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인력수급에 맞춰 ‘포장’ 기술력도 쑥쑥

제품 특징·박스 크기도 ‘착착’…국제포장기자재전 2024 

 

“대부분의 물류센터가 외곽에 위치해 있다 보니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요. 여기에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까지 가세해 인력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1994년 창립해 전자동 맞춤형 포장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는 ㈜솔버스(SOLVUS) 관계자의 말이다.

포장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모든 소비의 영역에서 빠질 수 없는 분야이지만,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가 있다. 특히 친환경 이슈와 인력수급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 4월23일부터 4일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포장기자재전 2024(KOREA PACK 2024)는 이전과 달라진 패키징 관련 기술들을 한데 모았는데, 그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점은 친환경 이슈로 인해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혁신했고, 인력난에 허덕이는 업계 특성을 고려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인력수급’ 고민…‘수작업→자동화’ 효율성 UP

포장의 역할은 다양하다. 제품의 보호는 기본이고,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소비를 촉진하기도 한다. 식품과 제약류 포장은 제품의 위생과 안전을 도모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느냐다. 

㈜솔버스(SOLVUS)는 전세계 박스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이탈리아의 고가 장비를 들고나왔다. 박스 자동 포장시스템(Box on Demand)이 콘셉트인 이 장비는 제품의 사이즈에 맞게 박스를 만들고, 포장하기 때문에 ‘과대 포장’ 이슈로부터 해방해 준다. 

하희수 상무이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상품 사이즈를 자동으로 스캔해 상품의 가로, 세로 높이를 측정해 준다”며, “대개 박스에 빈 공간이 있으면 뽁뽁이나 종이 같은 완충재를 넣는데, 이 장비로 포장을 하면 상품 사이즈에 딱 맞게 만들어주니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점은 과대 포장 이슈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박스의 크기도 줄게 해 자가 트럭으로 배송 시 100개 실을 것을 140개 정도 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운송비 다음으로 포장 단가를 많이 차지하는 골판지 자재의 원가도 낮춰준다. 자재 원가에 인건비가 포함되는데, 인원이 그만큼 최소화되므로 포장 자재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 상무는 “하루에 8~10시간 작업한다고 했을 때, 수동 포장할 때보다 8~10명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며, “아마존만 하더라도 이런 장비가 100여대 설치돼 있고, 전 세계적으로 500여대 이상 운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2019년 첫 설치해 현재 8대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고가의 제품이라 중소업체에서는 도입하기 힘들 것”이라며, “온라인 서점, 패션업계 등 대형 이커머스가 주로 사용하는데, 적어도 하루에 1만건 이상의 포장을 하는 업체여야 ROA(총자산수익률)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 산업계에 변화를 몰고 온 코로나19는 패키징 기술의 변혁도 앞당겼다. 이전에는 없던 기술을 발빠르게 선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30년간 포장기계를 설계, 제조하고 있는 서울자동포장기계㈜ 설계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코로나19 이전에는 진단키트를 포장할 수 있는 라인의 구성이 전혀 돼 있지 않았다”며, “이를 위해 국내 기술로 라인을 설계했다. 재작년에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때 사용된 타액 자가검사키트 포장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포장할 때는 내용물을 하나도 빠짐없이 완벽하게 포장해야 하므로 포장이 끝난 이후에도 무게를 점검하는 등 더블 체크한다. 특히 옵션으로 로봇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 생산성을 높여 준다는 강점이 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는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의 기업에서 사람이 직접 포장했다. 아파트형 공장에서 하루에 300명씩 포장에만 매달렸을 정도”라며, “이 자동화 기계를 사용하면 인건비를 1/4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생산 속도도 옵션으로 맞출 수 있어 분당 200개까지 포장할 수 있다”며, “제품 종류가 바뀔 때마다 기계를 조정해 쓸 수 있어 계속 한 기계로 포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 년에 20대 이상 만들지 않는다는 서울자동포장기계의 장비는 현재 CJ, SPC그룹 등 식품회사를 비롯해 제약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약 포장에 특화한 포장…국내 기술로 ‘업그레이드’

액상, 캡슐과 같은 제약 포장기술은 더욱 섬세하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충진할 때 들어가는 양이 정확해야 하고, 크기와 모양도 제각각이어서 지속해서 보완작업을 거듭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수ENG는 100% 국내기술로 만든 자동 포장기계를 선뵀다. 서명원 과장은 “기계 자체가 콤팩트하고, A/S 대응력과 서비스 질이 우수해 요즘 들어 많이 찾는다”며, “최근에도 강원도의 업체 두 곳에 납품을 완료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인기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개발 초기에는 작은 문제들로 인해 보완을 해가며 발전시켜야 했고, 그 결과 지금의 완성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한다.

서 과장은 “액상을 담을 때 떨어지는 방울이 일정해야 각 병에 들어가는 충진량이 맞다. 그런데, 초반만 하더라도 병에 액상을 담을 때, 마지막 방울이 일정치 않게 떨어져 충진량이 맞지 않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게다가 “병을 끌고 가는 역할을 하는 스크루가 커서 중심을 위로 잡아 병이 밑으로 딸려 들어가는 일도 발생했다”며, “6개였던 스크루를 줄여서 속도를 높이고, 충진 문제도 보완해 생산량을 올렸다”고 했다. 

최근에는 스크루 캡 위에 이중 캡을 쒸워 액체 약과 알약이 함께 들어가는 병이 트렌드인데, 이수 E&G 역시 관련 기계를 개발 완료했고, 현재 납품 준비 중이라고 한다.

연질캡슐의 정보를 보여주는 연질캡슐 인쇄술 역시 제약회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기술력 중 하나다. 연질캡슐 성형기 제조업체로 시작해 연질캡슐 생산에 필요한 모든 라인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는 큐브젤은 잉크 인쇄기계를 들고나왔다. 올해 처음 납품하기 시작한 이 장비는 현재 제약회사 한 곳에서 4대의 장비를 한꺼번에 구입할 정도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준혁 주임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연질캡슐 인쇄는 크게 레이저와 잉크 인쇄로 나뉜다. 레이저 인쇄는 연질캡슐의 피막을 태워서 글씨를 새기다 보니 변형 등 추후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잉크는 식용 잉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고, 연질캡슐의 피막을 건드리지 않아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매번 캡슐의 센터를 사람이 맞출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주임은 “다른 인쇄기의 경우 잉크를 세척하거나, 생산할 때마다 센터를 맞춰줘야 하는데, 이 장비는 위치를 기억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며, “시간당 속도도 빨라 46%의 속도에서 7~8만개를 생산하고 있고, 이보다 빠른 속도에서는 15만개도 거뜬하다”고 자신했다.

해외부품 활용해 기존 제품을 더 정밀하고, 세심하게

저속의 이송펌프로 물성에 변화 없이 안전하게 생산해 주는 시스템을 선보인 ㈜호연도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이 회사는 2010년도 이전에는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을 국내에 납품하는 역할만 했지만, 이후 시스템을 기획하고, 설계하며 점점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나갔다.

이용우 기술부장은 “시스템은 국내 기술이지만, 기계 안에 사용하는 펌프는 일본 제품을 쓴다. 소재가 합금 소재인데, 한국보다는 일본이 아직 기술력이 좋기 때문”이라며, “주로 제약회사와 식품회사에 납품하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이어 “다른 제품의 경우 아무리 저속이라고 하더라도 4극 모터에서 1700rpm이지만, 이 제품은 최대 400rpm으로 돼 있다”며, “고속의 경우 이동하면서 제품이 부딪쳐 식감이 떨어지거나, 물성에 변화가 일어나곤 하는데, 이 제품은 그럴 염려가 없다”고 했다.

기업이 기획한 대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이탈리아산 센서를 적절하게 사용해 제품을 점점 고도화시킨 ㈜우일씨엔에스의 비전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김태우 주임은 중기이코노미에 “음료수나 플라스틱 등 포장 뒷면에 유통기한 등 글자가 있다. 이 글자가 맞는지 확인해서 걷어내는 역할을 한다”며, “이 장비가 나온 지는 꽤 됐지만, 이전에는 전반적으로 산업 자체에 기술력이 없을 때라 점점 세밀하게 고도화했다. 지금은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돼 있어 스스로 학습하는 시스템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량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기업에 특화한 디지털 프린터 제조회사도 있다. 이 기업은 개발부터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국내에서 진행한다. 

DGI 관계자는 “요즘 친환경 문제로 인해 종이 패키지를 많이 사용한다. 여기에 각 기업의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이미지를 출력해 준다”며, “작년 가을 처음 출고했는데 반응이 좋다. 특히 10개 정도의 소량 제품에도 프린트가 가능하도록 개발했고, 가격도 4500만원으로 저렴한 축에 속해 도시락이나 봉투 업체 등 중소기업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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