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줄이는게 금융 정책 목표여야 한다”

DSR 기준 지키고, ‘과잉대출 규제법’ 제정해 가계부채 위험 줄여야 

 

고금리·고물가 상황임에도 부채 규제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부양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키워 경제위기나 경제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기관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을 준수하고, ‘과잉대출 규제법’을 제정하는 등 가계부채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는 31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의 신규주택 구입대출과 같은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펴면서, 시중은행의 50년 보금자리론 감독강화와 같은 가계부채 증가 막기 정책을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를 잘못해 또 다른 경제위기나 경기침체를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부채 축소 필요성을 강조=금리인상 영향으로 가계부채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5월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4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9조5000억원 늘었다. 2분기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올해 2분기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 대비 14조1000억원 증가한 103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8일 발간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이 여전히 소득수준과 괴리돼 있고 고평가돼 있으며 가계부채 비율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불균형이 더 누증될 것을 경고했다.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부문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며, 부채축소(Deleveraging)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례보금자리론, 빚내서 집사라 정책=김남근 변호사는 통화당국은 가계부채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펴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부터 정부가 시행한 정책금융 ‘특례보금자리론’은 ▲금리인상 지속 상황에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대환대출 ▲역전세로 보증금 회수 못하는 세입자 구제를 위한 보증금 반환 목적 임대인 대출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지원 등의 목적을 갖는다.

김 변호사는 이중 실수요자 주택구입 지원 목적에 대해, 이러한 목적의 대출이 서민과 젊은 중산층 등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대출은 9억원 이하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 금리로 장기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소득 제한이 없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적용받지 않는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는 규제지역과 무관하게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80%까지 높여주고 대출 한도도 4억원에 6억원으로 확대했다.

올해 특례보금자리론 예산은 39조6000억원이며, 7월 말 이미 목표치의 78.5%인 31조1000억원이 소진됐다. 이중 신규주택구입자금 대출이 18조2322억원으로 58.6%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규주택구입자금 대출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한 1~7월 유효신청액의 23%인 7조2116억원은 연소득 9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들에게 돌아갔다.

김 변호사는 이는 정책금융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재정과 정책을 동원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7월부터 시중은행이 가세한 50년 장기모기지론은 가계부채 급증을 이끌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농협 등 4개 시중은행이 7월부터 8월15일까지 판매한 50년 장기모기지론은 1조7490억원이다. 장기모기지론 판매는 점점 가속도가 붙어 8월11월부터 14일까지 4일 동안 5111억원이 판매됐다. 김 변호사는 금융감독기구가 개입하지 않고 이대로 방치하면, 50년 장기모기지론이 가계부채를 급증시킬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정책금융은 서민들이 생계나 주거안정 등을 위해 금융적 지원이 필요할 때, 금융시장에서는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기 어렵고 고금리의 대부업이나 사금융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 정부가 개입해 금융지원을 하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은 정책자금으로서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부채경제성장률 낮추고 불평등 심화=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가계부채의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살펴보면, 2021년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206.%를 기록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발생할 당시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40%였으니, 우리나라는 이미 위험 단계를 한참 지난 상황이다.

2018년 우리나라의 GDP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97.7%였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며 2022년 말에는 105%까지 치솟아 압도적 가계부채 1위 국가가 됐다.

가계부채 위험은 채무자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 피해를 준다. 

한국은행이 7월 발표한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에서는, 단기적으로 가계부채가 금융 불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가계부채가 GDP의 100%를 웃도는 기간이 길어지면 소비가 위축되고 금융을 통한 자원 배분의 효율성도 떨어져 성장률이 하락할 것을 우려했다. 또한 가계부채의 증가는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최저 생계비만 빼고 거의 모든 소득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해야 하는 위기 상황의 한계 채무자를 증가시키게 된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가계부채를 줄이고 연착륙에 성공하려면 ▲DSR(총부채상환비율) 예외 대상 축소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수준별 차등 금리 적용 ▲만기일시상환 대출 가산금리 적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당국, 가계부채 축소가 정책 목표여야=김 변호사는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의 가계부채를 현재 GDP대비 103%에서 80%까지 대폭 줄여야 한다는 부채축소(Deleveraging) 목표를 제시했다며,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금융감독 당국도 가계부채 축소를 금융감독 정책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채축소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 방식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실천했던 것처럼 금융기관 DSR 기준 준수 등 금융의 기본원리를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에서 1994년 ‘주택의 소유 및 자산보호에 관한 법률(HOEPA)을 개정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8개 주에서 같은 성격의 주법을 제정해 주택대출 개혁에 나섰던 것처럼, 한국판 HOEPA법인 ’과잉대출 규제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부동산버블의 우려에도 과잉대출을 해서 집을 산 채무자도 문제이지만, 금융의 전문가로서 채무자의 상환능력 등 DSR 금융의 기본원리에 충실하지 않고 과잉대출을 시행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도 비난 받아야 한다며,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좀 더 저리의 대환대출이나 모기지론 상환 일시 감면이나 유예, 이자율 조정 등 다양한 채무조정을 통해 가계부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