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투자기업, 기업가치 높이려면 ESG 활용을”

ESG시대, 투자금융 원칙 알아야 투자받는다…기관투자자의 ESG 

 

#1. 국내 A사는 고탄소 배출 산업에 속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ESG 경영’을 강화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 받아 유명 글로벌 투자자의 소수지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 국내 B 대기업은 ESG 실사를 통해 매입 대상기업의 폐기물 처리수준이 법적 요구사항에 미달됨을 조기에 발견했다. 대상기업의 관행으로 인해 상당한 법적 책임 및 잠재적 환경 정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해당 기업의 기업가치에 ESG 이슈가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인수를 포기했다.

환경부가 최근 발간한 ‘투자금융 ESG 안내서’에 실린 이같은 사례는 ESG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즉 어떤 기업에는 ESG가 기업의 가치를 할인하는 리스크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에는 기업의 가치를 더 높이는 기회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환경부의 안내서는 기본적으로 투자자나 투자금융의 자문기관 등이 활용할 수 있다. 투자금융 상 ESG 활용을 투자자의 피투자기업 ESG 실사로 정의하고, 대형 투자기관 등의 ESG 투자원칙 등을 소개하고 있다. 투자금융의 ESG 투자원칙은 반대로 투자를 받고자 하는 기업에도 유용한 정보다. 투자자들이 ESG를 어떻게 고려하는지를 파악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밸류업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주요 글로벌 기관투자자 약 70%가 ESG 접근법을 활용

안내서는 ESG 투자를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의 경우로 나눠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전략적 투자자의 경우 ▲주력사업 ESG 리스크 분산 ▲ESG Transformation의 두가지 유형이 있고, 재무적 투자자의 경우 ▲ESG-up & EXIT ▲ESG 테마 투자 등이 있다는 것이다.

주력사업의 ESG 리스크 분산은 기존의 고 ESG 리스크 산업(정유, 석유화학, 화석연료 발전 등) 내 기업이 ESG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동일사업 분야 내 ESG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ESG Transformation은 기존의 주력사업과 경영전략을 ESG로 전환하기 위해 ESG와 관련 있는 기업에 연쇄적으로 투자하는 유형이다.

ESG-up & EXIT는 펀더멘털은 우량하나 ESG 이슈 발생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실적이 악화돼 일시적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한 기업을 저가 매수해, ESG 체질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고가 매각하는 투자전략이다. ESG 테마 투자는 ESG 본격화로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 내 유망 ESG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런 ESG 투자전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5년 파리 기후협약 등을 계기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확대됐다. 흔히 책임투자라 불리는,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속가능한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위험을 감소시키고 안정적인 수익률 제고를 추구하는 투자전략이 확산된 것이다.

2021년 글로벌 LP(출자자)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주요 기관투자자 중 약 70%가 ESG 접근법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역시 2017년부터 국내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대표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관련 국제원칙인 UN PRI(책임투자원칙)에 가입하고, 기업 ESG 평가기준 마련과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수립 등을 통해 ESG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가입한 UN PRI는 6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투자분석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ESG 이슈 반영 ▲투자철학 및 운용원칙에 ESG 이슈를 통합하는 적극적 투자 ▲투자대상 기업의 ESG 이슈에 대한 적절한 공개 요구 ▲투자 산업 내에서 원칙의 수용과 실행 촉진 ▲책임투자 원칙 실행에 있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 ▲원칙 이행에 대한 투자자의 활동과 진전에 대해 보고 등이다.

글로벌 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은 ESG 투자를 총 7가지 투자방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기업관여 주주활동(주주제안, 의결권 행사 등) ▲임팩트 투자(사회 및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에 투자) ▲ESG 통합(투자 결정에 ESG 정보 활용) ▲포지티브 스크리닝(ESG 기준 상위기업 투자) ▲지속가능성 테마(기후변화 등 특정 테마에 기여하는 기업 선별) ▲규범 기반 스크리닝(국제규범 등에 따라 투자대상 선별 또는 배제) ▲네거티브 스크리닝(특정 ESG 기준에 따라 투자 제한) 등이다.

GSIA가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글로벌 책임투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ESG 통합과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사용한 투자금액이 가장 많았다. 최근에는 지속 가능 테마투자와 포지티브 스크리닝의 투자금액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에 적합한 ESG 전략은

해외 주요 국부펀드, 공공 연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대형 운용사들 역시 ESG 상황을 벤처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추세다.

글로벌 3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뱅가드 그룹, 스테이트 스트리트를 비롯한 주요기관들도 적극적으로 ESG 요소를 반영한 투자와 의결권 행사를 하고 있다.

블랙록의 경우 거버넌스, ESG 목표, ESG KPI, 기후변화 대응체계, 인적자원 관리 이슈에 대한 정보를 통해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뱅가드 그룹은 재생에너지, 지속가능한 산림, 수자원, 보건, 포용적 금융 등 테마투자를 운용하기 위해 기업의 ESG 정보를 활용한다.

한국의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 역시 ESG 평가지표를 갖고 있다. 지표는 환경(E)과 사회(S), 지배구조(G)로 나뉜다.

환경의 경우 ▲기후변화 ▲청정생산 ▲친환경 제품개발 등의 이슈에 맞게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친환경 제품 인증과 특허 등을 고려한다. 사회의 경우 ▲인적자원관리 및 인권 ▲산업안전 ▲하도급거래 ▲제품안전 ▲공정경쟁 및 사회발전 등의 이슈에 대해 노동관행, 보건안전시스템, 하도급법 위반, 제품관련 안전사고 등의 평가지표를 고려한다. 지배구조는 ▲주주의 권리 ▲이사회 구성과 활동 ▲감사제도 ▲관계사 위험 ▲배당 등의 이슈를 놓고 주주의견 수렴 장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장기재직 감사 비중, 관계사 거래 비중 등을 따진다.

안내서는 국내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에 적합한 투자전략도 소개했다. 벤처캐피털은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특성을 고려해 네거티브 스크리닝, 규범 기반 스크리닝, 지속가능성 테마 투자, 기업관여 등 주주활동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사모펀드(PE)의 경우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ESG 통합이나 포지티브 스크리닝 등을 활용하고, 초기의 리스크 관리에서 중기에는 밸류업 활동까지 확장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같은 투자금융의 ESG 전략은 이미 피투자기업들의 기업가치 증대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안내서는 “피투자기업 관점에서는 ESG를 기업가치의 할인 방어뿐만 아닌, 기업가치 증대(Value-up) 등 경영상 기회로 활용 가능하며 관련 사례도 꾸준히 발생 중”이라며, “기업들은 향후 ESG를 단순한 위험요인이 아닌 새로운 기회요인으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Value-up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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