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주유소, 복합에너지 플랫폼으로 변신

상업용 복합시설·도심 물류거점 구축도…“사업성 검증 후 접근해야”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주유소가 감소하고 있다. 이에 복합에너지 플랫폼으로 전환하거나 상업용 복합시설 및 도심 물류거점 구축도 사업 다각화의 방법으로 떠오르는 등 주유소들도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불확실성이 크고 사업성 검증이 필요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전기차 시대의 주유소, 변해야 살아남는다’ 이슈분석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 가운데 한국 역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어 주유소 수는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쟁과열친환경차 확대…수익성 악화=국내 주유소는 1970~1980년대 자동차 및 석유산업 육성정책으로 고성장을 이어갔다. 2000년 전후에는 정부가 경쟁촉진을 위해 대형마트 진출(2008년), 농협 브랜드 주유소 도입(2009년), 알뜰주유소 도입(2011년) 등 주유소 진입규제를 완화하면서 사업자 수가 확대됐다.

그러나 수요 대비 주유소 사업자가 급증하면서 가격 경쟁이 과열된 데다 인건비·임대료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주유소 수는 2009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영업이익은 1% 내외로 파악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전년대비 64% 증가한 16만4000대로 전체 판매의 9.8%를 차지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친환경차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2040년 국내 주유소 수는 현재의 1/4 수준인 3000개만 남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 주유소는 저수익 구조가 고착화돼 있고, 친환경차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기존 자동차 연료 판매만으로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고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20년 이상은 여전히 내연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고, 내연차가 존재하는 한 주유소도 필요한 상황이므로 주유소들은 본업은 유지하되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 자동차 등록대수 중 친환경차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복합에너지 플랫폼변화 맞춰 진화 중=이러한 시대적 변화로 위기에 직면한 주유소들은 진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유소를 복합에너지 플랫폼으로 전환해 그린에너지를 통한 매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주유소 형태에 태양광·연료전지 등 분산에너지, 수소전기차 충전기 등이 결합된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을 구축하는 방법이다.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관련 종사자들이 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5월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복합에너지 스테이션’ 실증사업을 하고 있다. 정부와 관련 부처들도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의 시장 정착을 위해 주유소 내 수소연료전지 설치 허용, 전기차 충전설비 설치 이격기준 완화 등 그동안 주유소에 적용됐던 규제들을 완화하고 있어 주유소의 사업 전환이 가능해보인다.

주유소의 유리한 입지를 활용해 비연료 부문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고려할 수 있다. 보고서는 도심 주유소들은 우수한 입지에 위치하며 대로에 접해있어 차량 출입이 용이해, 상업용 복합시설 및 물류거점으로 활용하기 적합하다고 봤다.

실제로 일부 주유소들은 유휴공간에 EV 충전시간 동안 운전자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 편의점·할인점, 세차 및 정비시설, 다양한 테마공간 등을 만들고 있다.

또, 그동안 유휴공간으로 남아있던 자리를 화물 픽업센터로 운영하며 물류거점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GS칼텍스는 서울시와 서초구 내곡주유소에 스마트 MFC(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드론, 스마트 모빌리티 등이 결합한 미래형 첨단물류 복합주유소로 조성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성 검증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보고서는 그러나 현재 추진중인 복합에너지 스테이션 등이 완전한 수익 모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며, 실증단계 이후 사업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행법 상 주유소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는 전기차 충전에 직접 이용할 수 없어, 당초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에 기대한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없어 향후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주유소들이 복합 상업시설, 물류 등 비연료 사업으로 확대를 추진하는 것도 주유소 폐업이 가속화돼 지점수가 현저히 줄어들 경우 해당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 후 전략적 참여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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