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환경을 살리는 ‘정의로운 전환’ 필요”

노동자·노동조합이 ESG 주도…환경·사회 문제 해결 

 

에너지와 산업 전환시대에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는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며, 환경과 사회 문제를 주도하는 주역으로 위상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ESG(환경·사회·거버넌스)를 주도해 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더불어민주당 이학영·김현장 국회의원과 (사)ESG코리아가 지난 10일 개최한 ‘ESG 노동이슈 정립을 위한 22대 국회 정책과제 모색’ 토론회에서 ‘정의로운 전환과 노동조합의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의 생존문제이자 미래의 경쟁력이라며, 한국사회가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한국의 산업은 국제시장에서 퇴출되고, 환경과 일자리 모두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전환에 소극적인 노조=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최고수준이며,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로 선진국 평균 34%에 못 미친다. 석탄화력 비중은 약 30%로 전진국 평균 17%를 훨씬 웃돈다.

이 소장은 그럼에도 현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30.2%에서 21.8%로 줄였으며, 한국은 재생에너지 목표를 줄인 유일한 나라가 됐다고 지적했다. 올해 신재생에너지 예산도 대폭 감소하고, 신재생에너지 기업과 에너지전환 지역의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혁신 금융사업도 폐지됐으며, 대신 가장 위험 잠재력이 큰 원자력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또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도 대폭 감소해 한국의 기후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와함께 우리나라 노조는 그동안 산업전환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탄소배출 주범으로 지목되는 자동차·발전·철강·화학 등에서 산업전환이 이뤄질 경우, 노조 조직률이 높은 좋은 일자리가 감소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이러한 딜레마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1990년대 초 미국의 노동운동가인 마조치가 노동과 환경 간의 상충적 관계를 풀기 위해 사용한 전략적 개념으로 노동과 환경 둘 다 살리자는 ‘제3의 길’을 제시하며 등장했다. ILO에 따르면, 정의로운 전환이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한 공정하고 포용적인 방식으로 경제를 녹색화하고, 괜찮은 일자리 기회를 창출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기본법은 정의로운 전환을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며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성찰적 성장론과 재산업화=정의로운 전환으로 가기 위해서는 성찰적 성장론을 기반으로 한 재산업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성찰적 성장론은 현재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인 녹색성장론과 탈성장론을 넘어 성장의 속도를 조절하고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노동과 환경, 사회의 지속가능성 기회를 확대하는 성장의 방향을 조정하는 한편, 민주적 성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소장은 이와같은 성찰적 성장론을 통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재산업화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석탄화석발전과 내연기관차 등 퇴장산업에는 출구전략을 위한 정책과제가 요구된다. 업종협의체를 구성해 기업과 지역의 산업전환 실태 및 역량과제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사업모델과 지역의 경제구조를 변화시키는 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작업이동 등 노동시장 정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철강·화학·시멘트 등 변신산업 분야에서는 전환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생산방식의 전환에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정책적 지원방안이 요구되며, 국내외 기술 솔루션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또, 친환경 원자재 구입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그린 제품시장 활성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환경친화적 모빌리티 등 성장산업 분야에서는 발전전략도 필요하다. 산업별 성장 능력과 고용의 양과 질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기술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 훈련체계 구축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조직화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소장은 “탄소배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제 강화로 제조업 중심, 수출지향 국가인 한국은 더욱 큰 위기를 맞게 됐다”며, “에너지전환과 재산업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과 함께 공정한 분담과 분배정의가 필요한 민주적 과정에 노조의 참여가 필수”라고 판단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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