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근로자대표 서면합의 없는 근로자 개별합의는 적법하지 않아 

사업장에서 징검다리 휴일이나 연말에 연차휴가를 일괄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사용자가 지정한 시기에 연차휴가를 사용하도록 강제한다면 개인의 연차사용에 대한 시기 지정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일정한 요건을 갖춘 연차휴가 대체는 적법하다고 본다.

근로기준법 제62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연차 유급휴가일을 갈음해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으며, 대체되는 연차휴가의 일수에 제한이 없어 이론상 근로자가 보유하고 있는 연차휴가 전체를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너무 많은 날들을 휴가일로 대체하는 경우 입법취지에 반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근로자별로 근로계약서에 연차휴가 대체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경우 적법한 연차휴가 대체로 볼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에서 근로계약을 통한 연차휴가 대체가 가능하다는 행정해석과 불가능하다는 행정해석이 모두 존재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62조에서 연차휴가 대체 요건으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근로자들이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대체로 볼 수 없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반해 개별 근로자의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내용만을 근거로 특정일에 연차휴가를 사용하도록 한다면, 적법한 연차휴가 사용이 아니므로 무효이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미사용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대법원은 연차휴가 대체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최근 연차휴가 대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에서도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가 없는 근로자와의 개별합의로는 적법한 연차휴가 대체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즉, 건물관리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연차휴가를 국가공휴일 등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더라도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볼 수 없으므로 적법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연차휴가 대체와 관련해 근로자가 사용자와 개별적으로 합의할 경우 자율의사에 반해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근로자대표를 선출해 합의한다면 사용자와 동등한 지위에서 다른 근로자들의 의사를 존중해 보다 신중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반드시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 휴가일을 대체하도록 한 것이라 판시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근로자대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이 근로자대표가 되지만,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선임한 후 근로자대표와 대체되는 연차휴가에 대해 서면합의를 하면 된다. 

서면합의에 필요한 내용에 대해 규정한 바는 없지만, 대체되는 휴가일을 지정하고 연차휴가 대체로서 유효하다는 내용이 명시되면 된다.

한편 연차휴가 대체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휴일 대체’가 있다. 연차휴가 대체는 개별 구성원들에게 부여된 연차휴가를 근로일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인 반면, 휴일 대체는 휴일과 근로일을 교환해 근로일로 변경된 휴일에 근무하더라도 휴일근무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많은 중소기업에서 관공서 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해 왔으나, 2022년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에 관공서 공휴일이 법정 유급휴일이 되므로 그동안 시행해 왔던 연차휴가 대체의 범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업장에서 여전히 하계휴가나 연말 등에 연차휴가 대체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연차휴가 대체 시 정확한 법적 요건을 구비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무법인 원 김현희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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