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다양한 혁신이 시도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산업’ 보고서를 보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중국에서 지난해 두 가지 주목할 사건이 있다.
하나는 저가·짝퉁으로 취급받던 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의 검색엔진이자 포털사이트 운영기업인 바이두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레벨4 기반의 상용택시 면허를 발부받았다는 소식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기존 자동차의 가치사슬을 넘나드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우리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가치사슬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YD, 휴대폰 배터리에서 파운드리로=휴대폰 배터리 사업에서 출발한 기업 BYD는 2003년 친추안자동차를 인수하며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모터, 인버터 등 내재화된 전기차 부품을 단계적으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하드웨어 플랫폼 경쟁력을 높여왔다.
이후 진나라, 한나라, 당나라 등 고대 중국왕조 이름을 차용한 완성차 모델들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전기차 하드웨어 플랫폼 기반으로 전기차 파운드리(Foundry)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기업을 지칭하는 용어로, 단순 위탁생산을 넘어 자체 하드웨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산 요구에 대응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BYD는 2020년 도요타와 전기차 모델 및 배터리 개발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BYD가 만드는 변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기차 파운드리가 하나의 유의미한 사업모델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검색엔진 바이두, 차 제조사 슈퍼고객?=중국의 대표적인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는 지난해 최초로 무인으로 운영되는 로보택시 면허를 획득하고, 올해 전용 로보택시 차량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가 2024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것과 비교해 바이두가 1년 정도 앞선 것이다.
바이두는 2017년 자율주행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국가챔피언으로 선정된 이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개방형 플랫폼인 아폴로를 완성시켜 나가고 있다. 바이두가 선보일 로보택시는 탈부착식 핸들과 가변형 시트를 적용해 자유롭게 차내 공간을 변형하는 것이 가능해 다양한 차내 고객경험을 제공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두는 2028년까지 80만대의 로보택시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바이두와 같은 대형 서비스기업이 기존의 자동차 제조기업들에게 슈퍼 고객으로 등극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방식으로는 미래 선점·대응 어렵다=보고서는 BYD,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의 혁신이 중국 전기차 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지, 글로벌 전기차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전기차 산업의 구조 변화 가능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전기차 산업 가치사슬 변화와 플랫폼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개발사에서 개별부품 단위를 넘어 몇몇 경쟁력 있는 플랫폼 조합으로 전환돼 전기차 산업에서 주류로 자리잡을 경우, 단품 중심의 전기차 부품기업들은 수익 창출이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무엇보다 보고서는 자동차 산업에서의 혁신이 BYD, 바이두, 화웨이 등 자동차 산업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에 의해 촉진되고 있기에, 기존의 접근방식으로는 미래 선점이나 선제적 리스크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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