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 외벽’에 가게 간판을 설치하려는데

관리단 동의 얻어야…동의 없었다면 구분소유자도 철거 요구 가능 

 

간판은 가게의 상징이자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눈에 띄고 독창적인 간판을 설치해야 많은 손님에게 가게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 호수마다 소유자가 다른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각 호수마다 자신의 가게를 돋보이게 하려고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 그러다보니 자영업자들 간에 간판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분쟁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간판은 디자인이나 크기 등의 외양적 요소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간판이 아무리 멋있다 한들 설치를 못하게 된다면 무용지물인데,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외벽에 간판을 설치할 수 있는 권원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집합건물 외벽의 간판을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며, 예상하지 못하게 분쟁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집합건물의 외벽은 공용부분이다=집합건물의 ‘외벽’은 소유자가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유부분’이 아니다.

대법원도 집합건물의 외벽에 관해서, “집합건물에서 건물의 안전이나 외관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주, 지붕, 외벽, 기초공작물 등은 구조상 구분소유자의 전원 또는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 부분으로서 구분소유권의 목적이 되지 않으며 건물의 골격을 이루는 외벽이 구분소유권자의 전원 또는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지 여부는 그것이 1동 건물 전체의 안전이나 외관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부분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 외벽의 바깥쪽 면도 외벽과 일체를 이루는 공용부분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한바 있다(대법원 1993. 6.8. 선고 92다32272 판결, 대법원 1996. 9.10. 선고 94다50380 판결 참조).

외벽 간판설치는 관리단 동의 필요=집합건물의 공유부분인 외벽에 간판을 설치하는 행위는 집합건물의 ‘관리행위’에 해당하므로, 관리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공용부분의 보존·관리 및 변경을 위한 행위를 할 권한이 있는 자로서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해 당연 성립된 관리단집회의 결의로 선임된 관리인으로부터 피고가 1층 외벽 바깥 면을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

관리단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에 의해 설립된 단체다. 집합건물법 제23조는 ‘관리단의 당연 설립 등’이라는 제목 아래 제1항에서 “건물에 대하여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되면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여 건물과 그 대지 및 부속시설의 관리에 관한 사업의 시행을 목적으로 하는 관리단이 설립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관리단은 어떠한 조직행위를 거쳐야 비로소 성립되는 단체가 아니라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하는 건물이 있는 경우 그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해 당연히 성립되는 단체이다(대법원 1995. 3.10. 선고 94다49687, 49694 판결 등 참조).

한편 집합건물법 제24조 제1항에서는 구분소유자가 10인 이상일 때에는 관리인을 선임해야 하고, 제2항에서는 관리인은 관리단집회의 결의에 의해 선임되거나 해임되며, 제25조 제1항 제1호에서는 관리인은 공용부분의 보존·관리 및 변경을 위한 행위를 할 권한과 의무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관리단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 다른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로부터 이의제기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으로만 책임을 면죄받을 수 없다. 간판을 설치한 때부터 나머지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이의제기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구분소유자들이 피고의 간판설치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구분소유자도 간판철거 요구할 수 있나=누군가 관리단 동의 없이 외벽에 간판을 설치했다면, 관리단 만이 간판철거를 요구할 수 있을까? 아니면 구분소유자가 단독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일까?

법원은 구분소유자 단독으로 철거를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갑’이 건물 1층 중 일부를 임차해 1층 외벽 바깥쪽 면에 간판을 설치한 사안에서, 건물 1층 외벽이 건물의 안전이나 외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으로서 구조상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용에 제공되고 있으므로 1층 외벽 바깥쪽 면은 건물의 공용부분에 해당하고, 그곳에 간판을 설치해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한 것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에서 정한 구분소유자 공동의 이익에 어긋나는 행위에 해당하며, 구분소유자인 ‘을’은 공유지분권자로서 공용부분에 대한 보존행위로서 단독으로 ‘갑’에게 간판의 철거를 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상가변호사닷컴 김재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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