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재편’이 친환경 자동차 수출 위협한다

산업연 “IRA 등 자국중심 공급망 재편이 자동차산업 위협 요인” 

 

산업연구원이 10일 발표한 ‘자동차 수출구조 변화와 향후 과제’ 보고서는 “자동차산업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노력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한국 자동차 수출은 친환경 자동차가 견인하고 있다. 2017년 전체 수출액에서 1.1%를 차지하던 전기자동차 수출 비중은 2022년 15.8%로 증가했으며, 2023년 1분기에는 22.0%에 육박했다. 

특히 최대 수출국인 미국시장에서의 활약이 눈에 띈다. 미국의 국가별 친환경 자동차 수입현황을 보면, 한국은 2020년 4위에서 2021년 2위로 뛰어오른뒤, 2022년부터 1위 자리에 올랐다. 미국의 전체 자동차 수입액에서 한국의 비중 역시 2018년 8.0%에서 2022년 13.3%로 증가했고, 2023년 1분기에는 15.0%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친환경 자동차 수출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데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공급망 재편이 한국의 자동차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공급망 재편, 경쟁 심화…불확실성 커진 친환경차 수출

보고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인해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배터리에 포함된 중요 광물 요구사항과 배터리 구성요소 요구사항을 만족시켜야 한다”며, “이에 더해 세액공제를 위한 기본적인 요건으로 자동차 북미 최종 생산을 요구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우리나라 전기차는 보조금 명단에 포함되지 못해 소매 판매의 경우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나, 리스 차량의 경우 북미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차라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기업들은 리스 비중을 확대하며 정책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테슬라가 미국시장에서 가격인하를 발표했고, 포드도 테슬라의 발표 이후 전기차의 가격 인하를 결정하는 등 미국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과 BMW는 중국시장에서 자사의 전기자동차 가격을 인하하기로 하는 등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유럽과 동남아, 남미 등으로 판매지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 대응 한계…전략적 접근에 기반한 정책추진 필요”

보고서는 중장기적인 자동차산업 경쟁력 확보방안으로, 수출시장 다변화 정책과 함께 “상용차 전동화”와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수출 다변화를 통해 “미·중 무역분쟁,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등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확대의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주요국의 공급망 정책이나 국가 간의 분쟁 등은 민간 부문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전기차는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공급망 구축이 요구되고 있으며,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우리의 입지와 역할 확보를 위해 전략적인 접근에 기반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의 주요 생산국들과 “친환경 자동차 및 배터리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과 공급망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전기차용 생산 공장 확보와 생산성 증대를 위한 민·관의 긴밀한 소통 및 협력”과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의 협력 확대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 대한 대응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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