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눈앞…신탁 활용방법 관심 커졌다

가족돌봄, 셀프장례, 자산관리, 부양목적…신탁상품㊤ 

 

올해 칠순이 되는 A씨는 사망한 후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의 생계가 걱정이었는데, 우연히 재산을 은행에 맡기면 자녀에게 생활비를 지급해주는 신탁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막대한 재산을 가진 부자도 아니고, 세금은 또 얼마나 나올지, 벌써부터 재산을 주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고민이 됐고, 그러던 중 은행 앱을 통해 신탁 상담을 받게 됐다.

A씨는 상담과정에서 자녀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에 해당돼 계약의 형태만 적절하다면 5억원까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고, 본인이 보유한 4억원 가량의 아파트를 신탁하면 해당 아파트의 임대수입으로 자녀의 생계비를 지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자녀의 사망시점까지를 기간으로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고, 자녀가 은행과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자익신탁) 사후에도 자녀의 생활비가 지급되도록 했다.

과거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탁은 이처럼 가족돌봄, 셀프장례, 자산관리, 부양목적 등의 여러 상품 등이 나오면서 다양화되고 대중화되고 있다. 고령사회에 재산 이전의 수단으로 신탁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신탁은 오래된 재산상속 방법의 하나로 ‘믿고(信) 맡긴다(託)’는 의미다. 계약의 주체는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로 구성된다. 위탁자가 재산을 수탁자에게 맡기면 해당 재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에게로 이전된다. 신탁계약은 1:1 계약이므로 해당 재산은 별도계정으로 분리·관리해, 파산했을 때에도 신탁재산은 담보권 실행 등에서 제외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고령화와 상속 그리고 신탁’ 보고서는, 최근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고령 친화산업이 확대되고 있는데 규제 개선을 통해 신탁 본연의 역할이 강화된다면 신탁시장이 빠르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령사회 진입…소비자 ‘니즈’가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7.2%(335만명)으로 고령화사회가 됐으며, 2022년에는 17.5%(926만명)로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초고령사회에 근접했다. 이처럼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고령화를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소비자 니즈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유병장수시대가 도래하면서 노인성 질환인 치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뇌의 노화현상의 일종인 치매 유병률은 65세 이상 기준 2000년 10.3%(83만2000명)였으며, 2050년에는 302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19년 기준 치매환자 1인당 연간 돌봄비용은 약 2000만원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치매환자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49%), 정서적 부담(16.5%), 육체적 부담(14.5%)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스스로 노후 및 사후를 준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모 봉양의 마지막 세대로 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를 언급하고 있는데, 향후 부모를 봉양하지 않지만 자녀의 봉양도 바라기 어려워져 각자 스스로를 직접 부양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싶거나 사후 준비를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독거노인 등)에 놓이면서 ‘셀프장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밖에도 갑작스러운 사망 등에 의한 우발적 상속보다 명확한 인식 하에 상속을 결정하는 자발적 상속을 위해 신탁을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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