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독과점폐해 큰데 법제도 마련 지지부진

“언론, 경제, 사회에 미치는 남용실태 파악 위해 광범위한 조사 필요”

 

국내에서는 다국적 독과점 플랫폼인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뿐만 아니라 국내 플랫폼 기업인 네카쿠배(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의 독과점에 따른 폐해와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방지할 법제도 마련은 부진한 상황이다. 따라서 독과점 플랫폼으로부터 입점업자소비자언론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과 함께, 광범위한 독과점 플랫폼 폐해에 대한 실태조사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김남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 정책위원장(변호사)은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과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가 5일 개최한 소상공인의 플랫폼 독과점 폐해 위기 극복방안’ 토론회에서, “독과점 플랫폼 시장이 언론, 경제, 사회생활에 미치는 지배력과 남용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온라인 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통과와 독과점 플랫폼 규제 입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고, 디지털 시장 독과점 플랫폼 실태조사를 통해 대안을 제시할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남근 변호사는 우선 “독과점 플랫폼이 새로운 혁신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진입장벽을 형성해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이 전 세계적인 독과점 플랫폼 규제의 배경”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규제 입법이 이미 마련됐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은 오픈마켓부터 시작해 외식 배달음식, 국민의 일상생활과 언론 지형 등에도 광범위한 시장지배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쇼핑 거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4대 온라인쇼핑 플랫폼이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4조원으로 약 55%를 차지한다. 외식 배달음식 분야에서는 배달앱 3사 점유율이 99.6%에 달한다. 또한 검색시장과 모바일 메신저 시장도 플랫폼이 지배하고 있다. 언론 독자들은 대부분 포털을 통해 언론기사를 접하고 있어 언론의 포털 종속성도 심화되고 있다.

독과점 플랫폼이 진입장벽을 형성해 새로운 혁신기업의 성장과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은 국가적 산업혁신을 저해하기에 그 심각성이 크다. 또, 중개서비스와 직접판매를 겸하는 이해충돌과 플랫폼 기업의 자사제품 우대 행위로 인해 입점업체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데이터의 이동성과 상호운용성을 막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독과점 플랫폼을 규제하려고 해도 기존의 상품별 시장점유율을 조사하는 정도로는 시장지배력 입증이 어렵고 조사기간도 많은 기간이 소요 된다는 점에서 독과점 플랫폼을 효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독과점이 혁신 저해한다는 관점에서 독과점 플랫폼 규제

세계 주요국들은 GAFA왁 같은 독과점을 해소해야 새로운 혁신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이론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으로 인한 자연독점의 이익이 혁신을 촉진한다는 경제관을 제시하면서도, 혁신으로 인해 발생한 자연독점을 빨리 해소해야 새로운 혁신이 성장한다고 봤다.

EU는 2019년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투명성을 강화하는 EU 이사회 규칙’을 제정한 후, 2020년 ‘플랫폼 독과점 규제(Digital Market Acts, DMA)’를 제정해 올해 5월부터 시행한다. 독과점 플랫폼을 ‘Gatekeeper’라는 개념으로 설정하고, ▲게이트키퍼가 플랫폼에서 수집한 개인정보와 다른 수단을 통해 수집한 정보의 결합 금지 ▲입점업체가 케이트키퍼 밖에서 상품 홍보와 계약 체결을 할 수 있도록 허용 ▲최혜국대우 요구 금지 등의 내용이 골자다.

미국은 2020년 발표된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 산하 반독점 소위원회의 ‘디지털 시장의 경쟁에 대한 조사 보고서’의 후속대책으로 지난해 6월 플랫폼 독점규제 패키지 법안을 발의했다. 플랫폼 독점규제 패키지 법안은 ▲플랫폼 독점종식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 ▲데이터 이동성·호환성 보장법 등이다.

독일은 공정거래법 제10차 개정을 통해 EU와 같이 사전에 독과점 플랫폼을 지정하고 법상 열거된 행위를 금지하는 체계를 마련했으며, 영국 또한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행위 규범을 제정했다. 일본은 2020년 ‘특정 디지털 플랫폼법’을 제정해 매출액 총액, 이용자수, 기타지표 등으로 특정디지털 플랫폼을 사전지정하고 공시규제, 조치규제, 감독규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 온라인 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플랫폼 독과점 폐해에 대한 규제는 포기하고 자율규제를 기조로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 정부 온플법 제정을 놓고 국회 정무위와 과방위에서 2년간 혁신과 규제에 대한 대립 논쟁이 계속됐다”며, “혁신과 자연독점에 대한 철학적 관점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독과점 플랫폼 규제를 위해 광범위한 플랫폼 시장 조사 필수

김 변호사는 주요국들이 독과점 플랫폼 규제를 마련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플랫폼 시장의 현황과 독과점 폐해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진 후 이를 기반으로 제도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는 디지털 시장 경쟁조사를 통해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문제를 문서화하고 지배적 기업이 반경쟁 행위에 관여하고 있는지 검토하는 한편 기존 반독점법, 경쟁정책, 현행 공정거래법 집행 수준이 문제해결에 적절한지 평가했다. 조사를 통해 빅테크 시장지배력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벤처캐피탈은 지배플랫폼과 경쟁하는 기업에 대해 투자를 중단했으며, 창업투자는 감소해 혁신이 저해되고 있었다. 또 플랫폼을 통한 뉴스 소비가 확대되며 저널리즘이 후퇴됐으며, 소비자의 허락없이 개인정보가 침해되고 있다는 실태도 밝혀냈다.

이밖에도 영국은 ‘디지털 시장을 위한 새로운 경쟁촉진 규제체계 보고서’를 발표하고, 호주에서도 ‘디지털 플랫폼 규제 개선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각국에서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실태조사가 선행됐다.

김 변호사는 “독과점 플랫폼 시장이 언론, 경제, 사회생활에 미치는 지배력과 남용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독과점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자사상품 우대와 입점업체 차별 ▲불공정행위 ▲불투명한 랭킹 등 알고리즘 조작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언론, 소비자 등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조사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이 발의돼 있으며, ‘플랫폼 독점방지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온플법은 거래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이며, 플랫폼 독점방지법은 독과점 플랫폼이 독과점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라며 “두 법은 이중 규제가 아닌 상호 보완관계”라고 설명했다.

한편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과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토론회 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하원의 디지털 시장 경쟁조사와 같은 한국판 디지털 시장 독과점 플랫폼의 실태조사를 통해 정확한 독과점 플랫폼 폐해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할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온라인 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통과와 독과점 플랫폼 규제 입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