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필요와 협의절차 등 있어야…인사발령도 권리남용 될 수 있어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효율적인 인원 배치가 필수적이다. 기업은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활용해, 인력수급 사정에 따라 적소적재에 투입해야 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인사명령은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한 권한에 속한다. 법원도 사용자의 인사명령에 대해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결정한 전직이 근로자 입장에서는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가령, 전문직이나 특수한 업무를 수행하기로 약정한 경우에 다른 업무로의 전보는 사용자의 권리 남용에 해당할 수 있고 징계성 전직이 될 수 있다. 정당한 인사권과 부당 전보, 그 차이는 어떻게 될까?

용어부터 정리하면, 전직이란 동일한 기업 내에서 근로자의 근무내용이나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인사조치를 의미한다. 세부적으로는 직무내용을 변경하는 것을 전보라고 하며,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것을 전근이라고 표현하는데, 전보와 함께 근무장소가 함께 변경되기도 하므로 명칭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직무내용이나 근무장소가 변경된다면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다.

정당성 판단의 시작은 근로기준법에 직무 및 근로장소에 대해 어떻게 기재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직무나 근로장소가 특정됐다면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반대로 변경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거나 취업규칙 등에 전직의 포괄적 동의나 사용자의 전직 명령 권한을 규정했다면, 근로자 개별 동의 없이 사용자의 전직 명령 권한이 인정돼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의거해 정당한 이유 없는 처분이거나 민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금지하는 권리남용인 경우 전보 처분은 무효다.

전직 처분이 정당한 이유가 있으려면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성이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근로자가 입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고 근로자와의 협의 절차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업무상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척도에는 인원 배치 변경의 필요성과 해당 근로자를 선택해야 하는 인원 선택의 합리성이 있다. 즉, 어떠한 인원이 적합한지에 대한 선택을 고려해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해 판단한다.

업무상 필요성은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 비교해야 하는데 불이익에는 경제적 불이익뿐 아니라 정신적·육체적·사회적 불이익과 조합 활동상의 불이익도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임금의 감소, 원거리 발령으로 인한 출퇴근 시간 증가, 노동강도 증가 등이 있다. 이러한 생활상 불이익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야 하므로 일부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했더라도 근로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정도라면 부당전직이라고 볼 수 없다.

전직 처분 과정에서 근로자와의 성실한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해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전직 처분이 징계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직 처분이 제재로서의 성질을 가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취업규칙 등에서 전직을 징계의 종류 중 하나로 규정했다면 취업규칙에 규정한 징계절차를 준수해야 하므로 이를 위반하는 징계는 무효이며, 징계 처분 후 동일한 내용으로 징계성 전보했다면 이중징계가 될 수 있다.

종합하면, 전보 등 인사발령도 권리남용이 될 소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무법인 원 김현희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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