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M&A시장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야한다는 요구도 높아졌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서 M&A가 활발하지 않았던 이유를 들여다보면, M&A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정보 불균형과 소통부재는, 양자 간 스타트업의 적정한 가치에 합의하지 못했다. M&A를 이해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한다.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한 M&A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수기업과 매도기업 사이에서 공정한 가치평가와 거래관계를 만들어줄 조정자가 필요하다. 

M&A시장이 발달하면, 스타트업이 M&A를 통해 더욱 성장하고, 또다른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건실하게 성장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이와같은 M&A시장이 성숙되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시장 진출도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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