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완화’ 역주행 일본, 엔화약세 언제까지

원화도 동반약세…원엔환율은 추가하락 가능성 낮다는 전망 

 

원엔환율이 8년만에 800원대를 기록하는 등 엔화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원엔환율은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최근 엔화약세 원인과 전망’ 보고서는 “구조적 문제로 엔화약세는 지속되겠으나, 당분간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원엔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또, 최근 원화가치가 일시적으로 반등한 점, 환차익을 목적으로 한 엔화자산(주식, 예금 등) 저가매수 수요를 들며,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달러대비 화폐가치 변화를 보면, 지난 5월2일에서 6월19일 사이 엔화가치는 -3.1%를 기록한 반면 원화는 4.9%로 상승했다. 

엔화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일본주식의 외국인 매입 비중은 올해 3월 59.2%에서 6월 1주 현재 63.6%까지 늘어났다. 

보고서는 지난 10년 엔화약세를 주도했던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4월 교체되면서 엔화가 일시적인 강세를 보였으나, 일본 통화당국이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하며 다시 약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엔화약세의 주된 원인은 통화정책 역주행과 무역수지 적자에 있다고 짚었다. 전세계와 긴축정책을 펴는 동안 일본은 나홀로 완화정책을 고수했고, 이 와중에 무역적자가 심화되면서 엔화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국채부담에 양적완화 고수하는 일본=일본은행은 단기금리와 장기금리 두가지를 운영 중인데, 단기금리는 현재 -0.1%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에 진입한 이후, 2016년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 시기에는 제로금리에 가까운 양적완화가 전세계적인 대응책이었지만, 2022년 들어 러우 전쟁과 함께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단시간 내에 크게 올리며 긴축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며 양적완화를 고수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일본의 역주행 정책에 대해 “국가부채 수준(GDP대비 262.5%)이 가장 높은 일본은 긴축 정책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국채 관련 비용이 늘어나게 돼 통화정책 전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현재 일본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세수 감소, 고령사회 유지비(연금 보건비) 증대로 국가부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몰렸다. 보고서는 “양적완화 종료로 국채이자가 상승한다면 국채비 급등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연내 1~2회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유럽 등 주변국도 긴축 기조가 이어지며 엇갈린 통화정책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엔화약세 여파…21개월 연속 무역적자=이같은 엔화약세는 무역적자로 연결되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가격 하락에도 21개월 연속으로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 수출입은 구조적 문제로 엔화약세가 무역수지 적자를 견인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의 수출은 2022년 기준으로 자동차가 19.4%를 차지하는 등 전통산업 수출 비중이 높은 반면, 경쟁국 대비 ICT 등 첨단산업 수출 비중이 낮아 신산업에서 수출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중단으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며 엔화약세가 수입가격 상승, 무역수지 적자 심화를 거쳐 엔화약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원화 역시 약세 상황이라는데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추가 금리인상 여력이 없어 주변국과의 금리차가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국내 경기부진으로 추가 금리인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과 미국은 이미 역대 최대폭으로 기준금리가 역전(1.75%p)됐고, 미국이 연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2.25%p까지 추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유로존의 기준금리 역시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보다 0.25%p 높아졌고, 향후 금리역전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이같은 엔화약세가 “수출 기업 및 중간재 납품업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차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대금 환전 시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일본과 수출경합이 높은 수출기업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했다. 일본은 중간재 수입 2위국인데, 엔화약세로 일본 중간재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국내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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