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선박’ ‘미·중’에 집중된 수출은

美 ‘무역제재’에 유의하고, 中 수출둔화 대비해 시장 다변화를 

 

최근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특정 수출품목에 집중돼 있고 또 세계 교역구조가 변화하는 등 리스크 요인이 산재해 있어, 안정적으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수출 호조의 구조적 요인과 배경’ 보고서는 ▲미국 경기호황과 중국의 경기회복 ▲반도체 업황 회복 ▲친환경 기술수요 확대 ▲한류 확산 ▲강달러 현상 지속 등으로 한국의 수출은 9개월 연속 증가하고 13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흐름을 보인다면서도, 교역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등 리스크 요인이 존재하고 있어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美 수출비중 증가은 감소세=한동안 침체를 보였던 한국 수출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반도체 부문의 회복세와 자동차의 견조한 수출 성장세를 유지하며 13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다.

특히 몇 년간 미국으로의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상대국 1위였던 중국이 2022년 이후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올해 상반기 수출에서는 미국 비중이 19.2%로 중국 수출비중 18.9%를 20년 만에 근소한 차이로 추월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최근 수출증가는 글로벌 무역구조 재편에 따라 주요 무역파트너 관계가 변화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2019년 이후 미국의 수입상대국을 보면, 한국과 아세안의 비중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또한 멕시코와 캐나다의 증가세도 높은 편이다. 중국의 국가별 수입을 보면, 한국은 2021년 기점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일본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반면, 브라질, 아세안 등은 양호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AI 반도체·소비재가 수출증가 견인=올해 상반기 수출은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메모리 반도체 단가가 회복되면서 올해 6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52.2% 성장하면서 지난해 수출 부진을 만회했다. 자동차 또한 지난해 983억 달러 수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미국시장 판매호조가 이어지면서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재 수출 또한 뚜렷한 증가세다. 한국은 자본재와 중간재의 수출비중이 높은 편이었지만, 최근 다양한 소비재 품목들의 수출이 늘고 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비재 수출은 2010년 168억 달러에서 2014년 200억 달러였으며, 지난해에는 250억 달러를 넘었다. 특히 화장품과 라면의 수출 증가세는 총수출 증가율을 월등하게 상회하고 있다.

증가세 둔화시킬 리스크 요인 유의=보고서는 당분간 한국 수출은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수출증가세를 둔화시킬 리스크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리스크 요인은 우선 특정 수출품목 및 국가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는 점이다. 상반기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9.6%에 이르는데 반도체, 자동차, 선박을 합하면 34.2%로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또,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비중이 40%에 달한다. 반도체 사이클이 후퇴하거나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위축되면 한국 수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또, 교역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미국이 무역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수출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11월 예정된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통상전략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당선될 경우 강도 높은 자국 보호무역 정책을 펼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처럼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한국에 무역제재를 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수출구조·대외 무역환경 변화 주시=수출 리스크 요인을 최소화하는 대내외적 수출전략 수립이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대내적으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 교역구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수출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 중국과의 기술격차 축소 등으로 중국을 상대로 한 수출둔화가 현실화되면서 수출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

대외적으로는 보수주의 무역이 강화되는 등 불확실한 세계 교역환경에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만큼 양국의 무역분쟁 심화와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 국가에서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보고서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품목의 미국 수출이 더욱 확대되면, 미국의 관세인상 등이 예상되므로 규제강화에 대비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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