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를 쓰라”는 관리자의 말은 ‘묵시적 해고’

“나가라” 등 임원의 발언을 사용자가 방치하면 법적 분쟁 발생 

 

해고란 사업장에서 어떤 명칭으로 불리든 간에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해고의 절차적 요건을 보면, 서면에 해고의 사유와 해고 시기를 기재해 통지해야 해고의 효력이 있다. 그러나 이는 해고의 효력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요건일 뿐, 해고가 있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일반적으로 노동현장에서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서면에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정해 통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보통 사용자나 인사권이 있는 임원이 구두상으로 근로자에게 퇴사를 통보하거나 퇴사를 강요해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근로자가 스스로 퇴사하고도 사용자에게 해고를 당했다고 퇴사 사유를 허위로 주장하는 때도 있으나, 고용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사용자에 의한 구두상 해고 통보나 사직 강요로 인한 근로계약의 일방적 종료가 가장 대표적인 해고의 형태다.

대법원은 해고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고 해석한다. 또한, 대법원은 판결에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었는지 아닌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해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대법원 1993.10.26. 선고 92다54210 판결, 대법원 2011.3.24. 선고 2010다92148 판결 등).

최근 대법원 제2부는 전세버스 운송회사의 관리팀장이 소속 근로자와 말다툼하는 과정에서 “사표를 쓰라”고 하고,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뒤에야 정상근무를 촉구한 행위에 대해 사용자의 묵시적 해고 의사를 인정했다(대법 2022두57695, 선고일자 2023.02.02.). 앞서 중앙노동위원회와 원심판결은 사표를 쓰라고 하는 발언은 우발적 행위로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것으로, 관리팀장의 이러한 발언만으로 사용자의 해고가 있었다 보기 어렵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의 경위=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인 전세버스 운송사업 회사에서 버스 운전원으로 일하던 중 2020년 2월11일 해당 회사의 관리팀장과 말다툼을 했다. 2020년 1월30일과 2020년 2월11일 양일 오후 3시경 원고가 운행예정이던 버스 운행을 무단 결행한 것 때문이다. 이에 해당 회사 관리팀장이 원고의 무단결행을 지적하며 원고와 말다툼을 벌였고, 관리팀장은 원고에게 사표를 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해고하는 것이냐”는 원고의 물음에 관리팀장은 “응”이라고 대답했고 “사표를 쓰고 가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에 원고는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원고는 이에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참가인 회사는 원고가 출근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 삼지 않다가 2020년 5월18일에 원고에게 해고 사실을 부인하며,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했다. 원고는 2020년 5월28일 참가인에게 2020년 2월11일자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복직 전 부당해고 기간의 임금상당액을 먼저 지급하면 복직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내용증명으로 참가인에게 발송했다. 참가인은 2020년 6월1일 원고에게 해고 사실을 부인하며, 출근을 독려하는 취지의 통지를 했다.

사건의 쟁점=이번 사건의 쟁점은 해고의 정당성 여부가 아닌 참가인 회사가 원고에 대한 해고를 한 사실이 있는지 이른바 해고의 존부에 관한 판단이다.

관리팀장에게 사표를 쓰라고 종용받아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종료 당했다는 원고의 주장과 근로자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을 뿐 해고를 통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참가인 회사의 주장이 대립한다.

구제신청을 담당한 지방노동위원회와 재심을 담당한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원심판결 역시 참가인 관리팀장이 원고에게 “사표를 쓰라”고 한 것은 원고의 무단결행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무례한 언행을 한 원고에게 화를 내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한 표현에 불과하고, 이는 사직서의 제출을 종용하는 것일 뿐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며, 해고의 존재를 부인했다.

재판부의 판단=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참가인 관리팀장과 참가인 회사의 관리 상무를 대동해 원고에게 버스 키 반납을 회수한 것은 근로자의 노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원고에게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등의 언행을 한 것은 일방적 근로관계 종료의 의사표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이를 단순히 우발적 표현에 불과하다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규모 회사인 참가인의 임원진 구성이나 운전원 수 모집 현황 등을 볼 때, 원고의 노무 수령을 확정적으로 거부하는 경우 참가인 회사의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컸던 상황임에도 위와 같은 조치가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3개월이 넘도록 출근하지 않아 버스 운행에 어려움이 상당했음에도 아무런 출근 독려도 없다가, 원고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직후에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한 점등을 고려하면, 참가인의 대표이사가 원고의 노무 수령 거부의사를 묵시적으로 승인하거나 추인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참가인이 원고에게 해고의 효력 요건인 서면 통지를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서는 “해고의 서면 통지 여부는 해고의 효력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일 뿐 해고의 의미가 아니라거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계약 관계가 존속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이 ▲참가인의 관리팀장이 원고에게 버스 키 회수를 시도한 경위 ▲“사표를 쓰라”고 발언하는 과정 및 이에 참가인 관리상무가 관여한 정도 ▲참가인 대표이사가 참가인 관리팀장에 의해 주된 일련의 노무 수령 거부행위를 묵시적으로 승인 혹은 추인했다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면밀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이를 다시 심사하라고 파기환송 했다.

판결의 의의=실제로는 사용자의 묵시적 의사표시 때문에 근로계약이 일방적으로 종료됐음에도 사용자가 근로자로 하여금 사직서를 강요하거나 해고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 근로자가 해고의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해고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구제신청 단계에서 사건이 기각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노동현장에서 사업주에 의해 빈번하게 이뤄지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의 인정 기준을 재확인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노동현장에서는 근로자에 대해 구두상의 사직 강요나 근로계약의 일방적 종료 표시, 가령 “나가라”, “사표 써라” 등의 발언이 관리자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를 대신해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이 있는 관리자가 이러한 발언을 하고 사직을 종용했음에도 사용자가 뒷짐을 지고 있었다면, 이에 대해 묵시적 해고의 의사표시가 될 소지가 다분한 만큼 사용자로서는 상황을 살펴 근로계약 관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는 등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추후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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