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와 대량 소비 두 얼굴의 오프라인 트렌드

가까운 곳서 소비하고, 구매금액 늘어…지형바뀐 코로나 소비트렌드

 

‘코로나19 소비’를 설명하는 핵심 단어는 ‘언택트’와 ‘온라인’이다. 둘다 이전부터 떠오르고 있던 소비 트렌드였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소비 트렌드의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면서 소비시장의 중심이 되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출이 힘들어지면서, 주요 오프라인 유통채널 모두에서 매출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코로나19의 확산기에 나타난 일시적인 유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코로나19의 완전 종식 이후에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전제 하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은 유통업계의 사활이 걸린 일이다.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에서 나타난 최근의 소비 트렌드에서 크게 두 가지 현상을 포착할 수 있다. 대량소비와 근거리다. 전통적인 유통채널 분석의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모순적인 현상이다.


“한번에 많이”…오프라인 소비, 건당 구매금액 급증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한달간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지난해 4월보다 5.5% 감소했다. 온라인 매출이 무려 16.9% 상승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조사대상은 백화점(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편의점(CU, GS25, 세븐일레븐), SSM(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 GS슈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13개사다. 국내 대형 오프라인 유통채널 전반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트렌드 변화에 큰 충격을 입었다는 의미다.

가장 큰 충격을 입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백화점이다. 매출이 지난해보다 14.8%나 감소했다. 대형마트(-1.0%), 편의점(-1.9%), SSM(-2.6%)은 그에 비하면 충격이 덜하다.

매출액과 함께 구매건수도 15.8% 줄어들었다. 마찬가지로 백화점이 -31.5%를 기록해 가장 많이 줄어든 가운데, 대형마트(-12.3%)와 편의점(-15.9%), SSM(-8.2%)의 구매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찾는 발걸음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반대로 늘어난 수치가 있다. 고객 1인당 구매단가다. 4월 한달간 1인당 구매단가는 5만765원으로, 지난해 4월(4만4965원)보다 12.2%나 늘어났다.

마찬가지로 모든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증가했다. 대형마트(12.9%), 백화점(24.4%), 편의점(16.7%), SSM(6.2%) 모두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 현상은 다른 조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행태의 변화’ 보고서를 보면, 하나카드(개인 신용카드 기준) 1분기 매출 데이터에서 지난해와 뚜렷이 달라진 점을 확인할 수 있다. 1분기 오프라인 채널의 건당 평균 이용금액은 백화점이 지난해보다 21% 증가했고, 대형마트(3%)와 편의점(4%)도 상승세를 보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를 두고 “오프라인 매장 방문 시 한번에 많이 구매하는 현상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근거리 vs 대량구매…오프라인 소비 트렌드 유동적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편의점의 상승세다. 1분기 백화점(-23%)과 대형마트(-17%)의 매출액은 급감했다. 반면 편의점(6%)과 슈퍼마켓(12%)의 매출은 오히려 상승했다.

산업부의 4월 통계에서도 편의점의 매출액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근거리 쇼핑 증가”라는 분석은 현황을 잘 파악한 분석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근거리 쇼핑”이 미래의 소비 트렌드로 확고히 자리잡는다면, 오프라인 유통채널 전반의 변화도 점쳐볼 수 있다.

단, 한가지 모순되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종전 편의점의 상승세는 1인가구의 증가와 소포장·간편식 구매의 증가에 기인한 면이 컸다. 반대로 한번 장 볼때 대량구매하기에는 대형마트가 더 적합하다. 모순적인 트렌드가 동시에 보이고 있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비 트렌드의 진화는 아직 유동적이라 할 수 있다.

전혀 다른 두 가지 전망이 가능하다. 대량구매 트렌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상존하고, 이 힘을 모아 대형마트가 대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첫 번째다. 반대로, 근거리 소비성향은 더욱 강화되는 방향도 가능하다. 이 경우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편의점들이 대형화나 다양화를 추구하는 변화가 지금보다 심해질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두 얼굴을 보이고 있는 오프라인 소비 트렌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느 방향으로 진화할 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유통업계의 선도적 대응이 소비 트렌드의 진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발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만큼은 명확해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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