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장경쟁 신호탄 ‘바드’…AI 주권 논의 촉발

구글의 AI 챗봇 ‘바드’…AI 생태계에 어떤 영향 미칠까㊦ 

 

구글의 AI 챗봇 ‘바드’는 구글 검색을 통해 실제 세계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응답을 검색 결과와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어 보다 정확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바드는 믿을 만할까?

챗GPT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뻔뻔하게 대답하는 바람에 논란이 됐던 것처럼, 구글 바드 역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

GPT의 뻔뻔한 헛소리과연 바드는=시험 삼아 바드에게 ‘국민은행 워킹맘 적금 통장에 대해 소개해줘’, ‘신한은행 레몬트리 통장 혜택에 대해 알려줘’ 등으로 가상의 질문을 건네자, 그럴싸해 보이는 답변을 내놓았다. 실제로는 없는 금융 상품명을 임의로 만들어 질문한 것인데, 질문 속 단어와 패턴만을 식별하기 때문에 엉뚱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또한 사용자가 거짓말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바드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1997년도에 데뷔한 한국 가수들을 알려줘’라고 질문하자, 그 해에 데뷔하지 않은 가수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이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한 AI의 한계에 가깝다. 바드가 구글 검색 결과와 자신의 응답을 동일하게 유지한다 한들, 검색으로 나오는 내용이 거짓이라면 오류가 생기게 된다.

챗GPT와 바드 등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한 AI는 실제 사람처럼 지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용자의 질문에서 단어와 패턴을 식별하고,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문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 텍스트로 답변을 생성할 뿐이다. 사람처럼 비판적 사고를 통해 진실과 거짓을 식별하고 검증하는 능력 역시 없다. 하지만 방대한 양의 데이터의 진실과 거짓 여부를 일일이 판별해 학습시키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진 찍어 질문하는 기능도 지원 예정=바드는 사용자가 음성으로 질문하는 것도 지원하며, 대답 내보내기 기능도 갖추고 있다. 대답 내보내기 기능을 이용하면 답변 내용을 구글독스 파일로 생성할 수 있으며, 지메일 초안도 작성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업무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구글은 바드에 ‘구글 렌즈(Google Lens)’를 결합해,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활용해 질문하는 기능도 갖출 계획이다. 이는 구글의 이미지 검색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되며, 보다 양질의 답변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바드에 ‘7평 원룸 인테리어 배치를 추천해 줘’라고 질문하면, 현재는 비교적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수납이 가능한 가구를 선택하고, 가구는 벽에 붙여서 배치하는 것이 좋으며, 밝은 색상의 가구를 선택하라는 등 비교적 뻔한 조언을 한다. 하지만 7평 원룸이라 하더라도 집 구조는 제각각 다르다. 만약 사용자가 원룸 사진을 찍은 뒤, 바드에 사진을 올리면서 ‘이 집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를 추천해 달라’고 질문한다면 보다 맞춤화된 답변을 얻을 수도 있다.

왜 한국어 지원에 관심을 기울였을까=구글은 전세계 180여 개국에 바드를 오픈하면서 영어 버전을 선보였는데, 영어 외 언어로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지원해 이목을 끌었다. 이에 관해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한국과 일본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거침이 없는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국가다. 이 시장에 진출을 확대하는 것은 큰 가치가 있다”고 답변했다.

물론 위와 같은 이유도 있겠지만, 구글이 한국어 버전을 먼저 내놓은 궁극적인 이유는 그동안 점유하지 못했던 시장을 노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한국은 구글 검색엔진이 장악하지 못한 보기 드문 국가다. 대화형 AI가 전통적인 검색엔진을 대체하고 있는 현재, 구글 입장에서 한국은 이번에야말로 점유율을 선점해야 하는 시장 중 하나인 셈이다. 국내 대화형 AI를 개발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경쟁 신호탄 울렸다AI 주권은=구글 바드가 한국어 버전을 먼저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미는 등, AI 개발 경쟁이 국가 간 패권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AI 주권’에 대한 논의가 흘러나오고 있다. AI 주권이란 한 나라가 다른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AI를 개발, 활용,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AI는 미래 경제, 사회, 문화, 국가안보 등 전방위적으로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해외기업에 AI 주도권을 내준다면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일례로 구글과 애플이 앱 마켓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바람에 앱 개발자와 사업자들,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또한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며 고도화되는 만큼, 해외기업이 AI 시장을 선점할 경우 국내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해외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 한국어로 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국내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더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구글이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바드의 한국어 버전 발전에 박차를 가한다면 향후 시장판도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네이버는 초거대 언어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바탕으로 대화형 AI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서치GPT(가칭)’ 출시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 ‘코(ko)-GPT 2.0’을 선보일 계획이다. 앞으로 AI를 둘러싼 IT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 경쟁이 사용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선의의 경쟁이 되길 바라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AI 주권 역시 지켜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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