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년만 근로할 경우 최대 11일…고용노동부 해석과 충돌 

1년을 일한 근로자의 연차휴가 부여 일수에 대해 현행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입사일로부터 1년 동안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 1년 미만 시점까지 매월 개근할 경우 1일의 연차휴가를 줘야 한다(근기법 제60조 제2항). 그리고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근기법 제60조 제1항). 종합하면, 입사일로부터 1년간 매월 개근한 근로자에는 매월 개근에 따른 연차휴가 최대 11일, 그리고 1년에 대한 연차휴가 15일 등 총 26일의 연차휴가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북부지방법원 제3-2민사부는 지난 4월6일 판결을 통해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정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따른 연차휴가 15일은 근로기간이 1년인 근로자의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입사일로부터 계속근로기간 1년만 근로계약한 근로자에게는 매월 개근할 경우 1일씩 최대 11일의 연차휴가만 주어진다.

재판부의 판결은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의 현행 연차휴가와 관련된 행정지침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2018년 8월6일 발표된 정부는 행정해석(법제처 18-0404)을 통해 최초 1년간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개근한 근로자에게는 2년차 1일에 총 26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고 보고 있다.

◇사건의 경위와 쟁점=원고는 경기도 의정부시의 노인요양복지시설 ‘○○요양원’이다.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던 피고 근로자는 2017년 8월1일부터 2018년 7월31일까지 원고와 근로계약해 근로하면서 1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했다.

2017년 11월28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자가 최초 1년간 근로를 하면서 연차유급휴가를 이미 사용한 경우, 2년 차 근로기간 중 사용할 수 있는 연차유급휴가일수는 15일에서 이미 사용한 휴가일수를 제외하도록 정한 구 근기법 제60조 제3항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지침을 통해 2017년 5월30일 이후 입사자의 경우, 사업주는 1년 미만 근로자에 대해 매월 개근시 부여하는 연차휴가(최대 11일)와 동시에 1년에 대한 연차휴가 15일을 동시에 부여하도록 행정지도했다.

피고 근로자는 이를 근거로 근로자가 만 1년을 근로하고 퇴직하는 경우 1년에 대해 15일의 연차휴가를 부여하도록 정한 근로기준법 제60조의 1과 1년 미만일 경우 매월 개근시 1일의 연차휴가를 부여하도록 정한 2항이 중복 적용돼 최대 26일의 연차유급휴가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에 원고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원고는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의 행정지도로 11일분의 연차유급휴가 수당 71만7150원을 피고에게 지급했다.


원고는 1년에 대해 80% 이상 근로한 경우 15일의 연차휴가를 주도록 정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과, 계속해서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에게 매월 개근시 1일의 연차휴가를 주도록 정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은 그 속성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합해 지급하도록 근로기준법 연차휴가 규정 설명자료를 제작·반포하고, 그 소속 근로감독관이 이를 제시하며 겁박해 원고로 하여금 피고 근로자에게 11일분의 연차휴가 수당을 지급토록 한 행위에 대해 대한민국을 피고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개정 근기법에 따라 1년을 근로계약한 근로자에 대해 1년에 80% 이상 출근한 경우 15일의 연차휴가를 지급하도록 한 근기법 제60조 제1항과 계속해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 매월 개근시 1일의 연차휴가를 주도록 정한 근기법 제60조 제2항이 중복 적용되는지 여부와, 이를 행정지도한 고용노동부의 행정행위가 고의와 과실에 따른 불법행위인지 여부다.

◇재판부의 판단=재판부는 쟁점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이 규정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하므로, 근로기간이 1년인 피고 근로자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이 규정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피고에게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만이 적용돼 매월 개근에 따라 최대 11일의 연차휴가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근거 법리로 지난 2018년 대법원의 판례(선고 2016다48297 판결)를 제시했다. 판례는 당시, 12월31일이 정년퇴직인 근로자가 마지막 해 연차휴가 미사용에 따른 수당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 전에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8월1일~2018년 7월31일까지 근로계약한 피고 근로자는 계속해 1년을 근로제공했지만, 근기법 제60조 제1항에 따른 15일의 연차휴가는 2018년 8월1일에 발생하는 만큼 연차휴가미사용에 따른 수당을 청구할 권리가 없게 된다.

재판부는 또한 최초 1년 간 근로기간 중 연차유급휴가를 이미 사용한 근로자의 경우 2년 차 근로기간 중 15일의 연차유급휴가에서 이를 제외하도록 정한 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3항의 삭제로 인한 혜택(매월 개근에 따른 11일의 연차휴가+1년에 대한 15일의 연차휴가 등 총 26일)은 계속 근로기간이 1년을 초과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며, 1년을 근로계약하고 근로종결한 피고 근로자와 1년을 초과해 근로 제공하는 근로자의 경우를 구분했다.

◇판결의 의의=그러나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은 연차휴가와 관련된 대법원의 기존 판례와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충돌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005년 판결(선고 2003다48549, 48556)을 통해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근로자가 1년간 소정의 근로를 마친 대가로 확정적으로 취득하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이를 취득 후 연차사용 전 퇴직했다는 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소멸한다 할지라도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권리는 그대로 잔존하는 것”이라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가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일수 전부에 상응하는 연차휴가수당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 역시 지난해 연차휴가 산정기간 전체를 산재요양으로 근로제공하지 못한 근로자가 연차휴가 미사용에 따라 수당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연차휴가 성립에 당해연도 출근율을 요건으로 추가한다면 과거 근로에 대한 보상이라는 연차휴가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해(헌재 2017헌바433) 1년 이후 추가적인 재직을 요건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결정한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 즉시 해명자료를 배포해 고용노동부의 연차유급휴가 관련 행정해석은 법과 판례에 근거한 것으로 기존 입장을 변경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