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미 보호무역 기조…한국 피해 우려

최근 수입규제 급증…트럼부 정부 당시 한국이 최다 피해 

 

최근 미국이 수입규제 조치를 크기 늘리는 등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 한국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선을 앞두고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조치 내용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반덤핑·상계관세 규정 강화 ▲신규조사 건수 증가 ▲광범위한 조사 품목 설정 등을 통해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지로 한국을 지목해 우리 기업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12개월간 미국이 신규로 조사를 개시한 수입규제 건수는 총 107건으로, 연 단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20년(120건) 수준에 견줄 만큼 다수의 조사가 개시됐다.

미 상무부는 2024년 4월 반덤핑‧상계관세 집행을 강화하기 위한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개정된 규정은 상무부에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해 덤핑 및 보조금 지급 판정이 용이해졌으며, 조사대상 기업에 더 높은 관세율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또한 현재 조사중인 알루미늄 압출재 케이스와 같이 조사대상 품목이 광범위하게 설정되거나, 우리나라가 중국의 우회수출 경유지로 지목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주요 전략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미 정부는 전기차‧배터리‧태양광‧핵심광물 등 주요 분야에 대한 무역법 301조 관세를 최대 100%까지 인상했다. 또한 중국의 조선·해운업계를 대상으로 한 301조 조사도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개시했다.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멕시코 우회를 통한 무관세 진입을 방지하기 위해 북미지역에서 제강되지 않은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232조 관세 재부과 조치도 발표됐다.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도 발표될 예정인데, 보고서는 중국산 자동차 외에 중국산 부품·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제3국 제조 차량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밖에도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동남아 우회수출을 방지하기 위한 수입규제 조사도 다수 진행 중이다. 

 

트럼프 정부 당시 한국 철강 등 반덤핑 조치 직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도입된 232조 조치와 반덤핑·상계관세 조사에서의 특별시장상황(PMS) 적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나라다. 

232조에 따른 쿼터제로 인해 미국의 한국산 철강 수입량은 2021~2023년 사이 248만톤으로 2015~2017년 사이에 비해 34% 감소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 당시 상무부가 반덤핑 조사에서 특별시장상황(PMS)을 적용한 27건 중 한국은 17건(68.0%)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

보고서는 이에 대해 “한국은 중국과 산업구조가 유사하고 미국시장에서 중국과 수출 경합에 놓여있는 제품이 많으며, 대중국 수입규제로 중국산 수입이 감소하는 경우 한국이 이를 대체해 새로운 수입규제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풀이했다. 

같은 이치로, “최근 중국을 염두에 둔 수입규제 법제 강화 및 중국산 우회수출 조사 확대로 인해 우리 기업이 비시장 경제에 부과되는 높은 수준의 반덤핑·상계관세를 적용받는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산에 대한 관세나 국가안보 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산 원료나 중간재의 수입처를 대체할 경우 조달비용 증가에 따른 수출경쟁력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중국산 전기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한국 수출가격의 3.6% 상승, 생산량의 4.1% 감소 등을 초래할 것으로 분석했다. 

11월 대선 결과도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의 관세 뿐만 아니라 동맹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보편적 기본관세와 상호관세 적용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무역적자 해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고 한국은 2023년 기준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위 8개국 중 하나이기 때문에, 관세인상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미국시장만의 문제도 아니다. 보고서는 미국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만큼 중국의 제3국에 대한 저가 수출이 증가해, 제3국 시장 내 한중 간 수출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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