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배출하는 탄소와 소비하는 물은 얼마

지속 가능한 테크네(techné)…인공지능과 기후위기㊦ 

 

최근 가장 뜨거운 AI 기술은 챗GPT(ChatGPT)다. 챗GPT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이 때문에 탄소배출이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챗GPT는 쉽게 AI챗봇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AI는 다른 방식의 컴퓨터 활용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2021년 발표된 스탠퍼드대 인공지능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의 기반인 거대언어모델(LLM) GPT-3가 학습하는데 1287메가와트시(MWh)가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502톤(t)의 탄소가 배출됐다. 이는 2020년 기준 한국인 1인당 탄소 배출량(11.6톤)의 43배이며, 평균적인 세계인이 100년간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

미국 리버사이드 콜로라도대와 앨링턴 텍사스대 연구진은 챗GPT와 하나의 주제로 25~50개의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때 물 500㎖가 소비된다고 발표했다. 쉽게 말해서 하나의 주제로 대화할 때마다 생수 한 통이 소비되는 것이다. 전력은 디지털 하드웨어를 구동시키기 위해, 물은 구동되면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필요하다. 문자보다 더 복잡한 이미지를 학습하고 사용하는 미드저드나 달-리2, 스테이블 디퓨전 등의 AI 이미지 생성기는 아마도 이보다 더 많은 전력과 물이 필요할 것이다.

AI 기술을 선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은 모두 거대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의 위협요인으로 데이터센터가 거론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게임, 인터넷쇼핑, 자율주행,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은 데이터센터가 있어서 가능하다. 그런데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네트워크 시스템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한 곳이다. 그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 냉방설비를 사용하면서 엄청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굴뚝 없는 공장’으로 불린다.

빅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전기 사용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면서 친환경을 내세우며, 냉각을 위해 온도가 낮은 북극권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전기 생산을 위해 화석연료나 원자력이 사용되기 때문에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데, 이러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환경오염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환경오염 때문일까? 전기료 절감을 위해 온도가 낮은 북극권을 찾고 있는 건 아닐까? 북극은 매년 한국의 면적 정도의 얼음이 녹고 있다. 24시간 365일 발산하는 데이터센터의 열기는 북극의 온도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다.

빅테크 기업은 급기야 바다에서 데이터센터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4년에 처음 나온 ‘해저 데이터센터’ 개념을 발전시켜 2018년 6월부터 스코틀랜드 오크니섬 인근 바다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일명 나티크 프로젝트(Project Natick)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영기업 ‘케펠코퍼레이션’을 통해 타국 민간기업과 손잡고 해상 데이터센터 구축 방법을 실험 중이다. 수온상승은 현재 큰 문제다. 지구 전체 온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도시들을 침수시킬 수도 있다. 해저나 해상의 데이터센터에서 쉬지 않고 뿜어내는 열기는 바다의 수온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지구를 뜨겁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그림 한 점과 생수 한 병=생수 한 병과 그림 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무엇이 더 중요할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대부분 생수보다는 그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 그림 한 점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것이지만, 그에 비해 물은 약간의 노력만 들이면 어디서든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연은 생물에게 무상으로 자신의 것을 내주었다. 하지만 계속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술은 기술에 의해 변하고 있다. 하지만 미술을 변화시키는 기술만 볼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를 몰고 오는 기술도 생각해야 한다. 어느 순간 우리는 그림 한 점보다 생수 한 병이 더 소중한 세상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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