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중간정산시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은

대법원 판례, 연차휴가 발생일로부터 1년 지난 날 청구권리 생겨 

 

퇴직금은 퇴직 이후에 발생하는 후불적 성격의 임금이다. 따라서 퇴직금에 대한 청구권은 퇴사일로부터 발생한다. 그러나 후불적 성격의 임금인 퇴직금을 퇴사 이전에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근퇴법) 제8조에 따라 근로자는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로 퇴직하기 전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해 받을 수 있다. 근퇴법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를 충족해야 하고, 사용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는 근퇴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등 7가지 사유일 경우 가능하다. 

노동현장에서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두고 노사간에 다툼이 자주 벌어진다. 근로자의 임금항목 중 중간정산 시점에서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하는 임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대법원 제1부는 퇴직금 중간정산 때 중간정산이 이뤄지는 해의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근로자 측의 주장을 기각하는 판결(대법 2022다 215784, 선고일 2024.1.25.)을 내놨다.

사건의 경위=피고는 인천광역시에 있는 현대제철 주식회사로 원고 629명은 피고 회사의 근로자다. 이들은 인천지방법원에 피고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의 재산정과 퇴직금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단체상해보험료와 하계건강지원비,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제외한 것을 두고 퇴직금 중간정산액의 재산정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중 정기상여금 고정지급분의 통상임금 여부는 별도의 쟁점으로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쟁점은 피고 회사가 퇴직금 중간정산 과정에서 퇴직금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단체상해보험료, 하계건강지원비,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3개월분 등을 제외하고 지급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다.

피고 회사는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에 따라 매년 회사의 창립기념일에 1회에 한해 재직 중인 모든 근로자에게 50만원의 체력단련비를 지급하고 있다. 또한 피고 회사는 근로자들 전부를 피보험자로 하는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으며, 노사합의에 따라 소속 근로자들에게 매년 6, 7, 8월에 8만원 상당의 하계건강지원비를 지급한다.

만약 원고들의 주장처럼 단체상해보험료와 하계건강지원비 그리고 퇴직금 중간정산이 이뤄진 연도에 대한 근로의 대가로 다음 해에 주어질 연차휴가수당 3개월분이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면,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 중간정산액은 증가해 퇴직금 차액분이 발생한다.

원심의 판단=원심인 서울고등법원 민사 제1부는 판결(서울고법 2018나2072209)을 통해 체력단련비와 단체상해보험은 피고 회사가 단체협약 및 노사합의에 따라 피고 근로자들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해 평균임금 산정 때 포함돼야 한다고 해석했다.

원심 재판부는 매년 6, 7, 8월에 지급되는 되는 하계건강지원비 역시 노사합의에 따라 피고의 모든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된 점을 지적하며, “그 지급의 의무의 발생이 근로 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근로의 대상인 임금에 해당해 평균임금 산정 때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역시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퇴직금 중간정산이 이뤄진 연도에 대한 근로의 대가로 다음 해 주어진 연차휴가수당 중 원고들에 대한 평균임금 산정기간인 3개월의 근로에 대한 부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피고 회사의 체력단련비와 단체상해보험료, 그리고 하계건강지원비에 대해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판결과 같이 평균임금 산정 때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연차휴가수당에 대해서는 달리 판단했다. 퇴직금 산정을 위한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은 산정 사유 발생일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누어 산정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 평균임금의 산정기초가 되는 임금총액에는 임금의 성질을 갖는 각종의 기본적 급여항목 외에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지급하지 않으면 안 되는 법정수당(시간외 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등)이 포함된다.

실제 근로자가 어떤 임금을 받은 시기가 평균임금 산정기간 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평균임금 산정기간이 아닌 다른 기간에 제공한 근로의 대상으로서 지급된 것이라면 평균임금 산정에는 포함될 수 없다. 가령, 산정 사유 발생일인 퇴사일이 2024년 1월1일이고 이전 3개월인 2023년 10월~12월 사이에 2023년 1월~3월 사이 근로 제공에 따라 체불되었던 임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는 평균임금 산정기간인 2023년 10월~12월 사이 기간에 제공한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임금이 아니기에 이를 평균임금 산정에 반영할 수 없다.

반대로 평균임금 산정 사유가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해 당연히 지급돼야 할 임금 중 지급되지 않은 임금은 포함된다. 대표적으로 연간을 단위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이 있다. 매년 설과 추석에 기본급의 일정 비율을 정해 지급하기로 하는 명절 상여금의 경우 이는 1년의 근로에 대한 대가를 특정 지급일에 지급하는 것으로, 산정 사유 발생일인 퇴사일 이전 3개월의 근로에 대한 대가도 포함됐다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연간 상여금 총액을 12로 나눠 이 중 12분의 3을 퇴직 전 3개월의 임금에 포함해 평균임금에 반영한다.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역시 같은 산정방식으로 평균임금에 포함한다. 다만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의 경우, 지급 사유의 발생이 확정되는 시점은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이다. 연차유급휴가는 연차휴가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소정근로일의 일정 기준을 충족해 개근하면 그다음 해에 발생한다.

그리고 연차휴가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간 사용할 수 있다. 근로자는 1년간 발생한 연차휴가의 사용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데 1년간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이유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즉 연차휴가 발생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까지 사용자의 적법한 연차휴가 사용 촉진 등이 없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에 대한 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의 판례는 연차휴가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이때가 바로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에 대해 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날로 해석한다. 이 사건 판결에서 ‘발생 여부가 확정’된 시기는 바로 이때를 말한다.

원심은 평균임금 산정 때 반영되는 연차휴가수당에 대해 판결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도 이를 잘못 적용했다.

대법원의 기존 판례(대법 2009다86246)에 따르면,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해당 사건에서는 퇴직금 중간정산일)이 속한 해의 직전 해에 연차휴가 발생 요건을 충족해 퇴직금 중간정산이 이뤄진 해에 지급이 확정된 연차휴가수당 중 12분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이 퇴직 전 3개월의 임금에 반영돼야 한다. 원심은 퇴직금 중간정산이 이뤄지는 연도에 대한 근로의 대가로 그다음 해에 주어질 연차휴가 수당을 평균임금 산정 때 포함해야 한다고 오인한 것이다.

판결의 의의=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아주 새로운 해석은 아니다. 연간을 단위로 지급되는 임금의 경우 산정 사유 발생일 이전 3개월에 그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평균임금은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을 종전과 같이 보장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는 만큼 이를 적절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데 그 의의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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