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후 권한이 줄고 직무내용 달라졌다면
“형식적 직급 같아도 내용·범위, 권한·책임 차이 있다면 부당전직”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은 제19조 제3항에서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19조 제4항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현장에서 실제 법이 보장하는 육아휴직 후 동일한 직무 복귀의 조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육아휴직기간 중 발생한 조직운영의 변화나 근로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사업주가 육아휴직 노동자를 ‘같은 업무’로 복귀시키는 대신 다른 업무로 전직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분쟁이 생긴다.

최근 대법원은 “육아휴직 전과 형식적 직급은 같더라도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업무로 인사발령한 것은 부당전직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대법 2017두76005, 선고일자 2022.6.30.). 육아휴직 후 복귀하는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건의 경위=원고는 백화점 및 슈퍼, 시네마, 마트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유통기업으로 전국에 약 1만35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해 약 119개의 점포를 운영했다. 원고 회사의 노동자인 이 사건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1999년 원고 회사 사업본부에 사원으로 입사 후 근무하다가 2011년 4월에 대리로 승진했다. 원고 회사의 인사운영 규정에 따르면, 매니저 직책은 과장 직급 이상 직원만 담당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나, 인력 수급 등의 사정에 따라 대리 직급도 임시로 매니저 직책을 맡을 수 있다.

원고는 2011년 8월 춘천점에서 대리로 근무하던 참가인을 ‘발탁매니저’로 해 같은 지점의 ‘생활문화 매니저’로 인사발령했다. 이후 2013년 10월 다시 안산점 ‘생활문화 매니저’로 인사발령했다. 원고의 운영세칙에 따라 ‘발탁매니저’ 직책을 맡게 될 경우, 업무추진비로 월 15만원과 사택수당 월 5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한편, 이 사건 사업본부에는 대리 직급 직원이 ‘매니저’ 직책을 맡았다가 다시 ‘담당’으로 인사발령을 받은 사례들이 다수 있었다.

참가인은 2015년 6월 1년의 기간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했고 원고가 이를 승인했다. 한편 원고는 2015년 10월 공석이던 참가인의 자리에 과장 직급 직원을 인사발령했다. 이후 2016년 3월 원고 회사에 복귀한 참가인에게 원고는 대체근무자가 이미 이 사건 지점의 ‘생활문화 매니저’로 인사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안산점의 식품담당 가공일상 파트 냉장냉동영업담당(이하 ‘영업담당’)으로 인사발령했다.

이에 참가인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을 제기했으나 기각됐고, 이후 법원에 재심판정 취소청구를 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앞서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17년 11월30일 판결(선고 2017누64042판결)을 통해 “발탁매니저는 대리직급의 직원이 일반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닌 원고의 필요에 따라 부여되는 임시직책에 불과해 참가인을 다른 업무에 복귀시킨 것이라 볼수 없고, 업무추진비와 사택수당의 성격 및 액수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참가인을 육아휴직 전과 다른 수준의 임금을 받는 직무로 복귀시켰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쟁점=사건의 주요 쟁점은 참가인이 휴직 전 맡았던 생활문화 매니저 업무와 복귀 후 맡게 된 냉동냉장영업담당 업무가 육아휴직 전 참가인이 담당하던 ‘발탁매니저’ 업무와 동일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또 원고가 육아휴직을 마친 참가인에게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라고 부여한 냉동냉장영업담당 업무가 육아휴직 전 업무보다 불리한 직무인가 여부를 고려해 사업주가 필요한 조치를 다했는지 여부다.

◇대법원의 판단=대법원은 사업주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4항에 따라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를 복귀시키면서 부여한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려면,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내용뿐만 아니라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도 아울러 고려하여, 휴직 전 담당 업무와 복귀 후의 담당 업무를 비교할 때 그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설시했다.

또한 대법원은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하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이익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근로환경의 변화나 조직의 재편 등으로 인하여 다른 직무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 여부 및 정도,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이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인지 여부,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 불이익이 있는지 여부 및 정도, ▲대체 직무를 수행하게 됨에 따라 기존에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이익이 박탈되는지 여부 및 정도, ▲동등하거나 더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기 위하여 휴직 또는 복직 전에 사전 협의 기타 필요한 노력을 하였는지 여부 등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 따르면, 매장 운영 전반을 총괄하며 소속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 권한이 있는 매니저와 달리 참가인이 육아휴직 후 맡은 영업담당의 경우 매니저의 지휘 하에 업무를 수행하며 인사평가 권한이 없기 때문에 업무의 성격과 내용 범위 및 권한 책임 등에서 불이익이 명확했다.

또한 대법원은 “발탁매니저 운영세칙상 이 사건 사업본부의 매니저 직책은 원칙적으로 과장 이상 직원만이 담당할 수 있고 발탁매니저 운영세칙에서도 발탁매니저가 임시직책임을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발탁매니저 직책이 대리 직급 직원이 일반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것이자 오로지 원고의 필요에 따라 임시적·시혜적으로 부여·운영되어 온 임시직책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원심의 판단을 배척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사업본부의 전체 매니저 직책 267개 중 45.3%인 121개가 발탁매니저에 의해 수행되고 발탁매니저로 근무하다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 퇴사 또는 근로자 본인 의사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복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발탁매니저 직책이 부여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원고가 참가인에 대한 기존 발탁매니저 업무 부여에 기타 노력을 다했다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비판으로 읽힌다.

대법원은 결론적으로 원심이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가 복귀 후 받는 임금이 휴직 전과 같은 수준이기만 하면 사업주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4항에 따른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잘못된 전제 아래, 이 사건 인사발령이 참가인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한 직무를 부여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심리·판단하지 아니”했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판결의 의의=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육아휴직 후 복귀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에 충실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육아휴직을 보장함과 동시에 육아휴직 사용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와 휴직 전과 같은 업무, 같은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도록 정한 취지는 자명하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복귀 후 맡게 될 업무나 직무가 육아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짐에 따른 생경함, 두려움 등으로 육아휴직의 신청이나 종료 후 복귀 그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등 근로자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사용함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하기 때문이라고 그 입법취지를 설시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노동현장에서도 육아휴직 후 복귀 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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