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 안돼 

상담을 하다보면 명절상여금의 성격을 묻는 질문이 많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을 통해 명확하게 지급시기와 지급방법 그리고 지급요건을 정하지 않고, 1년에 2회 설과 추석에 관행적으로 지급한다.

문제는 이러한 명절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할 경우 기준이 되는 임금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할 경우 이 통상임금에 1.5배를 가산해 가산수당을 지급한다. 명절상여금이 통상임금이 되면 그만큼 기준임금이 높아져 노동자들의 초과근로수당은 증가한다. 명절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지난 8년간 산업현장에서 쟁점이 되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대법원 제3부는 현대중공업에서 노사간에 쟁점이 된 명절상여금에 대해 통상임금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재판부는 명절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수 있는 구체적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기업의 일시적인 경영악화만을 이유로 통상임금인 것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간 합의가 무조건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대법원 2016다7975, 선고일자 2021.12.16.).

◇사건의 경위와 쟁점=피고는 회사 현대중공업이고 원고는 소속 노동자들이다. 피고 회사는 소속 원고 근로자들에게 단체협약 및 급여세칙에 따라 2011년부터 기본급의 100%를 연간 2회로 나눠 설과 추석에 명절상여금으로 지급했다. 피고의 급여세칙에 따르면, 명절상여 적용일수는 이전 명절상여 지급일 이후부터 다음 지급일까지다. 퇴직자에 대한 상여금은 적용대상 기간 동안 근무분에 대해 일할 계산해 지급하기로 정했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명절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이를 제외하고 계산한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을 지급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명절상여금을 포함해 재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초과근로수당의 지급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명절상여금이 통상임금인지 여부와, 원고들의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다.

◇원심의 판단=앞서 원심(부산고등법원 2016.1.13. 선고 2015나1888 판결)은 퇴직한 근로자에게 명절상여를 한 번도 지급한 적이 없었다는 사정을 들어, 이 사건 명절상여가 “근로자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가 불확실하여 고정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통상임금에 대한 판단=대법원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이 사건 명절상여가 통상임금이라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정 시점이 되기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특정 임금항목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있더라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이 그러한 관행과 다른 내용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만큼 그러한 관행을 이유로 해당 임금항목의 통상임금성을 배척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피고의 2012년 급여세칙은 명절상여를 포함해 이 사건 상여금을 지급일 이전 퇴직자에게도 근무일수에 비례해 일할 지급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명절상여 지급일 이전 퇴직한 근로자에게 정상적이라면 근무일수에 비례해 일할 지급했어야 한다.


재판부는 피고 사업장 근로자 개인 또는 노조가 지급일 이전에 퇴사함으로써 명절상여를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도 근무일수에 비례해 명절상여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거나 이의제기 하지 않았다고 해서 급여세칙 등 취업규칙이 정한 명절상여의 퇴직자 일할 지급 규정의 효력이 상실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뿐만 아니라 피고가 퇴직 근로자에게 명절상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공지하거나 근로자가 이러한 사정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볼 자료도 없다는 점을 들어 재판부는 “피고 사업장에서 퇴직자에게 명절상여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개별 근로자의 근로계약 내용으로 되거나 하나의 규범으로 확립되어 있다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의칙에 대한 판단=재판부는 두 번째 쟁점인 신의칙에 관해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례를 통해 “노사합의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기초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 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민법 제2조 제1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신의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된다는 추상적 규범이다.

기존에 노사가 명절상여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합의해 임금을 지급받아 왔음에도 2013년 대법원 판결로 단체협약 등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합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해 무효가 된 경우, 노측이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상호 신의성실에 부합하는지가 문제가 돼 왔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명절상여가 통상임금성을 인정받음에 따라 원고들이 제기한 법정수당 재산정 요구가 민법상 신의칙에 반하는지에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인한 실질임금 인상률 ▲통상임금 상승률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그 변동추이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인건비 총액, 매출액 ▲기업의 계속성·수익성 ▲기업이 속한 산업계의 전체적인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의 경영지표가 2010년 이전부터 2013년경까지 전반적으로 양호한 점, 수출처인 유럽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량 감소와 중국 기업의 성장에 따른 수출 점유율 하락 등 2014년과 2015년부터 악화된 피고의 경영상태가 피고가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라 보기 어렵고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른 위험과 불이익은 일시적이라 볼 수 있는 점, 그리고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 추가 법정수당의 연도별 총 인건비와 당기순이익 대비 비율, 피고 사업의 규모와 그동안의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경영성과의 누적 상태에 비춰보면 법정수당의 지급으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의 의의=피고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상황 속에서 당초의 약속을 뒤집고 명절상여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법정수당을 다시 지급하라고 소를 제기하는 노동자들이 신의 없는 이들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고, 기업의 경영상황은 기업 내·외부의 여러 경제적·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앞서 대법원이 통상임금 신의칙과 관련해 제시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개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만큼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2.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는 판례에 기초해 그 판단기준을 구체화한 판결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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