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보증금 채권매입 필요하다”

당정협의 결과에 “매우 실망”…피해자 지원 확대 촉구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여당과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 협의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23일 “채권매입 방안이 어렵다면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별도의 피해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여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LH 등 공공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피해주택을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주택을 낙찰받고자 하는 임차인에게는 우선매수권과 함께 대출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보증금 채권의 공공매입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전세보증금의 회수 자체는 정부의 방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책위는 이에 대해, LH의 매입임대방안으로는 보증금 채권 회수를 대체하기는 어려운데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 대책위가 진행 중인 특별법 관련 피해자 설문조사 결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안이 채권매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정협의 결과 중 피해주택 매입, 우선매수권 부여 등의 방침에 대해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전세사기 피해유형이 다양하고 그에 따라 해결방법도 상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공공의 보증금 채권매입(선구제 후회수), 피해주택 매입, 우선매수권 부여 방안을 모두 제도화하고, 피해자들이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 후순위라도 정부가 고통 분담해야”=대책위는 채권매입 방안에 장점이 뚜렷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빌라왕 사건과 같이 선순위 세금과 상속 문제 등이 걸려 있는 경우에는 경매가 진행되지 않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공이 채권을 매입해 집단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피해자가 채권 후순위인 경우다. 선순위인 경우는 공공이 채권을 매입할 때 피해자가 조속히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뚜렷하다. 그러나 후순위인 경우에는 “공공이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더라도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돈이 없거나, 일정한 비율의 금액을 공공이 보장하는 경우에는 그 손실액을 공공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대책위는 이에 대해 “이번 전세사기 사태는 정부의 지속적인 대출확대 정책과 묻지마 보증, 등록임대주택의 보증보험 의무관리 부실, 가해자들에 대한 부실 늦장 대응 등 정부의 책임이 분명한 만큼 정부가 피해자들의 고통을 분담해야 할 필요가 있고, 추후 철저한 수사와 범죄수익 환수 등으로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보증금 반환채권의 공공매입이 타당한 방향이라고 힘을 실었다. 

24일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연 기자간담회에서, 임재만 세종대 교수(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임차인으로부터 채권을 양도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전에 가격 확정이 어려울 경우 사후정산 방식으로도 채권양도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후 채권을 매입한 공공기관이 채권을 추심해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면, 신속한 보증금 반환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대책 대상 제한적, 피해자 지원 확대를=피해자 대책위는 이밖에도, 정부의 대책에 대해 실효성 문제를 다각도로 지적했다. 

LH의 매입임대를 통한 피해주택 매입에 대해서는, 현재도 LH 매입임대주택의 매입이나 입주 관련 조건이 까다롭다며, “이후 피해자를 어떻게 선정할지, 매입대상주택을 어떻게 정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나와야” 대책의 실효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별도로 예산을 늘리지 않고 기존 예산을 활용할 경우 “기존에 매입임대주택을 이용해야 하는 취약계층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싸움붙인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별도의 추경을 통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선매수권 부여와 경매 자금대출에 대해서는, “이미 있는 전세대출을 상환조차 할 수 없는 피해자들에게는 기존 대출의 연장과 함께 경락자금대출이 별도로 나와야 의미가 있고, 소득기준 등의 대상기준도 없애거나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대환대출과 전세사기 피해자용 버팀목전세대출에 대해서는 “주택 및 보증금 가격, 소득 및 자산요건, 건축물 유형 등 지원대상 기준을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시적인 경매중지와 관련해서는, “이미 경매가 완료되어 쫓겨난 세대는 대부분의 대책에서 제외”됐다며, 이들에게도 여러 대책을 소급해 적용하거나, 최소한 저리대출이라도 가능하게 열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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