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절반이 2030, 피해액 4500억원

빌라·오피스텔 집중…의심거래 강서·미추홀 등지에 수백건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피해액이 4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간 전국적인 전세사기 단속을 추진한 결과, 2895명을 검거하고 288명을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피해자는 2996명, 피해금액은 4599억원에 달한다. 수사 진행에 따라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피해자의 연령대를 보면, 가장 많은 35.6%가 30대였다. 20대도 18.8%에 달해, 전체 피해자의 54.4%가 2030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40대(15.8%)와 법인(14.5%)의 피해가 많았다. 

피해금액은 5000만~1억원(33.3%)과 1억~2억원(33.7%)이 가장 많았다. 이 밖에 2억~3억원(14.1%)과 5000만원 이하(13.2%)이 뒤를 이었다. 3억원 이상의 피해도 5.7%에 달했다. 

피해유형은 빌라(다세대주택)가 57.2%로 가장 많았고, 오피스텔 역시 26.2%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아파트에서 발생한 피해도 14.8%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강서에만 의심거래 보증금이 800억원대=경찰 수사와 별개로, 국토교통부 역시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 사이 신고된 거래 중 전세사기가 의심되는 2091건과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사례 등을 분석해, 1322건의 의심거래에 대해 대응에 나섰다. 피해액은 2445억원에 달했다.

국토부의 의심거래 사례를 보면, 서울 강서에서만 총 337건이 포착됐다. 보증금 규모는 833억원 수준이다. 

특히, 경기 화성(176건, 238억원), 인천 부평(128건, 211억원), 인천 미추홀(159건, 205억원) 등 이미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알려진 지역 다수에서 전세사기 의심거래가 대규모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이 밖에 서울 양천(68건, 167억원)과 금천(62건, 129억원), 구로(81건, 119억원), 관악(47건, 115억원) 등지에서도 100억원 이상의 의심거래가 파악됐다. 

국토부는 의심거래 파악과정에서 전세사기 의심자 970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공인중개사 및 중개보조원이 42.7%로 가장 많았고, 임대인(27.2%)과 건축주(16.6%), 분양·컨설팅업자(7.4%) 등이 포함됐다. 

◇바지 임대인 내세워 인수…수법 다종다양=국토부가 지목한 의심거래 유형을 보면, 바지 임대인을 내세워 한꺼번에 수십채의 건물을 매수하는 등 이상징후가 뚜렷이 드러났다. 

일례로, 서울에 빌라를 신축한 건축주 A는 분양·컨설팅업자 B와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계약 시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공모했다.

이후 B는 이사지원금을 주겠다며, 임차인을 유인해 높은 보증금으로 건축주 A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게 했고, 이후 바지 임대인 C가 건물을 통째로 매수토록 해서 임대차 계약 종료시 보증금을 반환하기 곤란하게 해 임차인에게 피해를 입혔다.

실제로 임대인 C가 같은 날 한꺼번에 한 건물의 다른 호실 15채를 매수하거나, 멀리 떨어진 주소지의 주택 8채를 매수하는 등의 이상거래가 부동산 거래신고 데이터에서 다수 발견됐다. 

처음부터 깡통전세인 오피스텔을 노려서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50대 임대사업자 D는 공인중개사 등을 모집책으로 해서 매매가격보다 전세보증금이 더 높은 깡통전세 오피스텔을 물색하고, 동일지역의 깡통주택 오피스텔 29채를 자기자본 없이 매수했다.

오피스텔 29채 매수대금을 보증금으로 조달하기 위해 전세계약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했는데, 임대사업자 D가 매수한 오피스텔 모두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아 매수할 때마다 오히려 차액을 현금으로 지급받았다. 이 중 일부는 거래를 성사시킨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보수를 초과하는 수준의 높은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이후 전세계약 종료 시점에는 계약당시 전세가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게 돼 다수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업계약서가 동원된 사례도 있었다. 부동산컨설팅을 하는 E중개사무소는 매물을 부동산온라인 플랫폼에 올린 30대 F에게 접근해 매물을 팔아주는 조건으로, 매도 희망가격인 1억75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인 2억원으로 ‘업계약서’를 쓸 것을 제안했다. 

이후 E중개사무소는 임차인G를 유인해 업계약서 상 동일 금액인 2억원의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전세계약 체결 직후 E중개사무소는 매수인 H를 소개하며 실제로 업계약서를 쓰게 하고, 임차인 G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 2억원으로 매매대금 1억7500만원을 치르고, 업계약서 상 금액과 실제 매매대금 차이인 2500만원을 E중개사무소 일당이 수수료로 나눠가졌다.

이처럼 전세사기 피해가 대규모로 확산된 사실이 확인되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하반기에는 분석대상을 4만여건으로 대폭 확대해 부동산 거래신고 데이터 기반 조사를 추진하는 등 수사에 도움이 되도록 공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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