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때도 쉬는 것처럼…오피스 공간 달라졌다

파티션 대신 레지머셜 ‘오피스 빅뱅’ …감성이 업무효율 높인다 

 

“딱딱하고 답답한 공간보다는 탁 트인 곳에서 일하는 게 훨씬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도 좋습니다. 마치 카페에서 일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얼마 전 서울시에 위치한 한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는 A씨의 말이다. 그는 이사한 이후로 더 이상 ‘출근’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정해진 책상에 8시간 이상 머물러야 할 필요 없이 자신이 편하게 느끼는 공간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무실을 떠올리면 자동으로 따라오는 이미지는 ‘파티션(Partition)’이었다. 각 책상의 양옆을 물리적으로 가린 파티션은 직원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1990년대 말에는 공중파 아침 방송에 파티션을 높게 쳐서 마치 독립된 방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회사가 소개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사무실 구조에도 변화의 물결이 불기 시작했다. 기존의 인테리어가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에 오히려 방해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많은 직장인과 학생이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가 일하거나 공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적당한 소통과 적당한 소음, 적당한 휴식이 업무의 창의성을 높여주고, 이런 공간에서 오히려 긴장도가 올라가 집중력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MZ가 원하는 기업 복지는 ‘자율적인 분위기’

기업이 직원에게 전통적으로 강조해 왔던 말이 있다. 바로 ‘주인의식’이다. 하지만, 주인의식이 들게 하려면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사원, 대리, 과장, 부장, 임원으로 이어지는 체계와 직급순대로 책상을 일렬로 배치해 놓고 앉아 있는 공간에서는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기보다는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국내의 한 건설회사에서 20여 년간 일한 B씨는 신입사원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업무 결과도 크게 달라진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신입사원들에게 업무를 시킬 때는 지시하면 안 된다”라며, “그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자율성을 줬을 때 신나서 일을 하고, 아웃풋도 꽤 좋다”고 말했다.

즉, 승진보다는 워라밸을 원하는 그들이지만, 결코 그들이 일을 열심히 안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일의 원동력은 직원이 회사와 자신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기업들이 강조해 왔던 ‘주인의식’의 2023년 버전인 셈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발표한 ‘2023 트렌드 코리아’에서도 직장문화가 ‘빅뱅’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고 언급했다. 승진보다는 업무환경을, 조직보다 개인을, 평생직장보다는 자신의 커리어를 관리하는 쪽으로 직장인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좋은 인재를 잡기 위해서는 사내 복지도 좀 더 디테일하게 변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하이브리드 업무체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많아졌지만, 정기적으로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력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에 소속돼 있는 개개인에게 회사가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사무실인 듯집인 듯레지머셜이 뜬다

 

성과에 따른 보수도 중요하지만소속돼 있는 직원이 일을 할 때 회사에서 자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도 아주 중요한 복지 중 하나다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것들을 신경 쓰지 않으면 결국은 업무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더 나아가 좋은 인재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일찍이 감지한 기업들은 복지의 개념도 보다 트렌디하게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그중 하나가 오피스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인테리어는 직원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주요 요소이면서 직원의 자율성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오피스 인테리어는 레지머셜(Resimercial)로 통합된다레지머셜이란, residential(주거하기 좋은)과 commercial(상업적인)을 뜻하는 두 단어의 합성어다사무실이지만집의 느낌이 나는 편안하고 친숙한 공간을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면휴게실 조명을 부드럽고 약간 톤이 다운된 밝기를 사용함으로써 사무실의 쨍하고 밝은 느낌과 구분해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구현한다거나패브릭 소재의 소파와 안락의자러그 등을 활용해 편안하면서도 안정된 분위기를 조성한다이는 휴게공간을 소통과 휴식의 공간인 소셜 라운지로 발전하게 했다예전에는 휴게실이라고 하면 혼자 쉬는 공간으로 인식했지만요즘에는 휴게공간을 통해 동료와 선후배 간의 소통과 화합을 도모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직장인 B씨는 예전에는 휴게실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공간이 의무실의 침대에서 잠을 자거나 창가에 주르륵 놓여 있는 소파에서 친한 동료와 잡담을 나누는 정도였다, “지금은 휴게실이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해 좀 더 다채로워졌다이곳에서 업무부터 협업미팅휴식까지 가능해 내 개인공간이 늘어난 것 같아 심리적으로 편안하다고 했다.

 

사무공간 역시 틀에 박힌 인테리어보다 직원의 의견을 반영해 그들의 창의성을 더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카페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업무를 하는 느낌을 부여하도록 열려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여러 명이 함께 쓰는 테이블을 놓을 경우 개인적인 공간을 중시하는 풍토에 따라 좌석 간 간격은 넓게 떨어뜨려 함께 있지만따로 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간디자인 회사인 디자인오다 관계자는 최근 오피스 공간이 직원 복지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면서 젊은 세대의 직원들을 고려한 오피스 인테리어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카페 형태의 탕비 공간을 마련하거나소파가 있는 소프트한 회의공간을 조성하는 등 딱딱한 오피스를 벗어난 인테리어로 내부 직원 만족도 및 채용 브랜딩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이에 회의공간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큰 모니터와 책상이 주를 이뤘던 기존의 딱딱한 회의실에서 1인용 의자와 낮은 소파를 사용해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더불어 급변하는 IT 시장의 변화에 걸맞게 기업의 업무환경도 직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더욱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다.

 

스마트오피스 전문기업 아이오티 스페이스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최근에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추세에 따라 노트북이나 기자재의 화면을 무선으로 중앙디스플레이 쪽에 미러링시키는 무선공유장비를 많이 찾는다, “이를 통해 종이 없는 회의실이 가능하고선 연결이 많았던 이전 기자재와 달리 선이 없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의실 장비도 변화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예전에는 화상회의를 1인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요즘에는 단체로 줌을 이용해 하는 경우가 많아 스마트보드나 화상회의 장비를 주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처럼 단체로 진행하는 화상회의가 늘어남에 따라 디스플레이 크기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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