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예방, 경영진 의지가 가장 중요

실생활에서 판단 어려운 직장내 괴롭힘 성립요건…판례 등 이해해야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며, 사용자의 의무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세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대한상공회의소가 2일 개최한 ‘최근 판례를 통해 알아보는 직장내 괴롭힘과 기업 대응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내부 절차를 제대로 정비하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EO나 대표이사 등의 의지가 있지 않으면 아무리 정비를 잘해 놓아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따라서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로 시스템을 마련하고 직장내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2019년 직장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명시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권력형 괴롭힘을 표현하는 각기 다른 표현들이 혼용됐었다. 땅콩회항, 재벌가 임원의 수행기사 폭행, 직장 내 왕따, 진상고객, 간호사 태움 등 직장 내에서 여러 가지 사회적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는 입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직장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법제화됐다.

법률이 규정하는 직장내 괴롭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일 것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것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 변호사는 직장내 괴롭힘이 법제화된지 이제 4년 정도 되면서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의미있는 하급심 판결들이 축적되면서, 처음에 이 법이 시행될때 과연 어떻게 해석될 것인지 의문이 남았던 개념들도 조금씩 정립돼 가고 있다면서 직장내 괴롭힘 판결 사례를 소개했다.

우위성의 인정 판례=대학교 행정실의 회계·서무 업무를 담당하던 기간제 직원 A는 같은 행정실 내의 정직원이자 주임으로서 교무 시설업무를 담당하던 B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B는 A에 대한 지시감독권이나 근무평점권이 없다. B는 정규직으로 12년간 근무했으며, A보다 6살이 연상이었으며, A는 회계와 서무업무를 B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이 사건에서는 B가 A에 대해 우위에 있다고 인정되는지가 쟁점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공식적으로 B가 A의 업무를 지도 감독하는 위치에 있지는 않았으나, B는 대학의 정규직 직원으로서 약 12년 동안 근무해 온 점, 이에 비해 A는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돼 사건 당시 근무기간이 2년에 불과했던 점, B의 나이가 A보다 6살이 많았던 점, 또, A는 행정과 회계 모두 B에게 보고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상급자로 생각할 수 밖에 없던 점에 비추어 B는 A에 대해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에 있어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업무상 적정성에 대한 판단=A는 출장을 가는 과정에서 부하직원에게 차를 대기해 두지 않았다는 사유로 욕설을 하고, 평소 출장이나 휴가를 보고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화를 내며, 회의 과정에서 욕설을 수차례 했다. 또 다른 부하직원들에게는 회식에 안 오면 블랙리스트에 적는다는 등의 언급을 하며 회식 참여를 강권했고, 출근전에 직원들에게 차를 준비하게 해두고 책상을 청소하라고 지시해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됐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A가 질책이라고 주장하는 행위들이 여러 직원들이 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노골적인 질책을 하는 형태로 이뤄진 이상,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폭언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판결했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판단=어린이집 원장 A는 보육교사 B와 갈등이 있었고 어린이집 교사들이 모인 교사회의에서 A는 여러차례 B를 질책하는 발언을 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A가 B에게 빈번하게 질책과 비난을 했고, B가 여러차례 괴로움을 호소한 것으로 봤다. 또한 A가 B에게 한 발언 내용과 지속기간, B의 반응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때 이는 일상적인 지도 또는 조언 및 충고 수준을 넘어서 지속적이고, 공개적인 질책을 통해 직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정신적 고통을 가하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사용자가 알아야 할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의무조항

이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기업이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법에서 사용자가 무엇을 하도록 의무조항으로 기재해뒀는지 명확하기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관련 사용자의 조치 의무는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괴롭힘 발생사실을 인지하면 지체없이 조사를 실시할 의무 ▲조사기간 동안 피해자 또는 피해 주장 근로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되고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되면 지체없이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이 밖에 ▲행위자에 대한 조치 시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 피해 근로자의 의견 청취 의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 대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 금지 ▲직장 내 괴롭힘 조사자, 조사내용을 보고 받은 사람 및 조사과정에 참여한 사람의 누설 금지 의무 등이 있다. 해당 의무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과태료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이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업무를 진행할 때는 사건의 시작부터 사건의 마무리까지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건의 조사와 소송, 징계위원회 등은 동일인이 모두 담당할 경우 공정성에 대한 이의가 제기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

조사업무의 경우 주관적인 판단을 경계하고 신고인과는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업무상 획득한 자료의 기밀 유지는 다른 어떤 업무보다 중요함을 인식해야 하며, 관련 교육을 진행할 때 흥미 위주로만 진행하거나 또 다른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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