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 연구자들 우려 묵살해선 안돼

재검토 없다는 정부의 일방통행…R&D 미래 어둡다 

 

정부의 R&D 예산 대폭삭감 방침에 대해 R&D 현장을 책임지는 연구자들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 대폭삭감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조차 내비치지 않은채 일방통행으로 일관하고 있다. R&D와 국가의 미래가 어두워질 것이란 심각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안은 지난해보다 16.6%, 3조9000억원이 삭감돼 국회에 제출됐다. 이중 기초연구사업 관련 예산은 1537억원 감액이 결정됐다. 동시에 각종 연구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황이다. 

 

지난 18일 기초연구연합은 기초연구사업 예산 삭감 철회를 위한 성명서를 통해, 예산삭감과 함께 예고된 급격한 구조 조정에 대해 “매우 심대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돼 반드시 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기초과학학회 및 협의회의 연합체인 기초연구연합회의 성명서에는 27개 기초과학 관련 학회들이 함께 이름을 내걸었다. 

 

이들은 “기초연구사업은 연간 수천만원의 소액부터 7억원 이상의 우수연구자 과제로 구성돼, 연구자들이 신진-중견-리더연구자로 발전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사업으로 연구자들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면서, “연구자들의 창의적 연구를 지원하는 경쟁적 지원체계로서, 타 연구사업들에 비해 연구비 대비 국제 논문, 특허출원, 기술료에서 우수한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R&D 효율성 또한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구사업에 예산 삭감과 급격한 구조조정이 단행된다면 발생할 문제로는, 먼저 “1억원 미만 연구과제에 대한 신규지원이 중단된다”며, “소규모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연구 및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의 연구가 단절되어 연구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비전임 연구자를 지원하던 창의도전사업의 신규지원이 중단된다”며 “미래 연구인력 및 역량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리더, 중견, 선도연구센터, 기초연구실 등 계속과제의 연구비가 10~40% 삭감되는데 대해서는 “연구성과와 연구 경쟁력의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구연합은 “기초연구사업 연구비 예산 삭감을 철회”할 것과, “꾸준한 노력으로 구축되어 온 기초연구사업 포트폴리오의 급속한 변경을 재고하고 지속적 연구가 가능한 정책을 수립”할 것, 그리고 “현장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기초연구비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연구노조와 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사)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등이 함께 구성한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역시 18일 성명서를 내고 “연구비 카르텔의 실체와 비효율 사례가 무엇인지 명확하고 상세하게 밝혀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예산 삭감된 R&D 사업 및 과제 목록과 삭감 논리를 전부 공개”하고 “R&D 예산 삭감과 관련하여 연대회의 공동대표단과 끝장토론을 개최”하며, “삭감 전 R&D 예산 수준으로 되돌리도록 국회 예산 심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자들의 목소리가 정부에는 전혀 닿지 않는 모습이다. 과기부를 비롯해 각 부처들이 다양한 R&D 사업의 예산삭감에 대한 언론보도에 대응하고 있지만, 삭감이 정당하다는 입장만 늘어놓을 뿐 예산삭감을 재고할 뜻은 전혀 내비치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이 R&D 예산 재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도한 데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할 지경이다. 

 

R&D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연구자들이 R&D와 나라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예산 대폭삭감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IMF 경제위기 당시에도 삭감하지 않은 것이 R&D 관련 예산이다. 삭감한 예산안은 즉시 철회하고, 기초연구를 중심으로 예산을 최대한 확충해야 한다. 아울러, 과학계를 카르텔로 몬 발언에 대해서는 발언자들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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