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의 경제·사회적 가치와 기능 살펴야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활성화와 ‘정의로운 전환’을 병행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우리 경제에서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한다. 소상공인의 수나 비중만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와 그 사회경제적 기능을 살리는 정책 방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변호사)은 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가 21일 개최한 ‘소상공인·자영업 공익적 가치 보장을 위한 방안’이라는 세미나에서, “우리사회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가지는 사회적·경제적 가치는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은 서민 삶의 공간으로, 주민이나 방문객의 소통 공간을 제공한다. 저렴한 가격의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해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소득창출과 소득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때로는 형편이 어려운 주민이나 청소년 등에게 무료 혹은 저렴한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는 등 복지 기능도 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마을축제, 문화 향유거점, 마을지도 등 문화적 장소와 공간 기반 콘텐츠로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3년에 가까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를 겪으며 소상공인은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또한 급속한 플랫폼 경제, 탄소중립 정책 등의 산업재편으로 소상공인은 생존 위기를 맞았다.

◇사회·경제적 가치와 기능에 주목을=김 변호사는 자영업의 과잉 해소만이 답이 될 수 없다며, 소상공인의 사회·경제적 가치와 기능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지역상생구역을 지정해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고, 지역상생구역 내 업종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김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들어 정책이 변화되며 지역상권 활성화 정책은 추진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화폐 축소 기조를 고수하며, 예산을 줄이고 적용대상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수출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정부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내수활성화와 ‘정의로운 전환’이 병행돼야 우리 경제의 기반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경우 79%가 매출의 50% 이상을 플랫폼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플랫폼에 연결되지 못하는 독립 자영업자의 경우 생존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에, 디지털 전환 지원정책은 디지털로부터 소외된 자영업자의 생존과 전환을 위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네트워크 효과와 락인 효과로 독과점을 공고히 하고 있는 플랫폼의 불공정 사례는 자율규제로 해결이 어렵기에, 김 변호사는 플랫폼의 독점과 불공정을 감시하는 전문 감독행정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상인들의 협동조합형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지역공공플랫폼을 구축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플랫폼의 독과점화에 대한 경쟁체제를 회복하기 위한 입법화가 지연되고 있다며, 경쟁회복을 위한 정책이 실현되는 시점까지 공공플랫폼이 저렴한 수수료 등으로 일정한 시장에서 경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전기차…부품사와 노동자 생존 위협=이와함께 김 변호사는 기후위기 대응 산업정책 중 전기차 전환정책으로 인해 내연기관 부품은 3만개에서 1만개로 축소될 전망이라며, 전체 부품사의 46.8%인 4195곳이 문을 닫고 10만8000개의 일자리가 감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부품사도 미국내 투자를 요구하고 있어 일자리 감소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비업체 종사자 9만4500만명, 정비업체 3만6000여 곳도 대규모 인력 감축과 점포 축소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 대상에는 제조업 노동자 뿐만 아니라 정비업 종사자도 적용돼야 한다며, 일자리와 지역경제 위기에 대비해 직업교육, 신사업 전환 등을 위한 기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한 제도·정책=이밖에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거래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지원 제도도 시급히 마련돼야 할 과제다. 플랫폼 중개거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입점업체 단체의 단체교섭권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가맹대리점 본사와 점주단체 사이 거래조건 개선과 불공정을 방지할 수 있도록 단체교섭권이 필요하다. 

김 변호사는 현행 가맹사업법에는 상생협약 체결을 위한 점주단체 구성권이 명문화돼 있지만, 본사가 응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재할 수단은 마련돼 있지 않고, 대리점법에는 단체교섭권을 명문화하지도 않았다며 법개정을 통한 단체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월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힘든 자영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김 변호사는 채무조정 없는 재기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소상공인의 채무조정과 재기를 지원할 수 있는 원스톱 행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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