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불확실성 시대 ‘회복탄력적’ 기업 살아 남아

역경 극복하고 성장원동력으로 바꾸는 ‘회복탄력성’이 성과 결정 

 

불확실성이 뉴노멀인 시대가 예상되면서 기업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한 묘안을 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특히 회복탄력성에 주목하고 있다. 회복탄력성이란, 역경 상황에서 제자리로 회귀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상하지 못한 충격을 능동적으로 대처해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으로 전환하는 개념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예측 불가능의 시대, 회복탄력적 조직문화 구축이 필요’라는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회복탄력적 기업과 비(非)회복탄력적 기업 간의 성과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구성하는 요인을 가치공유, 사회적 자본, 적응력 리더십, 조직 민첩성, 브리콜라주, 심리적 안정감 등 6가지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한 요인만 잘 관리한다고 조직의 회복탄력성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6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계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치공유=가치공유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공감대를 만든다.

적자가 누적되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일본 가전기업 소니(SONY)는 2012년 히라이 가즈오 회장 취임 후, 가치공유 노력을 통해 2018년 퇴임 전까지 경영을 정상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소니는 ‘고객 마음을 움직이는 제품,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하나가 되자’는 구호를 내걸었으며, 첫 번째 고객인 ‘직원’을 강조했다. 또, 유대감 강화를 위해 ‘전직원=소니 팬’이라는 일체감을 조성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높였다.

임원이 직접 소통해야 목표·방향성 공유가 가능하다는 철학으로 히라이 회장은 월 1회 이상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며, 취임 6개월간 지구 네바퀴 거리를 이동하는 열의를 보였다.

사회적 자본=내부·내외부 간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 수평문화를 강화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중국시장 부진은 사드 보복 뿐만 아니라 소비자 취향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것에 있었다. 중국 소비자가 SUV를 선호하는 추세에도 세단 모델에 주력하는 오판과 가격인하 전략으로 중국 차 브랜드의 경쟁자로 포지셔닝이 돼 이미지가 하락한 것이다. 

또, 경직된 조직문화로 인한 계층 간 정보 공유와 협업이 미흡해, 직원이 보유한 외부정보가 조직의 사회적 자본으로 축적되지 못하고 있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18년 취임 후 조직문화 변화에 매진했다. 군대식 문화에서 수평문화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서열화 축소 등을 위해 채용방식을 공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적응력 리더십=적응력 리더십은 리더의 환경 감지능력을 강화하고, 중간관리자 권한과 개방적 시각을 위한 네트워킹을 강화시킨다.

2014년 PC시장 붕괴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침체기 시점에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가 CEO는 ‘관료적 경쟁적인’ 조직문화를 ‘협력적 개방적인’ 방향으로 전환했다.

사티아는 경험에 기반한 조직문화를 ‘새로 고침’해 과거 실패를 조직 변화의 토대로 활용했다. 또, 개방적 마인드에 기반한 혁신을 위해 직원의 조직 융화를 중시했으며,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이도록 강조했다.

조직 민첩성=조직 민첩성은 협업으로 권한 위임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젊은 계층의 의사결정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구찌(Gucci)는 MZ세대만의 그림자 위원회를 운영해 새로운 이미지 창출에 성공한 사례다. 1921년 창립된 구찌는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이익이 급감하는 등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식상하다’는 디자인 평가로 경영난에 직면했던 구찌는 2015년 마르코 비자리 CEO가 취임하면서,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그림자 위원회 운영을 구상했다. 그림자 위원회는 30세 이하 MZ세대 중 핵심인재 직원들로 구성됐다.

임직원들로 구성된 경영회의가 끝난 후, 그림자 위원회는 CEO와 함께 경영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안건들을 재토론해 새로운 관점의 아이디어나 결론을 도출했다. 이를 통해 ‘우아한 부인의 전유물’ 이미지에서 MZ세대를 사로잡는 이미지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브리콜라주=다양한 문화나 현상을 재구축하는 브리콜라주를 적극 확대하면 개인 및 부서 간 협업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전사의 유무형 자원이나 정보 공유를 위한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

후지필름은 필름 제조기술의 창의적 재발견을 통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한 사례다. 후지필름은 R&D 기능과 조직 재정비를 통해 사양산업이 된 필름 제조기술을 활용해 신시장을 발굴하고 개척했다.

후지필름은 콜라겐 가공·항산화 기술을 노화방지용 화장품 개발로 확대하고, 필름 화학합성기술을 LCD TV용 TAC 필름 제조에 적용하는 한편, 필름 제조·인화 기술을 내시경과 초음파 진단기 등의 의료기기 제조로 확장했다. 그 결과 2000년 매출 14조원에서 2021년에는 25조원으로 재도약 할 수 있었다.

심리적 안정감=직원의 고충 처리와 마음 챙김 뿐만 아니라 도전적 업무 실패에 대한 용인·격려 분위기를 조성해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면 조직의 성과도 높일 수 있다.

구글은 4년간 약 4만명, 180개 이상 팀의 성과와 원인을 분석해, 팀 효과성을 높이는 특징 중 심리적 안정감이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요인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구글은 칭찬 사이트, 실패 보너스, 명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감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