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R&D 예산 25% 삭감…피해 불가피

자립화 성과에도 소부장은 85% 삭감, 지역균형발전도 62% 삭감 

 

“지난 5일 영국의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R&D 예산삭감에 대한 한국 과학자들의 항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국제적인 기사에서 조롱거리 대상으로 삼고 있어요.”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정부의 R&D 예산삭감에 대한 외신 보도를 소개했다. 김 의원은 “한국 정부의 R&D 예산삭감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GDP 대비 5%를 R&D에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발언과도 모순된 상황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가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에서 야당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R&D 예산삭감 중에서도 중소기업 분야 R&D 예산삭감 비중이 특히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2024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중소기업 R&D 예산은 1조7701억원에서 1조3208억원으로 25.4%나 삭감됐다. 전체 R&D 예산이 16.6%나 삭감된 것도 문제지만, 중소기업 R&D 예산삭감이 폭이 훨씬 큰 것은 중소기업 육성에 중점을 둔다는 정부 정책과도 어긋난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R&D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이후, 정부는 마치 중소기업 전체가 문제라서 그런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고 한 발 물러서 있다”며, “참 비겁하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질타했다.

◇중소기업 R&D 과제 실패율 3.8% 불과=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중소기업 R&D 최종 평가과제는 1만2430건이다. 이 중 실패 판정을 받은 과제건수는 476건으로 실패율은 3.8%에 불과하다. 2022년도 중소기업 R&D 성과를 살펴보면, 출연금 1억원당 6.7명의 종업원 고용이 늘었고, 매출액은 11억원 상승했으며, 수출액은 7억5000만원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김 의원은 특히 중소기업 R&D 사업 중 95.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협약형 계속사업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2024년 중소기업 R&D 정부예산안 1조3208억원 가운데 1조2648억원(95.5%)이 협약형 계속사업인데, 이는 2년 이상 기간에 걸쳐 과제책임자인 중소기업이 전문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과 이미 협약을 체결하고 추진중인 사업을 말한다. 기 계획대로 사업을 완수하려면, 정부가 감액한 25.4%만큼을 과제책임자인 중소기업이 메꿔서 완성해야 최종 사업평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김 의원은 내년 예산이 줄거나 전액 삭감될 경우, 그동안 지속적으로 수행해오던 R&D 사업은 중소기업이 알아서 메꿔 마무리 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고 이영 중기부 장관에게 질의했다.

이 장관은 “주무부처로서 의원님의 염려에 십분 공감한다”면서도, “중소기업 R&D 사업의 성공률이 거의 99%에 해당하지만 상용화율은 거의 한 자리 숫자다. 우리나라가 GDP대비 R&D 투자가 전 세계 2위이면서도 혁신의 속도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생산성 차이 등이 벌어지고 있어 전반적인 R&D 개편이 필요하다는 부분에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R&D 개편이라는 대의적인 부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저희의 책임이라며, 그 부분을 여러 각도로 논의하고 있고 부족한 부분은 의원님들과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소부장 등 삭감…원전 R&D 예산은 증가=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소부장 자립화·국산화 성과를 이뤄왔던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이 84.6% 삭감된 점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 역시 “중소기업·소상공인 R&D 예산 중 11개 사업이 전액 삭감되고, 소부장 R&D가 85% 삭감됐는데, 각각의 사업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됐느냐”고 질의했다. 이 장관은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정리를 진행했다”고 답했고, 김 의원은 각각 사업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예산 삭감을 했는지 별도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김 의원은 “중소기업 지원이나 소부장 지원 예산은 대폭 줄었지만, 원전 R&D 예산은 유일하게 증가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은 세계적으로 사양산업이라는 것이 통계적으로도 확인이 된다”며, “그 원전 생태계를 다시 살린다는 것은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린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지역균형발전 중소벤처 R&D 예산삭감을 지적했다.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사업인데, “이 R&D 사업은 균형발전 사업평가에서 3년 연속 우수 판정을 받았고, 지역 신규고용이 6380명 늘었으며, 매출 1조6000억원을 창출했음에도 61.8% 예산을 삭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결국 국정철학의 문제”라며, “중소기업 발전, 동반성장, 지방소멸 문제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관심이 없고 국민 다수의 일터인 중소기업의 희망을 뺏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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